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
이제 기다린다고 해서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내가 첫눈이 되어 내려야 한다.
첫눈으로 내려야 할 가난한 사람들이
배고파 걸어가는 저 거리에
내가 첫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야 한다.

아무리 불평등하기를 원해도 반드시평등의 질서를 지킨다. 인간의 삶이 종국에 가서는 결국공평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은 내 삶이 남보다못한 것 같고 때론 우월한 것 같지만 첫눈이 내리면 다 마찬가지다. 그것은 마치 죽음이 삶의 가치를 공평하게 만들어버리는 것과 같다.
첫눈은 이 공평성을 바탕으로 갈등과 균열을 봉합해준다. 한마디 말도 없이 모든 싸움과 분노와 상처를 한순간에 고요히 잠재워버린다. 인간의 모든 죄악을 순결과 침묵의 힘으로 덮어버린다.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이렇게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은 많은 이들에게 죽음의 평화를 선물하셨다. 그리고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바로 실천이라는 사실을 남기셨다.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부르는 대로 주고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추기경님께서 노점상에 대해 이렇게 각별한사랑을 지니고 계신 줄 알지 못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시의 첫 행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굳게 믿는다. 인간의 삶에서 신의 영역은 절대적이다.
신의 절대성에 의해 인간인 내 삶이 결정된다는 사실에대해 나는 긍정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간인 나의 삶을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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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묘한인종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여행의 진정한 목적과 묘미는 그저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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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책이나 음악 속에 있는 줄 알고거기에 의지하면 돌아오는 것은 배반이다.
아름다움은 그 속에 있지 않고 이를 통해 올 뿐이다.
결국 책이나 음악을 통해 오는 것은 그리움이다.
아름다움과 지난 추억은우리가 정말 갈망하는 대상의 이미지로서는 좋지만,
그것을 실체로 착각하면 우상으로 변해숭배자의 마음을 찢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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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겨울밤, 고요히 생각해보라. 당신이 어린 날 만들었던 그 눈사람을 고사리같이 어린 손으로 한 움큼 뭉쳐서 굴리기 시작한 그 거대한 눈덩이를, 어린 날의 그 순수함과 순결함을, 지금은 누가 한 말인지 잊었지만 눈덩이와 관련된 격언 하나가 생각난다.
‘거짓말은 굴리는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수록 더커지기 때문이다.
그 격언을 이렇게 바꾸어본다.
‘사랑은 굴리는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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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지금 바닥에 굴러떨어졌는데 만일 바닥이 없다.
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없이 깊은 어둠의 나락과 심연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고 있을 게 아닌가. 그 끝없는 끝이 어디이겠는가. 바로 죽음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잘 생각해보게. 자네가 지금 주저앉아 울고 있는 바닥이 자네를 죽음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게 힘껏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얼마나 감사한가. 바닥은 원망과 부정의 존재가아니라 바로 감사의 존재야. 자네는 바닥을 그냥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는 거야."

"바닥을 그냥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뜻일세. 희망은 생명이야. 사람은 언제 자살하는가? 돈이 없어서? 사업에 실패해서? 연인에게 배반당해서? 명예를 잃어서? 아닐세. 그걸 통해 결국 희망을 잃었을 때 자살한다네. 이제다 끝났다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될 때. 그러니 아무리 바닥에 굴러떨어졌다고 해도 희망을 잃지 마시게."
나는 그제야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하더라도 그 바닥을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아, 바닥이 있기 때문에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거구나. 만일 바닥이 없다면 딛고 일어설 존재조차 없는거구나!"

정상이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바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등산을 갔을 때 당신은 정상에서부터 등산하는가. 아니다. 누구나 산의 밑바닥에서부터 걸어 올라가 정상에 도달한다. 바닥이 없으면 정상은 존재할 수 없다. 바닥이 있기 때문에 정상이 존재한다. 바닥의 가치가 정상의 가치보다 더 크다. 그런데 왜 당신은 바닥의 가치를 폄하하고 무시하며 정상 지향적인 삶만을 추구하는가. 정상은 바닥이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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