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꿈 속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이 대목은 슈베르트가이 연가곡을 얼마나 절실한 심정에서 탄생시킨 것인지 짐작하게 합니다.
나를 멸시한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먼 길을 돌아다녔다. 여러 해 동안 노래를 불렀다. 내가 사랑을 노래하려고 할 때마다 사랑은 고통이 되었고,
고통을 노래하려고 하면 고통은 사랑이 되었다.

여행의 끝에서 주인공은 처량한 노인 악사를 만납니다.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입니다.
저편 마을 한구석에 / 거리의 악사가 서 있네, / 얼어붙은손가락으로 / 손풍금을 빙빙 돌리네. // 맨발로 얼음 위에서서 / 이리저리 몸을 흔들지만, / 그의 조금만 접시는 /언제나 텅 비어 있어. // 아무도 들어줄 이 없고, / 아무도거들떠보지 않는다. / 개들만 그 늙은이 주위를 빙빙 돌며 / 으르렁거리고 있네. // 그래도 그는 모든 것을 / 되는대로 내버려두고 / 손풍금을 돌린다네, 그의 악기는 / 절대 멈추지 않는다네.

사실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사람들이 보여주는 벌거벗은 미움을 종종 대면하게 됩니다.
선과 아름다움과 거룩함 앞에서 미움으로 응대하는 것, 이를조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악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처지입니다. 불행히도 이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며, 때로는 우리 역시 그렇게 악에 희롱당할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경험에도 불구하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미움을 이겨내는 것, 그것은 오직 선한 마음, 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만 가능합니다.

선한 마음이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흔들릴 때면 간절히 만나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존경하게 되는 인물이지요. 바로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미리엘 주교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장발장이 회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지요.

모든 사람은 각자 하나의 창문이니. / 대성당의 찬란하고장엄한 색 유리창. / 그러나 빛이 없다면 이런 창문들이무슨 소용이랴 // 성탄절에 빛이 솟아오르네. / 성탄절에 나의 삶을 비추시는 그분이 태어나시네. / 비록 내가 아직 나의 삶에서 오직 어둠만을 보고 있을지라도 // 나는이제 그분의 빛 속에서 나의 삶을 두 손에 가만히 품고 싶다네. / 그리고 그 창문은 곧 빛나는 색채로 환해지겠지 /그리고 많은 이가 빛을 보게 될 것임을.
-클라우스 헴메를레-

우리에게는 눈을 기다리며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미국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1879~1955)의 시 「눈사람을 읽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 눈딱지 앉은 소나무가지와 / 서리를 응시하려면 // 그리고 오래도록 추워봐야 한다 / 얼음 보풀인 노간주나무와 / 멀리 반짝이는 1월의 태양 아래.

이처럼 대림절이 우리의 눈을 가리는 온갖허울과 망상을 걷어내고 성탄의 신비를 순수하게 바라볼 수있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신비는 관념이 아니라 실재이며,
우리는 진리 안에서 사랑할 때 비로소 신비와 만나게 됩니다.

시몬 베유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범하게통찰합니다.

진리는 실재의 번득임이다. 사랑의 대상은 진리가 아니라실재이다. 진리를 욕망한다는 것은 실재와의 직접적 접촉을 욕망하는 것이다. 실재와의 직접적 접촉을 욕망하는것이 사랑이다. 진리를 욕망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진리속에서 사랑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의진리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니 진리에 대한 사랑을 논하기보다는 사랑 속에 존재하는 진리의 정신을 논하는 편이낫겠다. 진정하고 순수한 사랑은 항상 그 무엇보다 온전히 진리 안에 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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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BTS 개인의 이야기를 본다고 생각해요.
BTS가 점점 인기를 얻었던 2015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캐릭터가 아닌 진짜 BTS로 보는 거죠. 그 부분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공감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우리에게 동반자 같은 존재예요." (Giuliana, 23세, 이탈리아, 베를린 공연장 인터뷰)

이런 개인의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이 지점이 바로 팬들이 멤버들의 진심(sincerity)을 느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RM이 아닌 인간 김남준의 생각과 고민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단순히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자신과 같은인간으로 느끼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살펴보겠지만 BTS는 강력한 세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진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트랜스미디어에서 래빗홀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없애고 수용자가 극대화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하게 하는 장치다. ‘미드‘ 속작가의 소설이 실제 출판되거나 ‘한드‘ 속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실제 출시되는 식이다. 픽션 속 인물이나 단체가 실제 SNS 계정을운영하는 식으로 픽션의 세계와 현실을 잇는 장치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장의 도입부에서 내가 방문한 서울대 폐수영장에서의몰입감이 바로 이런 경험이다.
트랜스픽션의 세계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래빗홀을 지닐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인 래빗홀을 사용할 수도 있다.

셋째, 각 텍스트는 외부 텍스트 혹은 다음 서사를 기대하게 만들며, 팬들에게 ‘떡밥‘이라고 불리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활절의 달걀 찾기처럼, 제작자가 작품 여기저기에 숨겨놓고 팬들에게 찾게 만드는 암시의 장치다. 떡밥은 다음이야기에 대한 예고 혹은 수수께끼의 역할을 함으로써 무엇보다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마블의 영화 세계에서 영화의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 삽입되는 쿠키 영상이 바로 가장 노골적인 이스터 에그라고 할 수 있다. 미리 던져진 ‘떡밥‘
이 만드는 이야기의 틈은 팬들에게 그 서사의 세계를 즐겁게 향유할 공간을 제공한다.

BTS는 이런 떡밥을 콘텐츠 곳곳에 숨겨놓는다. MAMA 공연에나온 단어들이 다음 앨범의 콘셉트를 보여준다거나, 유엔 연설의키워드였던 ‘Speak Yourself‘가 다음 투어의 주제였다거나, 연말영상에서 했던 말을 주제로 다음 앨범의 곡이 나오는 식이다. 이처럼 BU에는 다양한 진입 지점이 있는 데다 일단 들어가면 해독해야 할 수많은 ‘떡밥‘들, 상징들, 이야기의 조각들이 촘촘히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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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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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 23일경인 동지는 1년 중 낮의 길이가가장 짧은 날입니다. 동지가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고대인들은 동지를 해가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날로겨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부른 것도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태양이 부활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설 다음가는 작은 설로 대접한 것이지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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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언어란 우리가 자연스레 익히는 습득(acquisition)이지, 수학처럼의도적으로 노력해 학습(learning)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실례를통해 보여줍니다. 이 말은 일상에서 대화하면서 익히거나, 즐거운 독서에 빠져드는 경지, 즉 몰입할 때 언어를 배운다는 뜻입니다. 영어를사용하지 않는 생활환경에서 크라센 박사의 주장은 중요한 점을 깨닫게 합니다. 교실을 벗어나면 영어를 접하기 어려운 우리가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책 읽기입니다.
다양한 소재, 다양한 수준, 다양한 장르를 읽으면 교재에 나오는 인위적인 문장이 아닌 실제적인 글(authentic text)을 접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작가들이 쓴 풍부한 어휘와 문체에 익숙해져 이를 자연스럽게기억하고, 자신의 언어로 사용합니다. 흥미에 따라, 인지발달 단계에따라 선택할 수 있는 책이 수없이 많습니다. 크라센 박사는 만화여도좋고, 잡지여도 좋다, 아이가 영어로 쓰인 책에 몰입하게 두라, 고 합니다. 교실에서 자율 독서가 어려운 우리로서는 대신 가정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게 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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