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난 한 번도 내 구체적 ‘사용가치’로 결정한 공간을 갖지 못했다. 이 나이에도 내 ‘사용가치’가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섬 작업실 공사의 경제학적 근거는 이렇게 간단히 정리했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더욱 간단히 정리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action’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inaction’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Neal J. Roese 교수는 주장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 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이 그토록 오래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이 섬의 미역창고에 작업실을 짓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섬에 작업실이 완공되어 습기와 파도, 바람 때문에 아무리 괴롭고 문제가 많이 생겨도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얼마든지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섬에서 왜 행복한가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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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곧 마음이다. 내 시선이 내 생각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 눈의 흰자위가 그토록 큰 이유는 시선의 방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흰자위와 대비되어 시선의 방향이 명확해지는 검은 눈동자를 통해 인간은 타인과 대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함께 보기joint-attention’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바로 이 ‘함께 보기’에 기초한다. 다른 동물들은 시선의 방향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이거나 흰자위가 아주 작다. 소통이 아니라 사냥하기 위해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시선의 방향이 드러나지 않아야 사냥에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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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하임은 이 같은 퇴행적 행동이 일어난 이유를 ‘슈필라움’의 부재로 설명한다. 베텔하임의 용어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결정을 위한 슈필라움Entscheidungsspielraum’의 부재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수용소의 삶이 수감자들을 어린아이와 같은 퇴행적 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때 ‘슈필라움’은 ‘심리적 여유 공간’을 뜻하지 않는다. ‘여유 공간’은 오히려 사치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 수용소 생활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모든 물리적 공간이 박탈된 유대인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벌거벗은 어린아이처럼 되거나, 아니면 죽거나’ 이 두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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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연은 고도의 자기 통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일을 극복하기 위해 번지점프에 도전하고,가장 얕은 물에 빠져 죽기를 직접 선택하는 인물. 그러나 그런 그녀도극복할수 없는 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이 되는 일 역시 두렵기에 결행하여 극복하고 싶지만 섣불리 할 수 없다. 장애인이 된 후에 자살하면 사람들이 ‘장애를 비관하여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의 성찰성, 즉 고도의 자기통제와 자기 연출에 탁월한 인물이라도 ‘장애인 되기를 연출할 수는 없다. 목숨을 끊을 수는 있지만, 장애인이 되는 삶은 단행할 수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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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상호작용은 실재를 공유하면서 그 존중을 강화한다. 모르는 척해주는 익명의 대학생이 고마워서 그를 존중하며 자신을 존중하려 애쓰는 자폐아 부모의 노력을 아는 대학생은 더더욱 무심한 척 책으로 눈길을 돌린다. 타인이 나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게 되며, 나를 존중하는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존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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