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난 한 번도 내 구체적 ‘사용가치’로 결정한 공간을 갖지 못했다. 이 나이에도 내 ‘사용가치’가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섬 작업실 공사의 경제학적 근거는 이렇게 간단히 정리했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더욱 간단히 정리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action’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inaction’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Neal J. Roese 교수는 주장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 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이 그토록 오래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이 섬의 미역창고에 작업실을 짓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섬에 작업실이 완공되어 습기와 파도, 바람 때문에 아무리 괴롭고 문제가 많이 생겨도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얼마든지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섬에서 왜 행복한가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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