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칠 때면 성적이 나빠 상심한학생들을 종종 본다. 그런데 아무도 이들에게 인간은 실하면서 진짜 인간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우리는 본성에따르는 동물도 아니고 프로그래밍 된 완벽한 기계도 아니며 신도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리고 자유롭기에패할 수 있다고 말해 주지 않는다. 사람은 실패할 수 있다는 한마디는 매우 단순하지만 나는 여기에 진실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은 실패할 수 없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본능에 충실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 가령 새는 둥지를 지을 때마다 완벽하게 만든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패를 통해 배울 필요도 없다. 반면 우리는 실수하고 실패있으며 진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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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진화하면서우리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각이 생겼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를 숨겨주는 기능을 한다. 외부의실제 현실이 어떻든 간에 이것이 우리가 아는 현실의 대부분이다. 12우리는 머리 밖의 실제 현실이 머릿속에서 경험하는 현실 모형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그 소리를듣는 사람이 주위에 없어도 기압에 변화가 일어나고 땅에는 진동이 일어난다. 나무가 넘어가는 소리는 사실 우리의 뇌에서 만드는 효과다. 발가락을 찧고 그 부위가 욱신댄다면 그것도 착각이다. 통증은 발가락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세상에는 색이 없다. 원자는 무색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색은 눈 안의 세 가지 추상체, 곧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의 혼합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사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동물의 왕국에서 상대적으로 결핍된 종이다. 일부 새에게는 추상체가 여섯 개가 있고, 갯가재에게는 열여섯 개가 있으며 벌의 눈은 하늘의 전자기 구조를 볼 수 있다.

적대적 환경에서 살던 원시 인류에게는 무엇보다 공격성과 신체 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협력할수록 이런 능력의 효과가 감소했고, 인류가 공동체로 정착해서 살기 시작하면서 공격성과 신체 능력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됐다. 과거에는 신체 능력이 우세한 사람들이 잘 살았지만 공동체를 이루면서부터는 남들과 잘 어격한도록 정교하게 조정되었다‘ 라그울리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았다.
공동체에서 살아남으면 자손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따라서점차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출현했다. 새로운 인간은 조상들보다.
뼈가 가늘고 약했고 근육도 크게 줄어서 신체 능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공동체에 정착하는 데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만드는 뇌 화학물질과 호르몬을 타고났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공격성이 줄어든 대신에 협상과 거래와 외교에 필요한 심리 조작에 능숙해졌으며, 타인의 마음이라는 환경을 통제하는 데 뛰어난능력을 보였다.

어떤 동물도 인간만큼 가축화되지는 않았다." 우리의 뇌가 원래는 "포식자와 한정된 식량과 혹독한 날씨의 위협적인 세계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했을 수 있지만 지금도 우리는 그 못지않게 예측 불가능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뇌에 의존한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들, 이야기의 소재다.
현대인에게 세계를 통제한다는 의미는 다른 사람들을 통제한다는 뜻이자 이해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매료되고 타인의 얼굴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매료되는 순간은순식간이다. 유인원과 원숭이의 부모가 새끼들의 얼굴을 거의 보지 않는 데 반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식의 얼굴을 바라본다. 또갓난아기조차 다른 사물보다 인간의 얼굴에 더 많이 끌리고 태어난 지 한 시간만에 타인의 얼굴을 모방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애니미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에 손가락을 찧고는 통증이 훑고 가는 그 혼란의 와중에도 발로 문을 걷어차고 애꿎은 문을 탓하면서 문이 악의로 나를 공격한 거라고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옷장을 조립하다가 다 꺼지라고 소리친 적이 있지 않은가? 스토리텔링 뇌가 나름의 문체로 서투른 오류를 범하면서 해가 나면 낙관적이 되고 구름이 잔뜩 끼면 비관적이 되게 만들지 않는가? 차에 인격을 부여하는 사람들은 차를파는 데 관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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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읽는 습관이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8년 동안 내면의 균형을 찾도록 해준 것은 틀림없다.
대통령은 대단히 고립되고 외로운 직업이다. 외로움을 느낄 때면 연대감을 느끼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나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마틴 루서 킹,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등의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받을수 있었다. 백악관의 내 침실에는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직접옮겨 적은 종이가 있으며, 이따금 이 연설문을 읽으면서 집무실에서 관저까지 걷곤 했다.
세계화, 기술 발전, 이민 등으로 문화적 충돌과 갈등이 빈번해진오늘날, 정치 지도자의 역량은 그러한 갈등을 관리하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이런 현실과 필요성을 두고 볼 때, 사람들을 이어주고 통합시키는 이야기의 힘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8년 임기가 지난 지금도 독서는 나의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퇴임 뒤에도 그동안 읽지 못한 책들을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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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축적하는 삶이 아니라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물질이 아니라 한 덩어리의 순수한 힘으로 보았다. 힘이 커지면 어른이 되고 힘이 완전히이 아닌 그 어떤 것을 생성하게 될 때, 인간은 성숙하고 더욱 위대한사라지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죽는 것이다. 힘은 좋은 공기와 물, 자연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강해지고 반대의 경우 약해진다. 권력자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많이 받는 사람이고 또 그 힘을 잘 나누어주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훌륭한 인간이란 많은 것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많은 것이 잘 지나가도록 자신을 열어두는 사람이다. 하나의 사상이 나라는 필터를 거쳐 한 권의 책이 되고 한 곡의 음악이 나라는필터를 거쳐 아름다운 문장이 된다. 이럴 때 나의 힘은 더욱 순수하고강해진다. 모든 것이 막힌 것 없이 흘러가며 그 과정에서 본래의 자신존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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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상의 전개를 계속 따라가기 전에 먼저 끝나가는 시대의 큰 업적들에 꽉 달라붙어 있으면 정말로 문제가 발생한다는것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겁서는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인류는 전혀 패자의 상태에 있지 않은데, 문제는 포기하려 하지 않거나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이미 스스로 포기하고 변화하고 돌연변이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라고 지적한다.

친구 중 한 명이 8살짜리 딸내미에게 이 대목을 읽어주자, 그딸내미는 푸지 씨가 왜 당장 그 회색 신사를 쫓아내지 않느냐면서
"그런 멍청한 말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며 분개했다. 그친구는 내게 딸의 말을 들으면서 컴퓨터가 시간을 많이 아낄 수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넘어가 자신이 첫 컴퓨터를 구입한 날이떠올랐다고 전해주었다. 그녀는 그 뒤에도 시간을 아껴준다는 기기들을 계속 사들였는데, 어느 날 가만 생각해보니, 매일 하루가끝날 때면 시간을 아껴준다는 기계들을 그렇게 많이 쓰는데도 어찌 된 까닭인지 이전보다 남는 시간이 더 줄었더라는 것이다. 책읽을 시간도 없고, 뜨개질할 시간도 없고, 친구와 수다 떨 시간도없고..…. 약간 창피한 마음에 그녀는 딸에게 이런 면에서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정말로 믿는다면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모 같은 아이만이 어른들의 시간을 시간도둑들의 손아귀에서 되찾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에서 시간도둑들은 두 가지 확실히 입증된 수단을 활용한다. 하나는 시간을 아끼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일인지 열변을 토하는 것이고, 하나는 사람들이 주어진 삶의 시간을 대부분 이미 낭비해버렸으며 이제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계산해 보이면서 두려움을 부추기는 것이다.

호라 박사는 모모를 자신의 가슴속으로 인도하여, 진정한 시간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보여준다. 모모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순간순간마다 우주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귀중한삶의 시간이 생겨난다는 것을 경험한다. 아주 개인적이고 독특한시간은 매시간 새로운 꽃의 모습으로 피어나는데, 그 어떤 꽃도다른 꽃과 같은 모습이 아니다.
호라 박사는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있듯이,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주어진 과제를 그냥 빨리빨리 처리해버리는 해결 모드’있을 때 나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삶의 시간을 잃게 할 뿐 아니라 우리의 감각을 차단해버린다. 반면 산책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에로틱한 만남을 갖는 등등, 우리가 어떤일에 온전히 몰두해서 ‘지금 여기‘를 강하게 지각하느라 나를 별로 느끼지 못할 때는 당장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을지 몰라도 자기 지각과 더불어 시간감각이 사라지기 때문에 - 사실은그런 몰입을 통해 우리 지각의 틀이 확장된다.

마르크 비트만은 시간감각의 신비와 의식의 신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는 시간이다" 라는 것이다. 호라 박사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들은 모두 사라져버린단다. 장님에게 무지개의 예쁜색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지.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에는 심장이 뛰긴 하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눈멀고 귀먼 가슴이 수두룩하단장 김서는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요.‘ 오늘날인간들은 이 말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시간‘은 오늘날 인간의 최대 관심사다. 시간이 없다고 말할 때 그들은 자신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말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순간에 또한
‘나는 영혼이 없어요‘ 또는 ‘나는 생명이 없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는 점을 깨닫는다면 그는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되찾을 기회를 얻는다.

비트만은 "지루함은 불쾌한 방식으로 자기 지각과 시간감각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지루할 때 우리는 아직 시간이 주는 질적인 깊이에 열려 있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자기 삶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루함은 더 깊은 지각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우리가 지루함을 감수하고 견디면 우리는 한순간 우리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경험하는 강렬한 현재로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 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구입하는 물건을 구입하며, 종종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대로 느낀다. 일의 속도를 서로 맞추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사회적 인프라 구조는 사회구성원들을 어릴 때부터 서로 비슷해지게끔 한다. 학교, 패션 산업, 음악 산업, 텔레비전 시리즈 따위가 그런 역할을 하고, 성장이복지를 만들어낸다거나 시간이 돈이라거나 하는 반복적으로 주입되는 신조들도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런 생각들은 부지불식중에 우리의 의식과 우리의 생활방식과 우리의 감정에 스며든다.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는 그의 에세이 <정신적 인프라 구조)에서 성장이라는 생각을 예로 들면서, 문화적인 신조가 우리의 사고와 정신뿐 아니라 우리의 몸매까지 결정하는 면모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우리는 공동체 차원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스스로를 계발하고 스스로를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더 좋은 관계, 더 멋진 몸매, 더 높은 지위, 더 큰 자동차를 원한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못하는 사이 제한 없는 성장에 대한 생각이 우리의 피와 살이 되고, 우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것이 집단의식을 이루는 힘이기때문이다.
인간은 열린 체계다. 늘 스스로에게서 자극을 내보낼 뿐 아니라외부에서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간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감정적으로, 생각으로, 신체적으로 말이다. 이런 사실 자체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토대로 무엇을 만들어내는가다.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미래를기준으로 현재를 생각하라고 권한다. 따라서 진정 어떤 모습으로살고 싶은지를 상상하고, 그러고 나서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것들을 곧장 실천하라고 말이다.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다.
비행기나 자동차 소음이 줄었으면 하는 사람은, 비행기 타는 일을줄이고 자가용은 없애면 된다. 바다에 물고기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제 10년동안 생선을 먹지 않으면 된다...

미래에 빗대어 현재를 꾸려갈 때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제품을만드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덜 먹는 냉장고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구식이 된 기술을 더욱 첨단을 달리는 이른바 환경친화적인 기술로전환하는 한, 우리의 문제는 더 나빠질 따름이다.
우리는 아직도 과거 지향적으로, 더 많은 상품, 더 좋은 상품, 더큰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제아무리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라 해도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간다. 하랄트 벨처는 미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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