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은 못 느끼듯이 느끼게 해야만 흠뻑 젖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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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또한 산, 강, 바다 등을조망하고 지정학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려한다. 지리는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제한하는 주요한요소다. 물론 정치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리는 그보다 더 많은것을 한다.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 나라들, 바닷길, 천연자원 등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 당신은바람이 쌩쌩 휘몰아치는 대서양 변방의 섬에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풍력이나 조력 발전을 하는 데 그만한 조건이 없다. 혹은 일년 365일내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아니면 코발트를 채굴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가? 이 경우는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여기 살고 있다. 나는 그들이 거의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겠다. 아주 작은 것에도 아니 아무것도 없는데도 만족하는 사람들………….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하지도 않고, 심지어 유럽인들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없어도…………. 그들을 보면 인간이라는존재가 얼마나 적은 것을 바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유럽인들은 이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우리만치 너무도 많은 것을 점점 더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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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그린 사람 -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이야기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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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는 저자 소개에 이렇게 썼다.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한명의 인간‘, 부서지는 사람들을 수습하며 매일 부서지는 그를 되살리는 힘은, 소신보단 월급이다. 그래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다. 경찰은 직장이다"라고 말한다. 회사원으로서 그는 범죄 예방과 수사라는 직무 수행을 위해 더 나은 연봉과 복지를 원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안타까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법 제도적으로강력한 형벌과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아울러 ‘한 인간이 되는 일은 때때로 인간들을 감내하는 일‘(카프카임을 잊지 않는 시민으로서, 그간 만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며 절에 가서 향을 피운다.

"자급자족 전화비가 한 달에 3000원, 전기요금 1300원. 한 달에 4300원이면 돼. 쌀은 물물교환 그리고 토끼가 많이 와 새끼를여덟에서 열 마리씩 낳으니까, 토끼 두 마리씩 어깨에 메고 정선 장에 가서 팔면 1만원 줘. 검정고무신 제일 좋아했어요. 네 켤레씩 사왔어. 맨발로 갔다가 고무신 신고 와요."
‘자연인‘으로 TV에 나간 그는 "돈을 갖는 게 무섭다"고 출연료도 기부했다.
"정말 무서워.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남의 돈을 뺏은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해, 자연인으로서 자연법에 따라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내 것이라고 싸우고 그런 게 안 맞아요."

"어린이마을에 책이 있었어요.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나이팅게일》 《아라비안나이트》 《레미제라블》 《닥터 지바고》《서유기》. 책 보는 게 너무 좋았어. 어린이마을 설립자 이프란체스카, 하마리아 여사가 영어, 독어 알려주고, 중요한 건 대구 어머니(최해연여사가 나를 논농사 밭농사 짓는 거 흙일을 가르쳤어. 중학교 때 돼지도 키우고 자립정신, 검소함을 배웠어.
고아라고 밖에 나가서 맞았을 때 울분이 올라왔는데, 흙 만지고일하면 그게 다 씻기고 사과 따 먹고 나면 인류애, 인류애가 생겨."
그에게 ‘왜 평생 남을 위한 삶을 사셨냐‘고 물었을 때 ‘인간으
‘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는데, 그걸 대부분은 못 하고 산다고 했더

"이끼가 되고 싶어. 밑거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 정선에서 사람들 장례 치르고 이장을 많이 했어. 사람은죽으면 흙으로 가. 너그럽게 산 사람들이 죽어서도 미소 짓고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크다. 그는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제일 중요한 건 쓰레기, 핵폐기물 그런 것들이 세계를 오염시켜 죽는 건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꽃이 되니까 헛산 건 아니야. 열매도 되고 나무도 되니까 기뻐, 기뻐, 항상 기뻐"
항상 기쁘다는 말에 불현듯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던 노무현 전대통령 유서가 깨어 있는 시민 김용현의 일관된 생을 통해 이해되는 듯하다. 자연의 순환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높은자리에 올랐던 권력자의 말이 아니라 고개 숙여 흙 만지고 살았던농부의 말이었다.

사랑의 봉우리가 너무 높아서 슬픔의 골짜기가 너무 깊은 사람.
나는 백두산 같은 아저씨 삶을 언덕만 한 면적으로 줄이는 일처럼 어려움을 느끼며 원고를 썼다. 씨돌 아저씨의 말을 고르고 고르다 보니나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가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영화에 이런대사가 나온다. 노무현은 "끊임없이 자신을 불행하게 할 목표"를 세웠던 사람이라고. 시민 김씨돌도 그랬다. 자신을 남김없이 다 쓴 사람, 흙만지며 산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그날의 작은 시도가 저를 자유롭게 만들었어요.
몸도 생각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저의 모든 행동에 따라붙어요."

"대개는 응원과 악플이 같이 오는데 응원의 목소리가 줄어들때가 있고 그러면 악플이 더 눈에 띄는 때가 있어요.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죠. 그럴 때 외롭더라고요. 근데 결국내가 뭔가 하는 건 날 위해서다, 그게 맞더라고요. 세상에 뭔가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날 위해서 하는 거죠.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니까요. 그걸로 저를 지켜요."

"제 정신장애인 공부의 근원이 되는 것이 ‘치료공동체‘예요. 영국에서 2차 대전 이후에 맥스웰 존스라는 사람이 창안했어요. 제가레지던트를 시작할 때 우리나라에도 막 도입되어 치료공동체 모형으로 병실을 운영했어요. 예를 들면 회진이나 치료를 교수가 아니라 환자 시간에 맞추는 거죠. 취침시간 같은 병동 규칙도 투표로 같이 정하고요. 그런 치료공동체 규칙 중 하나가 ‘노 유니폼‘이에요.의사와 간호사는 가운이 없고, 환자들도 환자복이 없죠. 치료공동체는 환자와 의사의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죠."

"저희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는 가장 적합한 부서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죠. 미국에는 소수자 minority를 담당하는 청廳급의부서가 있어요. 영국에서도 ‘외로움 장관‘이 있죠. 겸임제로 국민들의 외로움을 담당해요. 아랍에미리트에는 ‘행복부 장관‘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 같은 국가 센터에

"저는 스트레스를 잘 쌓아두지 않죠. 역으로 이야기하면 지나친 책임감, 성실감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어요. 저는 지나치게 성실하지 마라, 자기본위적으로 살라고 말해요. 못된 만치 자기만 생각해라. 개인과 조직의 갈등이 있다면 개인의 욕망을 따라가라. 너없이도 조직은 굴러간다. 네가 마음대로 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그건 너의 걱정일 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죠. 근데 이게 잘 안돼요. 훈련이 잘되어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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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가지금까지 알아 오던 세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이며 모험이다. 아는 걸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건 책이 아니라마음에 욕심을 채우는 일이 된다. 우리는 언제나 알지 못하는것, 이해 밖에 있는 것, 나와 관심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향해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아이러니와 부조리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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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관련된 개념의 차이도 있다. 독일어로 ‘여가‘는 ‘프라이차이트Freizeit‘다. 우리에게 ‘여가‘는 열심히 일하고 ‘남는 시간‘이라는 뜻이강하다. 그러나 독일어의 프라이차이트는 ‘남는 시간‘이 아니다. ‘자유시간‘이다.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란 이야기다.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있다. 우리에게 여가나 휴식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free from‘를 뜻하는 소극적 자유에 가깝다. 그러나 독일의 프라이차이트는 ‘무엇을 향한 자유tree to ‘인적극적 자유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휴식은 적극적 자유의 시간이 된다. 추구하는 삶의 목적과 휴식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이야기다. 휴식이 진정한 삶의 힘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몇 년 전 이탈리아의 심리학자들이 티롤 남부지방산촌농민들의생활 습관을 연구하고 놀라운 발견을 했다. 농부들을 상대로 일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농부들은 해야 할 일을 할 따름이었다. 젖소의 젖을 짰으며, 밭의 잡초를 뽑아 주었고, 사이사이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저녁이면 아코디언 연주를 즐겼다. 뭐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고 무엇이 놀이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산골 사람들은 "지금처럼 똑같이!" 하고 대답했다. 우유를 짜고 풀을 베며 옛날이야기와 음악을 즐기겠노라는 한

감칠맛이 난자신의 성공 비결을 털어놓으며 산장 주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등산로를 보세요." 그가 말문을 열며 계곡 아래로 이어지는돌투성이의 길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산장으로 오게 만들려면 벌써 포장을 했겠지요!" 그러나 그랬다면 산장의 마법은 씻은듯 사라졌으리라. "내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두 시간의 산행은피할 수가 없소. 대기업 총수가 두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면, 이곳이 낙원처럼 보일 것이고 와인 한모금 한 모금이 시구절과 같을 거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산장 주인에게서 그동안 까맣게 잊었던 여유로움을 되찾고 배고픔과 갈증을 진정으로 해소하는 느낌을 갖는것이다. 바로 그래서 산장 주인의 지인들은 거듭 이곳을 찾는다. "만약 내가 길을 닦아 놓았더라면, 내 치즈 맛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을

산장 주인이 그의 손님들에게 선물한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뭔가 모르게 허전함을 해소해주는 행복감이다. 또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으리라. 그는 손님들에게 순간의 오롯함을 맛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 같은 행복의 순간에서 우리는 일상의 근심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순전한 인생 그 자체‘를 사는 느낌을 갖는다.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이런 체험은 두뇌에 깊이 각인된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같은느낌을 맛볼 수 있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매 식사 전에 두 시간에 걸친 산행을 해야만한다거나 해도 좋은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흐트러지지 않는 주의력을 발휘하는 기술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필요한 것은 오직 사고방식의 철저한 전환이다. 항상 더 많이 하고 욕심을 내는 대신, 행복이란 무릇 바로 이 절제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 정말 제대로 맛볼 수 있는가 하는문제는 그 맛봄의 대상에 달린 게 아니다. 오히려 온전히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좌우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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