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관련된 개념의 차이도 있다. 독일어로 ‘여가‘는 ‘프라이차이트Freizeit‘다. 우리에게 ‘여가‘는 열심히 일하고 ‘남는 시간‘이라는 뜻이강하다. 그러나 독일어의 프라이차이트는 ‘남는 시간‘이 아니다. ‘자유시간‘이다.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란 이야기다.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있다. 우리에게 여가나 휴식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free from‘를 뜻하는 소극적 자유에 가깝다. 그러나 독일의 프라이차이트는 ‘무엇을 향한 자유tree to ‘인적극적 자유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휴식은 적극적 자유의 시간이 된다. 추구하는 삶의 목적과 휴식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이야기다. 휴식이 진정한 삶의 힘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몇 년 전 이탈리아의 심리학자들이 티롤 남부지방산촌농민들의생활 습관을 연구하고 놀라운 발견을 했다. 농부들을 상대로 일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농부들은 해야 할 일을 할 따름이었다. 젖소의 젖을 짰으며, 밭의 잡초를 뽑아 주었고, 사이사이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저녁이면 아코디언 연주를 즐겼다. 뭐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고 무엇이 놀이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산골 사람들은 "지금처럼 똑같이!" 하고 대답했다. 우유를 짜고 풀을 베며 옛날이야기와 음악을 즐기겠노라는 한

감칠맛이 난자신의 성공 비결을 털어놓으며 산장 주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등산로를 보세요." 그가 말문을 열며 계곡 아래로 이어지는돌투성이의 길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산장으로 오게 만들려면 벌써 포장을 했겠지요!" 그러나 그랬다면 산장의 마법은 씻은듯 사라졌으리라. "내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두 시간의 산행은피할 수가 없소. 대기업 총수가 두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면, 이곳이 낙원처럼 보일 것이고 와인 한모금 한 모금이 시구절과 같을 거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산장 주인에게서 그동안 까맣게 잊었던 여유로움을 되찾고 배고픔과 갈증을 진정으로 해소하는 느낌을 갖는것이다. 바로 그래서 산장 주인의 지인들은 거듭 이곳을 찾는다. "만약 내가 길을 닦아 놓았더라면, 내 치즈 맛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을

산장 주인이 그의 손님들에게 선물한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뭔가 모르게 허전함을 해소해주는 행복감이다. 또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으리라. 그는 손님들에게 순간의 오롯함을 맛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 같은 행복의 순간에서 우리는 일상의 근심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순전한 인생 그 자체‘를 사는 느낌을 갖는다.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이런 체험은 두뇌에 깊이 각인된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같은느낌을 맛볼 수 있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매 식사 전에 두 시간에 걸친 산행을 해야만한다거나 해도 좋은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흐트러지지 않는 주의력을 발휘하는 기술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필요한 것은 오직 사고방식의 철저한 전환이다. 항상 더 많이 하고 욕심을 내는 대신, 행복이란 무릇 바로 이 절제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 정말 제대로 맛볼 수 있는가 하는문제는 그 맛봄의 대상에 달린 게 아니다. 오히려 온전히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좌우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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