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은 너무 쉽고 가볍다. 명함을 주고받아도 연락 한 번 하지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데 이름은 어찌 외울 수 있단 말인가. 휴대전화 인터넷이다 관계의 폭은 무척이나넓어졌다. 하지만 그중에 진짜배기들은 누구일까? 잠깐 만나도 삶의 태도를 크게 바꿔주는 귀인이 있을 수 있고, 늘 만나지만 크게감흥이 오지 않는 인연이 있을 수도 있다. 꼭 누군가의 연락처에저장되지 않아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ㅕ그때 선생님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프랑스어를 쓰는 할머니보다 프랑스어도 쓰고, 일본어도 쓰는할머니가 더 멋질 것 같아서."
할머니 하면 늙고 초라함을 먼저 떠올렸는데, 멋진 할머니도 될수 있는 거였다.
몇 년 전,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지닌 문화혁신가 50인의 청년들이 각국에서 모인 자리였다. 긴장된 첫 만남 시간, 엉뚱하게도 지금의 자신이아니라 어렸을 적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한마디씩 하도록 했다. 우주비행사, 최고의 악당, 대통령, 발레리나 등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다른 대답들이 난무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가 고민이 되었다. 내 차례가 닥치자 순간적으로 ‘좋은 할머니‘라는 대답이 나왔다.
야마오산세이의 더 바랄게 없는 삶이란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사건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만한 한 그루의 나무가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나무가 아닐 수도 있다. 풀일 수도 있고, 어느날의 저녁 해일 수도 있고 어느 강일 수도 있다."
풍경이란 사건이다. 참 멋진 표현이다. 그저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그냥 그 자리에 있는 멈추어진 상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이기도 하다니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