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사람이 될기껏해야 과학교양서였지만 꾸준히 읽으니 배운 게 없지는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느꼈다. 때로는 짜릿한 지적 자극과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 과학 공부가 그런 맛이 있는 줄은 몰랐다. 먹는 것은 몸이 되고 읽는 것은 생각이 된다. 나는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 내 자신을 귀하게 여긴다. 다른사람에게 너그러워졌다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졌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덜 무섭다. 인간과세상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품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떤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따져 본다. 인문학의 질문을 다르게 이해한다. 오래 알았던 역사이론에 대한 평가를 바꾸었고,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책을쓴 철학자를 존경하게 되었다. 꽃과 풀과 나무와 별에 감정을 이입한다. 오로지 과학 공부 덕은 아니겠지만 과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이야기를 하려고 이 책을 썼다.

용기를 북돋워 주는 문장도 만났다. "과학은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문과라도, 나이를 먹었어도, 과학을 할 수있다는 말이다.

어떤 과학 이론은 그저 신기했다. 아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신기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 주었다. 나는 다음과같은 말에 마음이 끌렸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 정보를 담은 문장들이다. ‘내 몸과 똑같은 배열을 가진 원자의 집합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
‘정신은 물질이 아니지만 물질이 없으면 정신도 존재하지않는다.‘ ‘자아는 뇌세포에 깃든 인지 제어 시스템이다.’ ‘내몸을 이루는 물질은 별과 행성을 이루는 물질과 같다.‘ ‘지구 생물의 유전자는 모두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씌어 있다.‘
‘태양이 별의 생애를 마칠 때 지구 행성의 모든 생명은 사라진다.‘ ‘모든 천체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우주 전체가 종말을 맞는다.‘
과학은 스스로 발전했고, 인문학은 과학을 껴안으면서전진했다. 둘이 늘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다. 인문학은 과학의 사실을 즉각 받아들여 활용하기도 하지만 완강하게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은 인문학보다 힘이 세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물질의 증거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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