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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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만 봐도 설레이던 기억부터 , 예쁜 편지지를 고르러 다니던 추억들이 몽글몽글 올라오게한 반가운 책. 손편지의 힘과 위로, 용기… 다시 편지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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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 때문에 글월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창에 담긴 아늑함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시간이 더 이상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지금 효영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었다.

1초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시대에 편지엔 어떤 힘이 남아 있는 걸까. 사장인 선호도 편지지와 펜팔서비스로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진 못했다. 편지로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은커녕, 요즘 젊은이들은 따뜻하고 위로되는 말을 주고받는 걸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선호는 전략을 세워 글월만의감성이 담긴 항수나 노트, 만년필 등을 함께 판매하고있었다. 편지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이번처럼 편지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의 전략이 필요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오늘의 기분이 영원은 아닐 거야.
영원이 아닌 것들에게 내 소중한 하루를 넘겨주지 않을 거야."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예요 13화에 나오는 대사요!

제가 사는 곳 건너편에는 편지지를 파는 편지 가게가 있어요.
가게 이름은 ‘글월‘인데, 글월이 편지를 높여 부르는 순우리말이래요.
평소에 무심코 쓰는 단어를 더 높이고 소중하게 부르는 단어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스마트폰 하나로 24시간 타인과 연결되는 세상에편지를 높여 부른다는 게 무슨 의미일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애먼 곳에 마음이 움직이면 행여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일하는 중에는 늘 감정을 단단하게 부여잡아.
그래서인지 요즘엔 ‘여백(餘白)이라는 게 소중해지더라.
아무것도 적어 넣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숨 쉴 공간 같은 거 말이야.

여백이 주는 휴식을 즐기고 나면,
나한테도 가끔 무방비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시구 한 줄에 마음이 동(動)하는 순간이오는 거야.
널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 흠뻑 젖게 하는 것,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되고, 밤새 우주를 유영하게 하는 것.
그런 걸 찾으려면 한 번쯤 한없이 여리고 약해져도 돼.
무용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실은 얼마나 유용한지, 너도 금방 알게될 거야.

"이거 비싼 거라며 깨지면 안 되는 거 아냐?"
"깨지면 깨지는 거지, 뭐 어떠냐. 효영아, 너 내가 좋아하는 시 알지? 산산조각이 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최근에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장부터 흥미를 끄는 문장이 있었거든요.
가이 대븐포트라는 작가의 읽기에 관하여]라는 에세이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그 책을 읽은 방에, 의자에, 계절에 달라붙는다는문장이었어요.
인간이 책을 읽은 시간과 공간을 총체적으로 기억하게 된다는 말에,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나의 글도 편지도 누군가의 시공간에 함께 남는다면 무척 근사한일일 것 같아요.

글월에도 종종 편지지 모양이나 무늬, 색 등을 보며 자기 과거를 소환하는 손님들이 있다. 결국 글이라는 건 과거라는 우물에서 길어 올린물한동이라는 재료가 필요했다. 서툴고 부끄러워도 물 한 동이를퍼내야 다음 할 말이 차올랐다. 그렇게 과거라는 우물을 정화한 사람은현실에서도 자기 마음을 투명하게 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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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면 진정으로 얻게 될 거대한평안 속에서 쉬면 되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영혼이다시 새롭게 살아나갈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살아생전에 연구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들과 토론해보고 싶었던 주제로 대화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게 어디 있겠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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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부터 삶에 책을 들이고 2021년 5월부터 삶에글을 들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차곡차곡 일과 삶의 대전제들, 즉 변하지 않고 사고의 기준이 되어줄 것들을 쌓아왔습니다. 문장을 수집하기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기도 하면서요. 돌이켜보니, 어머니의 말들, 삶의 고유성과 구체성을 이야기하는 것, 타자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이 되어보는 것, 불행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해피 어버이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책기둥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생의목격자 양천도서관이 일러준다. 너무 멀리 가지 말 것. 헛수고와 헛걸음으로 우연 앞에 나를 풀어둘 것. 어디를 가야자기 존재가 피어나는지 몸은 안다. 10년 후 모습을 만들어가기보다 10년 전 모습에서 멀어지지만 않아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무례하니까. 책은 사랑을 앗아가며 어디론가 사람을 치우치게 하니까. 벽만 바라봐서 벽을 약하게 만드니까.
벽에 창문을 뚫고 기어이 바깥을 넘보게 만드니까."(문보영「책기둥」 부분)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해방이다. 인터넷에서 인종차별 철폐 집회 사진을 봤는데 흑인이 든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써 있었다. ‘평화는 백인의 단어다. 해방이 우리의 언어다.‘ 모아놓고 나니 이 책에도 해방이란말이 꽤 여러번 등장한다. 읽는 사람이 되고부터, 즉 고정된 생각과 편견이 하나씩 깨질 때마다 해방감을 느꼈기에쓴 것 같다. 나도 해방을 우리의 언어로 삼는다. 비록 앎이주는 상처가 있고 혼란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무지와 무감각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의 무신경함이누군가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으며, 적어도 약자의 입막음이 평화가 아님은 알게 되었다. 더디 걸리더라도 배움을 통한 해방은 내적 평안에 기여하고 낯빛과 표정을 바꿔놓는다고 믿는다. 해방은 평화를 물고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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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며 피해 간다. 이처럼 개구리와 두꺼비는 살아가면서 여러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삶의 지혜를 얻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들은 자식이나 이웃에게 그들이 얻은 지식과 지혜를 나눠줄 줄 모른다. 새로 태어나는 개구리와 두꺼비는 모두 각자 스스로 경험하고 알아서 터득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은 이 세상 모든동물과 다르다. 이전 세대가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구전 또는 기록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우리는 세대마다 시행착오와 발견을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출발선을 이전 세대가 전진한 곳까지옮겨놓고 거기서 시작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 세계에도 배움은 넘쳐난다. 그러나 가르침 teaching은 거의 없거나 매우 드물다.
이제 곧 둥지를 떠나야 할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듯 보이는 어미 새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딱히 가르치는 것 같지 않다. 둥지에서 저만치 먼저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아 새끼가 날아 나올 때까지 기다릴 뿐,

Consilience는 한마디로 ‘지식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이것은옛날 어느 교수가 과학과 그 방법론에 관해 가졌던 철학을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그의 동료들이 과학을 이용해 모든 것을 지극히 작은 단위들로 쪼개는 데 여념이 없어전체를 보지 못함을 걱정했다.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른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으며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채 그들을 분리하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의 이유가 손상될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이 같은 관점을 잃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래야 모든 과학이 개념적으로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이긴하지만 와인에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말이며 우리 네 사람의
뜻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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