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라는 단어가 ‘위생 관리‘로 바뀌고, 또다시 ‘환경 서비스‘로 바뀌었죠. 그리고 ‘변소‘는 ‘욕실‘과 ‘세면실‘을 거쳐
‘화장실‘로 바뀌었고, ‘깜둥이‘가 ‘흑인‘으로, 그리고 ‘아프리카계미국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단어 혹은 용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가는 현상은 사회, 문화, 그리고 기술의 변화를 반영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언어 변천을 견인하는 요인들 중에서세대 교체와 기술 발전은 특별히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사회에서 양심이라는 단어가 자취를 감추는 과정에서 그를 대체한 말이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기껏 떠오르는 말은 ‘쪽팔리다‘라는 비속어 정도였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에 따르면,
이 말은 1980년에 출간된 소설가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에서불량배들이 사용하는 은어로 소개되어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비로소 사전에 등재되었다. "좋지 않은 일로 여러 사람에게 얼굴(쪽)이 알려져 기분이 몹시 상하다"는 뜻인데, 나는 개인적으로인터넷의 보급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덧비속어와 욕설이 일상어로 쓰이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요즘엔 남녀노소 누구나 ‘쪽팔려‘를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다. 어떤 면에서는 ‘쪽팔리다‘가 양심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는 것도

신경철학자 퍼트리샤 처칠랜드(Patricia Churchiland)는 그의 저서 《양심: 도덕적 직관의 기원》에서 양심은 신이 우리 안에 심어놓은 신학적 실체가 아니라우리의 신경회로망에 뿌리를 둔 뇌의 구성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양심은 절대 확실한 게 아니며, 뇌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발달하고 인정과 불인정에 민감하다. 따라서 "나쁜 습관, 나쁜 친구, 나르시시즘의 시대정신에 의해 뒤틀릴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 본성은 형이상학적으로 설치된 게 아니라 실험과 경험에 의해 다듬어진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네트워크에 경험의 영향을극대화하려면 태어날 때 신경세포의 연결은 자궁 밖에서 생명을유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최소한이어야 한다. 신경세포는 경험으로 익힌 바를 부호화할 때 발아하고 확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인간 신경세포의 소형화는 이런 점에서 매우 탁월한 진화적 적응이다. 사회성 포유류는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배경에는 양심의 힘이 존재한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룰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명예는 밖으로 나타난 양심이며, 양심은 안에 깃든 명예이다"라고 설명한다. 평생 대학교수로 살다가 난생 처음 국립생태원이라는 국가기관을 운영해 보고 그 경험을 적은 책 《최재천의 생태 경영》에서 나는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상호허겁相互虛)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자꾸만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고 홀로 거머쥐려는 속내를 내보인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관찰해 온 자연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연에서제일 먼저 배울 게 있다면 이 약간의 비겁함이다"라고 적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다. 모두 수시로 제발 저리는 세상을 꿈꾼다. 양심과 명예가 살아 숨 쉬는 그런 세상.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강 소설 《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이해하면 움직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가왔다고 봅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이거 심각한데. 그냥 있다가는큰일 나겠는데‘, 그러고 말 일이 아니라는 거죠. 부디 주변에 알리고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이해하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정말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가 왔습니다."

추격할 때의 전략과 추격을 끝내고 난 다음의 전략이 똑같으면 될까요? 달라야 합니다. 우리가 추격했던 나라들은 한결같이응용과학도 잘하지만 기초과학에도 투자를 아낌없이 해왔어요.
그렇기에 선진국이고, 앞서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어느 순간 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기초과학에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을 써야 그 위치를 유지할수 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여전히 똑같은 전략을 쓰고 있단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끊임없이 쫓아갈 뿐이에요. 우리가이끌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자기 비하를 합니다. "아직 안 돼. 아직 더 따라가야 돼."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상당 부분 따라잡았어요.

이런 생각을 갖는 데는 아마도 노벨상이 가장 큰 이유이지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요. 일본은 20여 명이 노벨과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본 과학에 너무 주눅들어 있는 것 같아요. ‘일본은 스무 명 넘게 받았는데 우리는 한 명도 못 받았다, 우리는과연 과학선진국일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일본과 한국의 과학 수준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생각합니다.

노벨상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업적을 많이 내는 연구자에게 주는 상이 아닙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우리나라 언론은 올해 노벨상을 받을 것 같은 학자들을 소개해요. 저는 매번회의적인 생각을 합니다. 그 학자들은 논문의 인용도가 높아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노벨상은 그런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닙니다. 노벨상위원회는 학자를 먼저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 상을 줄지를 결정하죠.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 관련 분야에 상을 주기로 결정하면, 그 분야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나 최초로 논문을 쓴 사람을 찾아 상을 수여합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신기하게도 그 끝에 종종 일본 학자가 있어요. 일본 사람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오타쿠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의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는 속성을 갖고있어요. 그리고 사회도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그래서 일본 학자들이 스무 명 넘게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것이 곧 일본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투유유(屠吻, Tu Youyou)라는 여성학자가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말라리아를 치유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개똥쑥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하는 데 성공해서 받았죠. 그학자는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정부에서평생 충분한 연구비를 줬기 때문에 이런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고요. 그 학자는 북경대 교수도, 칭화대 교수도 아닙니다. 변방에있는 한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충분한 연구비? 그렇다고 매년 10억 원씩, 100억 원씩 연구비를 받은 것도아닙니다. 그 학자가 말한 충분한 연구비는 조금씩이라도 끊김없이 지원해 줘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제가우리 연구재단에 개똥쑥을 연구해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연구비 신청을 하면 그냥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 개똥쑥이 뭐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날 강연에 아오키 교수가 참석했지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는데 내일 본인 학교에 와달라고 해서 다음 날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자기가 연구하는 것들을 보여줬는데,
말하자면 여전히 진딧물 뒷다리 털을 세는 수준이었습니다. 10년전, 20년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발견을한 사람이지만, 여전히 같은 흐름의 연구를 하고 있었고, 일본 정부에서는 그런 연구에 연구비를 계속 지원해 줬습니다. 사실 30년 전에 쓴 논문이나 지금 논문이나 보면 비슷하지만 그렇게 이어가는 것입니다. 연구비도 끊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한국에서 연구비가 끊기지 않고 잘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탁월한 능력이 있느냐 하면, 매번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처럼연구비를 신청한다는 점입니다. 실은 똑같은 선상의 연구를 하는데, 마치 새로운 연구를 하듯이 잘 포장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이미 한 연구를 앞으로 할 것처럼 포장해서 연구비를 신청하기도합니다. 그래야 2~3년 동안 차질 없이 논문을 발표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비를 받을 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최재천 교수 연구는 다 좋은데 솔직히 안 해도 그만이잖아그렇습니다. 제 연구는 안 해도 그만입니다. 저는 까치, 긴팔원숭이, 돌고래를 쫓아다니는데 제가 그런 연구를 안 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망할 리 없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잠시 정적이 흐른 다음 심사위원장이 "그럼 의견이 모아진 걸로 알고 넘어가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늘 그렇게 힘없이 탈락했습니다.
기초과학을 위한 연구비는 규모 자체가 클 필요 없습니다. 기초과학은 꾸준히, 끊기지 않고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까치 연구를 25년 넘게 해오고 있어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박새 연구를 100년이 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은 연구비를 끊임없이 제공했기 때문에 옥스퍼드대학교는 100년이 넘는데이터베이스를 갖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 경험과 연구를바탕으로 저는 호주제 폐지 운동에참여했습니다. 자연계에서는암컷 중심의 질서가당연시되는데, 인간사회에서만남성 중심의 제도가 옳다고여기는 것은 명백한 모순입니다.
결국 호주제 폐지는 이루어졌고,
저는 이 변화에 기여한 것을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진화는 철저하게 상대적인 현상입니다. 혼자서 "내가 진화할 거야" 하며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관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자꾸 세상을 내 관점뿐 아니라 남의 관점에서 보는 훈련을 계속해야 합니다. 사실 저도 답답했어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싶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사람 입장에서는 더황당했을 것입니다. 남녀 차별이라는 걸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는데 드디어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뭐 말도 안 되는 가부장적얘기를 막 해대니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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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춥지 않아 자주 산에 갈 수가 있었다. 딸네 차를얻어 타고 가는 거니까 등산은 아니다. 주위에서 겨울 등산이좋다고 권유하는 사람도 있고, 나도 은근히 유혹을 안 느끼는건 아니지만 따라나섰다가 혹시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이 생길까봐 엄두가 안 난다. 뭘 하려도 제일 먼저 내 몸의 눈치를 보게 된다. 괜찮겠느냐고 상의를 할 적도 있다. 내 몸이 썩 자신있어하지 않는다고 여길 때의 느낌은 바로 엄두가 안 난다고말할 수밖에 없다. 몸을 아껴서가 아니라 내 몸이 나 아닌 남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일이 생길까봐 두려워서이다. 그 일만은 최선을 다해 막아보고 싶으니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자주 생긴다. 늙는 거란,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거로구나

나는 도둑이 즉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귀금속이나 모피는 갖고 있지 않다.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은 다 갖추고 살지만 그나마 다 구닥다리다. 작동이 안 될 때까지는 쓸 작정이다. 이만하면 문 열고 살아도 될 것 같다. 십만원 내외의 현금이 떨어진 적은 별로 없으니까 혹시 모르고 들어온 도둑이 있어도 허탕은 치지 않을 것이다. 도둑이 무서워서 문만 열면 흙이나 잔디를 밟을 수 있고 숲이나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시골집에서 살 수 있는 꿈을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귀중품이 없이 산다는 것도 가난스럽기는커녕 내가 누리는 가장 큰 호강 중의 하나로 꼽아주고 싶어진다.
꿈을 꿀 수 있는 한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다.

내가 끼고 살던 물건들은 남 보기에는 하찮은 것들이다.
구식의 낡은 생활필수품 아니면 왜 이런 것들을 끼고 살았는지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추억이 어린 물건들이다. 나에게만 중요했던 것은, 나의 소멸과 동시에 남은 가족들에게처치 곤란한 짐만 될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단순 소박하게 사느라 애썼지만 내가 남길 내 인생의 남루한 여행 가방을 생각하면 내 자식들의 입장이 되어 골머리가 아파진다.

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내가 일생끌고 온 이 남루한 여행 가방을 열 분이 주님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 앞에서는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고 눈가림도 안 통할테니 도리어 걱정이 안 된다. 걱정이란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궁리할 때 생기는 법이다. 이게 저의 전부입니다. 나를숨겨준 여행 가방을 미련 없이 버리고 나의 전체를 온전히 드러낼 때

꼭 봐야 한다는 이이화 소장의 뜻을 좇아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요양으로 갔다. 이소장이 백탑에 이끌린 것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에 나오는 「호곡장」에서 연유한 듯했다. 『열하일기』에서 연암은 멀리 백탑을 바라보면서 ‘내 오늘에 이르러 처음으로 인생이란 본시 아무런 의탁함이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돌아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 아, 참 좋은 울음터로다. 가히 한번 울만하구나‘라고 적고 있다. 내가 인용한 것은 고전 국역 총서의번역이지만 그중 「호곡장」에 대해선 딴 의견도 많은 듯했다.

‘울고 싶어라‘ 하기도 하고 ‘울 만하다‘ 하기도 해서, 어떤 번역이 맞는가보다는 왜 울고 싶어했는지, 정확한 ‘호곡장‘의 의미와 만나고 싶은 거였다. 벽돌에 감격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오는 걸로 봐서 벽돌로 지은 웅장하고도 조화로운 백탑에 감동을 했을 수도, 광활하고 기름진 대지가 눈물이 나도록 부러웠을 수도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지, 정작 백탑을본 느낌은 그저 그랬다. 마침 환경을 정비하고 있어서 건축미를 감상하기엔 너무 주위가 산만했고, 거대한 건축물을 하도많이 봐온 눈엔 웅장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호곡장‘과 연암의 ‘호곡장‘은 일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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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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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후가 변했어. 봄과 가을이 아예 없어지고 있는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틀린 말이다. 일제 강점기(1912~1940)와 요즘(1991~2020)을 비교하면 추운 겨울은 22일줄고 시원한 가을은 4일 줄었으며, 더운 여름은 20일 늘고따뜻한 봄도 6일이나 늘었다. 봄과 가을은 없어지고 있지않다.
크기와 숫자를 근거로 의심하고 질문할 때도 따뜻하고 예의 바르고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발은? 오로지 발에만 우리 뼈의 4분의 1인 52개의뼈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손뼈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발뼈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엄지발가락은 엄지손가락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껏해야 방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집어 올릴 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엄지발가락이 쥐는 역할을 포기한 까닭은 두 발로 걷기 위함이다. 엄지발가락으로 지구를 밀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발뼈가 아깝지 않도록, 차를 타는 대신 많이 걷자. 그게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이세돌이 사용한 1,680킬로칼로리 (kcal)는 1.194킬로와트시(kWh)다. 알파고는 이세돌보다 에너지를 5만 배나 더 사용한 셈이다. 인공 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물론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하나가 인간 5만 명만큼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미 제4차 산업 혁명 시대는 시작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석유와 석탄 같은화석 연료는 한계에 달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지구 가열과 기후 위기 문제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다.

제4차 산업 혁명의 성공 여부는 인공 지능의 발전만큼이나 새로운 에너지원, 깨끗한 에너지원을 찾는 데 달려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확진자는 거의 사라졌지만 ‘확찐자‘는 늘었다. 그렇다고 체중을 줄이고자 헬스장에 갈 필요는 없다. 운동보다 바둑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악기를 배우면 에너지 소모는 급격히 늘어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인공 지능에만 의존하지 말고자신의 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그게 지구를 지키는 길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향유하려면 일단 뇌를 먼저 쓰자.

왜 갑자기 수컷이 늘었을까? 모른다. 하지만 다른 생물의 경우를 보고 미루어 가설을 세울 수는 있다. 바로 기후 변화다. 파충류의 경우 산란장의 온도가 새끼의 성별을 좌우한다. 악어류의 경우 둥지 온도가 32.5도에서 33.5도 사이인 경우에는 수컷이 태어나지만 온도가 그보다 높거나 낮으면 암컷이 태어난다. 거북이도 온도에 따라 새끼 성별이 달라진다. 두꺼비 성비의 변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예전엔 3월에 시작하던 봄이 요즘엔 2월에 시작하고 6월에 시작하는 여름은 5월에 시작한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태계가 채 적응하지 못한다. 두꺼비들이 우리에게 기후 변화를 어떡할 것이냐고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뭐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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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돌파하라 - 변화의 시대, 불안을 기대로 바꿔줄 43가지 지혜의 도구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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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에 따르면,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스콜레schole, 즉 여가시간에서 나타납니다. 일을할 때는 자유인과 노예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주어진 시간에 맡은 업무를 마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일에서 놓여난 순간, 자유인은 자기다움을 가꾸는 활동들에 매달립니다. 감성을 키우려 시나 예술에 빠져들고, 고귀한 영혼을 갖추기위해 사상을 연구하며, 건강을 위해 몸을 관리하는 식으로말이지요. 노예들은 어떨까요? 그들에게 여가란 ‘노동하지않아도 되는 시간‘일 뿐입니다. 때문에 한없이 늘어져 무료하게 지내거나, 술이나 노름 같은 중독거리에 빠져 괴로운현실을 잊으려 하지요.

1782년, 현악 4중주 제14번 G장조 K.387을 작곡한 모차르트에게는 연주자 네 명이 있어야 했다. 2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곡을 연주하려면 연주자 네 명이 필요하다. 이는 바이올린의 생산 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삶의 어떤 요소들은 효율성을 높이려는 온갖 시도에 저항한다. 냉장고나 자동차와는 달리, 역사 수업이나 의사가 면 대면으로 실시하는건강검진은 효율성을 마냥 높일 수 없다. (뤼트허르 브레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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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 속에서 진화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행복하다. 자연 속에서 20초만 머물러도 심박수가 떨어진다.
5분이면 혈압마저 내려간다. 놀랍게도, 병실 창에서보이는 나무는 환자의 수술 회복을 촉진한다.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나무를 볼 수 있는 환자는 돌담만 보는 환자보다 평균적으로 하루 더 빨리 퇴원한다고 한다. 게다가 진통제 복용량을 측정한 결과통증을 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간호사들로부터 정서적으로 더 회복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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