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에 따르면,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스콜레schole, 즉 여가시간에서 나타납니다. 일을할 때는 자유인과 노예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주어진 시간에 맡은 업무를 마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일에서 놓여난 순간, 자유인은 자기다움을 가꾸는 활동들에 매달립니다. 감성을 키우려 시나 예술에 빠져들고, 고귀한 영혼을 갖추기위해 사상을 연구하며, 건강을 위해 몸을 관리하는 식으로말이지요. 노예들은 어떨까요? 그들에게 여가란 ‘노동하지않아도 되는 시간‘일 뿐입니다. 때문에 한없이 늘어져 무료하게 지내거나, 술이나 노름 같은 중독거리에 빠져 괴로운현실을 잊으려 하지요.
1782년, 현악 4중주 제14번 G장조 K.387을 작곡한 모차르트에게는 연주자 네 명이 있어야 했다. 2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곡을 연주하려면 연주자 네 명이 필요하다. 이는 바이올린의 생산 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삶의 어떤 요소들은 효율성을 높이려는 온갖 시도에 저항한다. 냉장고나 자동차와는 달리, 역사 수업이나 의사가 면 대면으로 실시하는건강검진은 효율성을 마냥 높일 수 없다. (뤼트허르 브레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