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끝이 비극일지 희극일지를 여기서말할 생각은 없다. 첫째, 결론을 말하는순간 모든 이야기는 시시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둘째, 그렇게 해야 당신을 이이야기에 동행시킬 가능성이 조금은 커지기 때문이다. 셋째,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변명을 하자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알수 없는 일이다.

편도체가 작으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공포심을 잘모르는 거다. 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소리다. 두려움이란 생명 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나는 운이 더 나빴다. 공포심 둔화외에 나처럼 전반적인 감정 불능까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불행 중 다행은 이 정도로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도딱히 지능 저하의 소견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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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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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긴장을 녹이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마음 깊이 감춰놓은 삶의 이야기를 어머니 앞에서만큼은 풀어놓곤 했습니다. 잘 듣지 못하시는데도 말이지요. 장애는 마음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데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않았고, 어머니는 이를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통과 한계는 흔히 한 존재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이를 용기있게 마주 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상처마저 잘 녹이고 곰삭혀 사랑으로 내놓는다는 삶의 진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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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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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인 것은 끊임없이 일반적인 것을 지향하고, 뜻밖의 놀라움은 신뢰를 지향한다. 위기는 안정을 지향한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예기치 않은 것과 예외적인 것의 의미는 "하느님은 예외적이고, 예기치 못하게 놀라게 하는 분이셔!"라는 의미가 아니라 반대의미다. 즉 "하느님이 행하신 일 봤지. 그러니 보통의 일상에서도하느님을 신뢰할 수 있단다. 지금은 네 믿음을 위해 하느님이 네게 보이셨을 뿐이야"이라는 것이다.

계시의 역설은 예외적인 것과일상적인 것의 긴장에 있다. 놀라움과 신뢰, 순간과 지속, 위기와안정. 이것은 서로 모순되는 측면들이다. 우리는 이런 조화로운대립을 긍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이런 조화로운 대립 없이는 우리 삶은 그다지 아름다움도 힘도 지니지 못한다. 내가 계시의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계시의 순간은 그 순간으로 끝나버리고 지속성을 지니지 못한다. "경험에서 배웠다"는 표현이 있듯이, 경험은 뜻밖의 것이지만, 배운 것은 지속적이다.

모든 위기는 우리는 삶을하물며 자신의 삶도ㅡ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계시는 위기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다.
지금까지의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 하느님에 대한 경험은 그 누구도 그리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계시는 전환점이 된다. 삶을 변화시킨다. 하느님과 자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은 도망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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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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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015년까지, 웹사이트 한 페이지의 무게가 115배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50 약간의 변주도 가능하다. 텍스트 하나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출력은 2~3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명령행‘을 점점 더 많이 소화하느라 컴퓨터들은 쉼 없이 고군분투해야 하며, 사용자들은 기기를 좀 더 나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교체하게 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왜 컴퓨터의 수명이 지난 30년 동안 11년에서 고작 4년으로 확 줄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논리적인 결과로,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는 호모데트리투스Homo detritus, 그러니까해마다 에펠탑 5000개의 무게에 맞먹는 전자폐기물을 생산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류세의 낙인은 단순히 기후 온난화와 대양의 산성53화에서만 읽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동물계,식물계, 광물계의 쓰레기가 제멋대로 혼합된 이질적인 폐기물의 축적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네 단계를 거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회수할수 있는 것은 최대한 회수하라, 수선 가능한 것은 수선하라, 수선한 것은 다시 쓰라, 새로운 것으로 재생산하라.

가령 스마트폰 한 대를 팔 때, 기업은 확연하게구분되는 두 가지 권리를 양도하는데, 첫째, 판매하는 기기의 소유권,
둘째, 그 기기가 작동되도록 해주는 시스템(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이용허가권이다. 소비자는 돈 주고 구입한 물건의 주인이긴 하나, 그 기기내부에 깔린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소유권을 가진 게 아닌 사용 허가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문제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소비자는소유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미국 기업 존디어는 이러한 논리에 따라 고객들에게 그들이 구입한 트랙터를 수리할 권리를 금지했다. 고객이 수리를 할 경우, 기업이 가진 프로그램 소유권에 저촉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2020년, 애플사는 지정 수리점에만 아이폰 12의 카메라 부품 교체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전략의 응용 버전을보여주었다. 5어떤 상품이 되었든 거기에 깔려 있는 프로그램은 "그러므로 판매자에게 누가, 언제, 얼마의 비용으로 수리를 맡기게 될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주는 셈이며, 요즘 물건들은 수리 자체가 불가능할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소비자는 할 수 없이 새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고 아이픽스잇iFixit(전자 제품 수리에 도움을 주는

독일과 미국에서 25년 전에 생겨난 이 운동은 ‘하나의 물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면 당신 스스로 만들어보라!‘는 외침에 화답하기 위해 전 세계에 산재한 수천 개의 ‘파브랩Fablab‘5‘으로 확산. 이전되고 있다. 선구자적인 이 같은 공동체 공간에 최근엔 수천 개의 리페어 카페‘들이 가세하고 있다. 리페어 카페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자기가 가진 전자 제품을 수리받을 수 있다.

이는 2009년, 마르티너포스트마의 주동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으로 생겨나 이제는 가히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우리는 마르티너 포스트마를 2020년에 만났다. 리페어 카페 덕분에 해마다 전 세계에서 350톤의 전자폐기물 발생이 억제되고 있다고 자랑하는 이 전직 기자는 "소비자들이 수리된 상품이 좋은 것임을 깨닫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커피메이커나 휴대폰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장담한다.

요스트 더 클라위버르는 보상 체제를 정착시킴으로써 새로운 모델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삼성 같은 기업이 스마트폰을 팔 때, 아프리카로부터 휴대폰을 재수입하는 비용을 지불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벌써 KPMG인터내셔널, ING은행, 액센츄어 같은 기업들과 네덜란드 행정 기관들(암스테르담시, 위트레흐트시, 흐로닝언시)로 확대되었는데, 이들은 직원들의 업무용으로 수천 대의 휴대폰을구입했다. 이러한 성과는 이들 기업들과 행정 기관들에게는 책임감 있는 주역이라는 명성을 가져다주고 요스트 더 클라위버르에게는 중고휴대폰 역수입 활동의 수익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대적으로 페어폰 상표의 전화기를 구입해야할 것이다. 페어폰은 2013년부터 최초로 이른바 ‘윤리적‘ 스마트폰을상용화했다. 네덜란드 국적의 페어폰은 암스테르담의 에이하번 항만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는 2020년 겨울에 그곳을 찾았다. 저마다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수십 명의 엔지니어들과 영업 사원들이 여유가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무대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화기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라면, 그건 우선 기업이 전화기에 들어가는 금속이 ‘윤리적인‘ 방식으로채굴되도록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휴대폰을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신경을 쓴다. "우리는 우리 전화기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기기를 적어도 7년에서 8년가량 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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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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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여기에서 두 요소가 환상적인 변증법으로 맞물린다.
바로 ‘친숙한 것과 뜻밖의 것‘이 그것이다. 이 둘이 합쳐져 조화로운 대립을 이룬다. 이 두 요소가 ‘조화‘로운 것은 대립적인 것이 합쳐져 하나의 전체가 되기 때문이다. 한쪽은 다른 한쪽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대립적인 것 중 하나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익숙한 패턴 없이 뜻밖의 것만 있으면 ‘자의적이게‘ 된다. 반대로 뜻밖의 것이 없이 익숙한 것•뿐이면 ‘지루해진다‘. 대립의 조화가 깨질 때, 이 두 가지 나락이 열린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는 이런 원칙을 탁월하게 활용했다. 모차르트의 많은 모티브는 아주 자명하게 느껴져서, 전혀 알지 못하는 곡인데도 곧장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친숙하게 느껴진다 싶으면 곧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음악을 들을 때의 묘미다. 음악의 매력이다. 규칙적이고 정돈된 패턴과 예기치 않은 불확실한 것이 교대된다. 우리는 음악을들을 때 늘 짧은 시간 전에 속으로 ‘멜로디를 선취한다? 다음 순간 무슨 소리가 들릴지 기대하는 것이다. 기대가 충족될까 하는 긴장이 조성 된다. 말하자면 듣고 싶어. 귀가 간질간질 한 것이다.

아름답게 다가오는 모든 지각의 공통점은 이렇듯 기대와 기대충족 경험이 상호작용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기대가 충족될 때친숙함을 느낀다. 충족감이 너무 드물게 경험되면 혼란스럽다. 음악에는 친숙한 것과 뜻밖의 것이라는 양면성이 공존한다. 익숙하기만 하면, 그 진행이 미학적인 관점에서 진부하고 자극이 없고평범하게 느껴진다. 이런 음악은 우리의 미학적인 감각에 거슬린다. 별로 요구받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익숙함이 너무 없으면 종잡을 수 없는 것에 무방비로 맡겨지는 느낌이 나서, 미학적인 감각이 당황한다. 듣기가 힘들어진다.

좋은 바이올린이어야만 친숙함과 낯섦, 친밀함과 저항의 상호작용이 유지된다. 그러므로 좋은 울림은 발타자르 노이만의 건축물과 같은 원칙에 근거한다. 익숙하고 친숙한 것뿐이면 영감이 없다. 이질적이고 낯선것뿐이면 소통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삶의 예술가가 될지 소비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한다.
소비자는 아무것도 깨달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예술가는 어떤 법칙이 자신이 추구하고 원하는 것을 표현하도록 허락하고, 어떤 법칙이 그것을 금하는지 알아야 한다.

‘진부한‘ 관계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평온만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위기를 받아들이고 기회로 삼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무너지는 또 하나의 나락은 자의다. ‘제멋대로인‘ 관계는 전혀안정감이 없다. 이런 관계는 공명이 너무 강해서 현의 진동이 더이상 안정된 상태에 이를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첼리스트들은이런 악명 높은 음을 ‘늑대 소리‘라고 부른다. 늑대 소리는 현의 진동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앗아간다. 그 원인은 몸체의 주된 공명에있다. 진동하는 현은 빼앗기는 에너지를 미처 추가로 공급하지 못해 떨리며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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