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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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를 핑계로 마련한 술자리’를 뜻하는 하삭음河朔飮은 선비들의 복달임이다. 후한 말, 유송劉松이 삼복더위를 피해 하삭(중국 황하 북쪽 지방)에서 밤낮으로 술을 마셨던 고사에서 유래했다는데, 술 마실 핑계를 지어내는 애주가의 역사는 이리도 길구나 싶어 웃음이 샌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시원한 물가에 모여 하삭음을 즐겼다. 계곡에 가기도 했지만 선비들의 여름 놀이는 주로 호수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은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가르쳤기에, 연꽃을 보며 그간 오염된 마음을 씻는다 하여 세심洗心 놀이라고도 불렀다.

‘피서를 핑계로 마련한 술자리’를 뜻하는 하삭음河朔飮은 선비들의 복달임이다. 후한 말, 유송劉松이 삼복더위를 피해 하삭(중국 황하 북쪽 지방)에서 밤낮으로 술을 마셨던 고사에서 유래했다는데, 술 마실 핑계를 지어내는 애주가의 역사는 이리도 길구나 싶어 웃음이 샌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시원한 물가에 모여 하삭음을 즐겼다. 계곡에 가기도 했지만 선비들의 여름 놀이는 주로 호수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은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가르쳤기에, 연꽃을 보며 그간 오염된 마음을 씻는다 하여 세심洗心 놀이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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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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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내려 하지 않았던 게 조상들의 지혜다. 여름은 여름답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추운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주어진 오늘의 날씨만큼을 살아가려 했던 사람들. 자연에 순응하며 때를 기다리다 보면 곧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계절이 오리라는 걸 알았던 조상들은 예로부터 삼복을 쉬어가는 날로 삼았다. 초복, 중복, 말복은 긴 여름을 지나는 동안 멈추었다 가는 세 번의 간이역인 셈이다.

대서 뒤에 오는 입추立秋는 벼 이삭이 여물어가는 들판 위로 제비가 뒤집힌 포물선을 그리며 나는 계절. 하지를 기점으로 낮이 짧아지고는 있지만 그간 태양이 달구어놓은 땅의 열기가 남아 있어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의 운동과 땅의 계절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이처럼 지구의 복사열 때문.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이렇게 더운데 무슨 입추냐!" 하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추운데 무슨 봄이냐!" 했던 입춘과 대칭을 이루듯이.

입추에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늦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받은 벼가 어찌나 잘 자라는지 귀 밝은 개가 그 기척을 느끼고 짖을 정도라는 뜻이다. 실제로 입추 무렵은 벼의 성장이 대나무처럼 빨라지는 시기이자, 여태 길쭉이 자란 풀로만 보이던 벼에 볼록볼록 이삭이 패는 때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무슨 소리가 날까 싶지만,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들녘을 내다보며 흐뭇해했을 농부의 마음이 짐작되는 속담이다. 이 무렵부터 처서까지 비가 오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기에 과거에는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리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중에서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

열네 번째 절기 처서는 24절기 중 가장 귀여운 소개말을 가지고 있다. 짧은 문장을 가만히 읊어보는 동안 눈앞에 그림책 한 권이 펼쳐지는 것 같다.

-알라딘 eBook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중에서

처서處暑를 이루는 글자 중 더위 서暑 앞에 오는 처處에는 뜻이 많다. ‘멈추다’라는 뜻으로 읽으면 더위가 멈출 무렵이 되고, ‘머무르다’로 읽으면 아직 더위가 머물러 있는 때가 되며 ‘쉬다’로 읽으면 더위가 쉬는 때가 된다. 처處에는 ‘처리하다’라는 뜻도 있으니 ‘더위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 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그건 여름과 작별한다는 뜻일 테니까.

-알라딘 eBook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중에서

오해 중 하나는 절기를 달력에 적힌 그날 ‘하루’로 여기는 것인데 사실 그날부터 다음 절기까지의 기간을 ‘한 절기’로 본다. 처서는 하루가 아니라 백로가 오기까지의 열다섯 혹은 열여섯 날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서란, 저무는 여름과 시간을 들여 인사하고 천천히 작별하는 과정이겠다.

주로 1년 중 햇볕이 가장 좋은 시기에 정기적인 포쇄를 했다. 민가에서는 옷, 책, 곡식 따위를 마당이나 담벼락에 널어 습기를 말렸고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얼마나 중요했으면 따로 관리를 둘 정도였다)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햇볕 외에도 바람을 쐬어 말리는 것을 거풍擧風, 그늘에 말리는 것을 음건陰乾이라 불렀다. 여름내 눅눅해진 책과 옷을 꺼내 가을볕과 바람에 말리는 풍경이라니. 필요에 의해 생긴 풍습이고 옛사람들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일이었을 테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어쩐지 바람 아래 눕는 낭만으로도,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의식으로도 읽힌다.

호미씻이보다 마음을 빼앗긴 두 번째 풍습은 ‘포쇄’다. 볕에 쬘 포曝에, 볕에 말릴 쇄曬. 장마가 있는 여름을 지나는 동안 눅눅해진 책이나 옷을 모두 꺼내어 햇볕에 쬐고 바람에 말리던 일을 뜻한다. 책을 만드는 데 사용된 한지는 습기에 약해 썩거나 벌레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책이나 옷을 보다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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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깊디깊은 우물을 상상해 보자고 말한다. 그 우물 속으로 불붙인 종이를 떨어뜨리면 그 불빛이 비추는 우물 안 벽의 모습을 드문드문 한 조각씩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곰브리치는 그 불완전한조각들을 모아 우리가 그려내는 우물 속의 모습, 그것이 바로 역사라고 이야기한다. 종이가 우물 깊이 멀어질수록 불빛은 희미해질 것이고, 우리에게 보이는 우물 속의 풍경은 더욱더 부정확해질것이다. 이와 똑같은 원리로 시간이란 인류로 하여금 과거를 잊을수밖에 없게 만드는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인류의 특징을 하나 꼽자면, 인류는 자연이 인류에게 강요하는 우리 능력의 한계와 끝장을 볼 때까지 싸워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불완전한 기억력에 대항하는 ‘기록‘이라는 무기를만들어 냈고, 이 무기 덕분에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진보하고 있다.

그 의미에서 더 적합한 답은 "과학이란 새로운 것을 찾게 해주는 생각의 방식이다"라고 하겠습니다. 즉, 우리가 아직 본 적이없는 것,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는 호기심과시너지를 일으키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라는 시공간을 열어나가게 해주는 사고방식으로서의 과학을 마음에 새겨주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과거에는 과학 서사SF에 ‘놀라운amazing‘, ‘기막힌astounding‘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것이겠죠. 일상에서는 일어나지않을 법한 이야기들이니까요. 금성에 사는 외계 종족의 대표들이지구로 온다는 이야기 같은.

있습니다. 폴은 우주 최고의 명문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외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집안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사막의 행성으로이주하면서 그의 운명은 모래폭풍이 부는 사막처럼 한 치 앞을볼 수 없게 됩니다. <듄>은 ‘왜 모자람이 없는 명문가 출신이 그러한 곳에 가는가?‘를 묻고 영웅의 탄생과 그 과정에 겪는 비극을통해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는 서사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사막의 거대한 모레벌레, 즉 SOD입니다. 모래벌레는 지구의 사막에서 관측된 적이 없는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주인공이 생존을위해 맞붙어 이겨내야만 하는 사막이라는 환경에 역동성을 입히는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작품 후반 주인공이 모래벌레를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사막을 정복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그 기반에는 사막이라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과학적 이해가 있었지만, 모레벌레는 SOD로서 작품 속에서 사막이 단순한 과학적 사실성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영웅의 탄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훌륭한 과학 서사의 한 가지 특징은이처럼 SOD로 단순히 볼거리를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서사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사막의 거대한 모레벌레, 즉 SoD입니다. 모래벌레는 지구의 사막에서 관측된 적이 없는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주인공이 생존을위해 맞붙어 이겨내야만 하는 사막이라는 환경에 역동성을 입히는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작품 후반 주인공이 모래벌레를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사막을 정복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그 기반에는 사막이라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과학적 이해가 있었지만, 모레벌레는 SOD로서 작품 속에서 사막이 단순한 과학적 사실성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영웅의 탄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훌륭한 과학 서사의 한 가지 특징은이처럼 SOD로 단순히 볼거리를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서사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왜 서로 다른 두 계가 접촉할 때 새로운 일이 벌어지게 되는걸까?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의 몸을 한번 바라보자. 호흡과 신진대사를 하며 살아 있는 동안 우리의 몸은 단기적으로 볼 때 아무런 큰 변화를 겪지 않는데, 이렇게 ‘하던 대로 하는‘, ‘있던 대로있는‘ 것을 물리학적으로 ‘정상상태stationary state‘ (엄밀한 물리학적 정의에서는 ‘영원한 시간‘ 동안 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뜻하지만, 현실에서 영원이란 것은 없다)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상상태라고 해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정상상태에 있을 때도 몸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자연현상이 벌어진다. 몸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는 열역학의 법칙을 따라 떠돌거나(액체), 진동하고(고체), 세포들은 끊임없이 분화하고 사멸하며,
두뇌는 쉴 새 없이 사고하고 판단을 내린다. 다만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눈에 보이는 큰 변화가 단시간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정상상태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상태에 있는 이질적인 두 계가 만나면 그 경계에서 생기는 ‘섭동perturbation‘(흔듦)이각계의 정상상태에 충격을 가하면서 진정으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섭동의 결과는 기존 정상상태의 완전한 파괴일 수도 있고, 아주 약간의 변이가 가미된 새로운 정상상태일 수도 있다. 1월 1일이 되면 누군가는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누군가는 새해는 음력설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는 것을 그러한 ‘새로운 정상상태‘의 한 가지 예로 볼 수 있다.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계‘와 양력이라는 ‘외부계‘가 만나 만들어진 새로운 정상상태 말이다. 이와 비슷한 일을 나는 예전 한국식 나이 세는 법을 외국인 친구들에게 설명하면서도 겪었다. ‘나이‘와 ‘age‘는 같아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한국의 ‘세는나이‘는 태어난 해를 1년으로 쳐서 계산하지만, 영어의 ‘age‘는 실제로 살아온 햇수라는 차이를 설명해 줄 때, 헷갈려하는 친구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두 계가 충돌하며 벌어지는•섭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갈 수 없던 곳들의 다양한 풍경을 직접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도, 변화에 압도당해 길을 잃지도 않았던 ‘경계인‘모네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모네처럼 새로운 화풍을 창시한 다른 유명 화가들의 그림들을 보아도 젊은 시절에는 당대에유행하는 화풍을 착실히 따라가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서서히 자기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확립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을 기존 질서와 새로운 자극이 만나는 경계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인복합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존케이지는 이와 비슷한 일을 음악에서 이루어 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아방가르드 음악의 선두 주자로서 그는 악기들을비표준적인 방법으로 연주하거나 악기 안에 새로운 부품을 끼워넣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433">,
즉 ‘4분 33초‘라는 제목의 곡은 그의 실험의 최고봉으로 알려져있다. 제목처럼 악보상으로 4분 33초 동안 연주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곡에 인위적으로 연주하는 음은 없다(연주자는 무대에나와서 그냥 앉아 있을 뿐이다). ‘이것이 왜 음악인가?‘ 하는 질문에케이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무런 음도 연주되지 않는 공연장은 고요할 것 같겠지만, 사람의 신경계가 만드는 고주파음과순환하는 피가 만드는 저주파음이 우리의 귀에 들어오기도 하고,그 공간은 관객들의 숨소리, 기침 소리, 부스럭거림, 바람에 창틀이 흔들리는 소리, 천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등으로 가득 차

"세상은 우리의 감각, 지각, 그리고 기억이 만들어 낸 구성체다. 세상이그 자체로서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편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과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별개의 일이다. 세상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우리의 두뇌라는, 세상의일부인 특별한 한 물체 안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과정으로 인해 비로소가능해진다."

1. 이런 것에 돈과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이 잘못됐다.
2. 이런 것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잘못됐다.
‘이 사람 편하게 산다‘, ‘우리 애도 그리겠다‘, ‘너무 멀리 간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1번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앤디워홀이 서명한 캠벨수프 통조림을 보고 내가 보였던 반응도 같은종류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뒤 지인과 현대미술ㅓ가치를 주제로 나눈 대화 끝에 나의 인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술과 음식을 즐기며예술, 과학, 그리고 그것들의 가치에 대해 중구난방 이야기하던그 자리에서 나온 결론은 예술의 가치를 정해진 기준으로 이해하려고 힘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그 결론은 내가 나의가치관대로만, 나의 방식대로만 예술을 이해하려다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캠벨수프 통조림에 서명한 앤디 워홀이나 기성품인 소변기를엎어버린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창작‘이 예술인까닭은 그것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어려운 물리적 행동이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행위가 갖는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즉,물이 새지 않도록 정밀하게 다른 배관들과 맞추어 튼튼하게 설치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킬 때만 존재의 의미가 있었던 소변기를그러한 제약에서 해방시켜 버리거나, 통조림 광고를 미술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전시했다가 다시 실물로 만든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행위가 그것들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쉴새 없이 ‘가치‘를 만들고 찾아내는 존재들이다.

짧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만큼 그 일이 내게도 조금 더 재미가 있었으면 싶어서 교장 선생님들의 눈길을 모을 만한 방법이 무엇일까 곰곰이 궁리해 보았다. 그러다 나의 자유분방한 평소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깨달았다. 곱슬머리 장발을 묶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니까 머리에 물만 들이면 완벽하지 않을까 싶었다. 교장 선생님들을 만나러 가니까염색을 해달라는 말에 스타일리스트 선생님은 적지 않게 걱정했지만, 나는그분들과 내 나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고 난생처음 머리를물들였다. 파랗게. 그러고 나서 ‘바이크에서 내린 염색 머리‘가 알고 보니 강연하러 온 교수라는 반전에 교장 선생님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며 며칠동안 혼자 키득거렸다

Jobs (1955~2011)입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잡스는 이렇게 답합니다. "창의란 그저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해 내는일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을 해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그 비결을 물어보면 살짝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존재하는 무언가를 남들보다 먼저 보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데이비드 봄처럼 스티브 잡스도 창의성을 ‘남들과 다른 연결을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말한것입니다.

곧이어 ‘어떤 사람들‘에 대한 일침이 날아왔다. "언어 AI가 처음 나왔을 때는 우주와 자연과 철학을 논할 수 있다면서 열광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표준화된 자격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고 열광하고, 이제는 컴퓨터 문서를 잘 만든다고 열광하네. 그런데 이렇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다 같은 사람들이더라."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논하는 능력을 고차원적인 언어 구사력으로 여기는 상식에 역행해, 챗GPT에 대한 평가는성능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철학을 논할 수 있는 대화 상대‘에서
‘문서 작성 도우미‘로 달라진 것이다. 앞장서서 이 신기술에 열광하는 분위기를 만든 ‘어떤 사람들‘, 즉 호사가들에게는 이 문제가보이지 않는 걸까?

"컴퓨터를 키보드 말고 마우스로 깨우면 돼."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다니! 단 몇글자로 AI가 내놓은 기나긴 8000자를 이겨낸 인간 ‘경험‘의 힘이었다. 다시 교육자의 마음이 되어 이 이야기를 해주자 챗GPT는 또
"그럴 수 있습니다. 마우스로 컴퓨터를 깨우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라면서 불필요한 말을 장황하게 시작한다. 문제의 해결책을 아는 사람과 그 해결책을 쓰는(컴퓨터를 마우스로 깨우는) 사람이같다는 당연한 사실조차 추론하지 못한 것이다. 이건, 확실히 대화가 아니다. 남들은 이미 이런 의미 없는 반복이 싫어서 챗GPT와놀기를 그만뒀는데, 나 혼자만 계속 이러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리 AI가 발달한다 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손가락 끝에 살갗이 닿는기분 좋은 감촉을 아는 진짜 인간들과 놀고 싶을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먹은 선악과가 흔히 사과로 묘사되고, 뉴턴이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전해지듯이 사과는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지혜와 각성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이것을 몰랐을 리 없는 튜링이 마지막 행위로 사과를 베어 먹은 것은 지식의 탐구를 못 하게 강제한 세상을 향한 과학자로서의 항의였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최고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튜링상‘이 수여되고, 수많은 사람이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로고가 새겨진 애플의 스마트폰과 일상의 매 순간을 함께하고 있고, 영국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50파운드 지폐에도 튜링의 얼굴이 그려져 있으니 그가 뒤늦게나마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고할 수 있을까?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Lady Windermere‘s Fan>에 나온 다음의 경구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낀 경외감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도랑에 빠져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We are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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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안은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통제하길 원하는 데서 시작한다."
-칼릴 지브란 Kahlil Gibran

정신과 의사로서 일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위로를 꼭 언어로 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위로란 그저 그 슬픔을 함께 느껴주고 자리를 지켜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말이다.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면 어떤 말이든 건네야 할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위로는사실 꼭 말로 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옆을 지켜주면서 말없이 있어주는 것이 천 마디의 말보다 나을 때도 있다.

가장 좋은 위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들으면서 그답이 무얼지 나도 곰곰이 고민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내가지금껏 배운 좋은 위로의 자세는 ‘저는 당신이 지금 어떤 느낌인지 몰라요. 하지만 듣고 싶고, 배워서 돕고 싶어요‘라는데서 시작한다. ‘당신이 어떤 느낌인지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타인의 입장과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는 한편, 노력으로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나는 모른다‘라고 인정하려면 먼저 나의 약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Carl Rogers 박사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의 절대적인 지지자였다.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란, 말하자면 상담자가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에 대해 무조건적인 수용과 지지를보내는 것이다. 그와 같은 수용과 지지를 경험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내적인 힘을 믿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수 있다. 상대방의 거절 또한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는 효과도 있다. 로저스는이러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 단순히 상담자와 내담자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건강한 인간관계의 전제 조건이라고 여겼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그들이 감사하고 행복해야 할이유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마치 색맹인 사람에게 세상이 얼마나다채로운 색을 가졌는지 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티쿠스 Articus (작가)

‘의사는 좋은 직업이야. 그래도 직업일 뿐이지.‘
그 시각을 완벽하게 받아들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기하게도 동기의 말을 접한 이후로 내 삶의 많은 스트레스가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여전히 의사라는 직업상 맞닥뜨리는 다양한 일에 대해 고민하고 살긴하지만, 그 고민들이 ‘일 밖의 일상‘을 흔들어놓지는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불쾌한일이 생겨도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잊게 되며, 환자들에 대한 걱정이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나의 일상을 흔들어놓지는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저명한 저널에 낸 논문보다 기억에 남는 건 정작 그런 것들이더라고. 딸의 졸업 공연, 아들과 함께 낚시를 갔던 기억 같은 것들 말이야……………. 그러니까자네도 논문 하나하나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기자들은 나에게 계속 절망했는지devastated 묻는데, 나는나 자신에게 실망했을disappointed 뿐입니다. 물론 어제 경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고 저는 제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실망시켰죠. 하지만 저는 야구 경기 때문에 ‘절망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가령 제 딸아이의 친구는 최근 다리에 악성 종양이 발견되어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것이 ‘절망적인 상황이죠. 저는 분명 스스로에게 실망했지만 내일이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딸아이의 포옹을 받을 것이고, 제게는 그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나는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Walk a mile in one‘sshoes)‘라는 격언을 좋아한다. 언제나 타인의 경험과 관점,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로서 편견 없이 내담자들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려고 애쓰며, 그러한 태도야말로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전속력의 트레드밀처럼 빠른 속도로 쉬지 않고 돌아가는, 그래서 내 신발도 벗겨지기 일쑤인 사회에서 살아가며 남의 신발까지 신어볼 여력이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Pay it forward>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에게 ‘먼저 주기pay it forward‘ 캠페인을 제안한다. 보통 영어로 ‘payback‘이라 하면 무언가를 받은 후 되갚는다는 의미인데, 이와 반대로 ‘pay forward‘란 타인에게 무언가를 받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을 말한다. 주인공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타인 세 명에게 선행을 먼저 베풀면, 그 선행을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세 명에게 선행을 베푸는 선순환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져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질 거라 믿는다.
‘Pay it forward‘의 산물로 미국 생활을 하게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나로서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취약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려면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실패, 나약함, 연약한 심신, 말하자면 이런 것들은우리와 나머지 세상을 연결하는 장치예요.
세상에 신호를 보내는 거죠.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이걸 나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라고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스터츠Sruz> 중에서

"지금 이 문제를 당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나요? 그게아니라면 잠시 잊어버려요."
과거에 사로잡힌 마음은 우울해지기 쉽고, 미래에만 초점을 맞춘 마음은 불안해진다. 그래서 정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여기 here andnow‘에 머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정신과 의사 닥터 K와 함께 현실에 머무

실제로 영어로 ‘용기‘를 뜻하는 ‘courage‘라는 단어는 ‘심장‘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courage‘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이 말이 심장 속, 즉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 뜻으로 쓰였다는 해석도 있다.

애도에 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애도는 일시적인 ‘여행‘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훌쩍 떠났다가 일정 시간이지나 감정이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 후에 다시 애도를 하기 전의 자리로 돌아와서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마치 여행과도 같은 과정이라 여긴다. 하지만 고인과의 이별이 영원하듯 애도 또한 실은 영원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애도란 여행보다는 ‘여정‘에 가깝다. 나도 여전히 희수를 잃고 애도하는 과정에 있고, 아마평생 그를 애도하며 살 것이다. 애도의 모습은 매 순간 다르겠지만 나는 그를 평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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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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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이 있습니까?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만 생각하죠.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조차 묻지 않게 됩니다. 보세요, 좋은사람, 나쁜 사람이란 구분도 잘 맞질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뿐이에요.

어렵지요. 쉽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이태준의 《문장 강화》에는 이런 말이다 쓰여 있을까요.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라고 말입니다.

스티븐킹 에세이, 《유혹하는 글쓰기>또 하나의 충고는 이것이다.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부사라는 것은 동사나 형용사나 다른 부사를 수식하는 낱말을가리킨다. 흔히 ‘...하게(-ly)‘로 끝나는 것들이다. 수동태와 마찬가지로부사도 소심한 작가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낸 창조물인 듯하다.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없다. 자신의 논점이나 어떤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봐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정작 할 얘기를 안 하기 때문에 말이 많아지는 거예요. 지금까지말 모두 지워버리고, 말 다 했다고 생각한 데서 새로 시작해보세요.

어느 날 아침, 머리를 뒤로 빗어 넘겨 왼손으로 잡은 후 고무줄로묶어야 하는데 오른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거였다. 도대체 팔에서뒤통수까지 몇 센티나 된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 온 것이다. 내 머리도 내가 마음대로 못묶는다는 사실에 맥이 빠져 며칠이나 서글퍼하다가 나는 동네미용실로 달려갔다. 묶을 수 없으면 묶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으면되지 뭐.

046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
<백년의 고독>그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사형이선고되었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향수였다.

은유 에세이, <글쓰기의 최전선>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을 쓴다고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후련했다.

박완서 에세이, <나를 닮은 목소리로>10년 전 참척을 당하고 가장 힘들었던 일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원망을 도저히 지울 수 없는 거였다.
(중략) 슬픔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게 원망과 치욕감이었다. (중략)그때 만난 어떤 수녀님이 이상하다는 듯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는질문이었다. 그래, 내가 뭐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대체 어디를 걷고 있는가. 그건 다른 사람의 길이 아닌가. 그러니까어쩐지 걷기 힘들겠지. 너는 너의 길을 걸어라. 그러면 멀리까지 갈수 있다.

장자, <장자>오리 다리가 짧다고 해서 그것을 늘여준다면 오히려 오리는 괴로울것이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하여 그것을 잘라버린다면 오히려 학은슬퍼할 것이다. 본래 긴 것은 자를 것이 아니고 짧은 것은 늘여줄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길고 짧은 것은 없애야 할 근심이 아니었다.

폴 오스터 소설, <달의 궁전》여기가 있는 건 단지 저기가 있기 때문이야. 위를 올려다보지 않으면밑에 뭐가 있는지 절대로 알지 못해. 그걸 생각해 봐. 우리는 우리가아닌 것을 봄으로써만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돼. 하늘을 만지기전에는 땅에 발을 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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