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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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뜻있고 선이 굵게 사는 사람은 자잘한 것에는 잔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매사에 정확하고 성실하고섬세한 사람이 선이 굵고 멀리 볼 수 있는 법입니다. 신랑, 신부는시간을 지킨다는 작은 일부터 소홀히 하지 말고 먼 곳을 생각하기바랍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살다 보면 의사 결정에서 의견이 달라질 때가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판단이 다를 때 작은 일은 남자 쪽이건
여자쪽이건 어느 것을 따라도 무방할 것이니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의 큰일에서 의견 차가생긴다면 신랑은 반드시 신부의 의견을 따르기 바랍니다. 이것은인생의 선배로서 경험적으로 드리는 충고입니다."

많은 저술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그리고 세상을 옳게 사는 자세에 대해 온화하고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셨다. 이 책들에서 인간의 본분에 대하여 하신 말씀은 무문관(無門關)의 수도사만이 전할 수 있는 인생 교본이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명문이란 "가득 담았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했지만 빠진 것이 없는 글"이라 했는데 선생님의 글이야말로 그러했다. 나는 선생님의 책을 정말로 아껴가며 읽었다.

일껏 붓을 가누어 조신해 그은 획이 그만 비뚤어버린 때 저는 우선 그 부근의 다른 획의 위치나 모양을 바꾸어서 그 실패를 구하려합니다. 획의 성패란 획 그 자체에 있지 않고 획과 획의 ‘관계‘ 속에있다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돌베개 2018)

톨레랑스는 타인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관용(寬容)‘
이라고 번역되고 있지만 홍세화는 이보다는 ‘용인(認)‘에 가깝다고 했다. 프랑스 사전은 이 단어를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고 풀이한다. 한자로 풀자면 ‘화이부동(和而不同)‘에 가깝다. 즉 ‘남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남으로 하여금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라는 뜻이다. 홍세화의 화(和)이다.

「아침 이슬」의 김민기(1951~2024)가 세상을 떠난 것은 올해(2024) 7월 21일이었다. 향년 74세이다. 장례식은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도 따로 없었다. 그게 고인의뜻이란다.
나는 이것이 많이 서운했다. 그나마 영구차가 떠난 뒤 학전 앞텅 빈 골목길에서 색스포니스트 이인권이 김민기가 작곡한 「아름다운 사람」을 가랑비를 맞으며 구슬프게 연주한 것이 추도객들의슬픈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죽음은 자신의 몫이지만 떠나보내는 이의 몫은 몫대로 있는 것이다. 그와 한생을 같이한 벗도 그의 가족이고, 그가 반생을 바쳐온 ‘학전(學田)‘에서 일구어낸 수많은 가수와 배우도 그의 자식이나 다름없다. 최소한 이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맘껏 울 수있는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다. 그래서 영결식이라는 죽음의 형식이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보이스카우트에 들어가 대원들과 함께 동해안에 여름 야영을 갔다가 동료 중 한 사람이 익사를 하는 사고가 났다. 이때 선임자였던 김민기는 익사한 동료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돌아오던 야간열차에서 그때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 바로 친구이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고등학생이 작사·작곡한 노래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곡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작사·작곡도 겸하는 우리나라 최초의싱어송라이터 (singer-song writer)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더욱이이 노래의 백미는 세 번째 소절이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 말 할 사람 누가 있겠소

북경에선 부시장이 초청한 만찬이 있었다. 안내인이나를 소개하며 유명한 저술가라고 하자 부시장은 나에게 "유청장님, 북경을 위해 좋은 글 하나 써주십시오"라며 방명록을 내놓았다. 나는 그들 기분 좋으라고 최대의 찬사를 적었다. "북경이 중국이다(是中國)." 이에 힘찬 박수를 받으며 만찬을 마쳤다.

서안에서는 시장이 마련한 오찬이 있었다. 안내인은 덕담을 한답시고 내가 "북경이 중국이다"라는 명구를 남겼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시장은 서안을 위해서도 한마디 써달라며 방명록을 내놓았다. 무어라 쓸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의 수도가 서안이 아닌가. 나는 자신 있게 써 내려갔다. "서안이 있어서 중국이 있다(西安有 中國有)."

남경에서는 시인민위원장이 마련한 만찬이 있었고 안내인은칭찬이랍시고 북경과 서안에서 내가 방명록에 쓴 글을 얘기했다.
그러자 위원장은 남경을 위해서도 한마디 남겨달리는 것이었다.
남경은 남북조시대 때 여섯 나라의 수도였던 ‘육조고도‘이고 신해혁명 후 쑨원(孫文)이 중화민국 임시정부 수도로 삼은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남경이 일어날 때, 중국이 일어났다(南 中國)."

또 하나는 일본의 고대사회는 한반도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쌀농사, 철기문화, 문자, 불교, 도자기 등이 모두한반도에서 전해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고대 문명은 ‘죄다 우리가 해준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런 일본에게 식민지지배를 받았다는 것이 억울하기만 한데 일본 극우들이 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런 일본이기 때문에 그들이 한때는 세계 2위를 차지했던 경제 대국이고, 노벨상 수상자가 25명에 달하는 문명국이며, 유럽의유수한 박물관들이 중국문화실 못지않은 일본문화실을 갖출 정도로 일본이 세계인으로부터 존경을 받아도 한국인들은 전혀 인정할 마음이 없다.
이런 한일 정서는 열등의식으로 인해 서로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을 무시하고 있다."

나는 이 콤플렉스로 인한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일본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중언한다. 그래서 2,300년 전 한반도로부터 쌀농사가 전해진 규슈답사기는 ‘빛은 한반도로부터‘,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이고대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한 아스카·나라 답사기는 ‘아스카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불교 사찰과 정원에서 일본문화의 진수를 보여준 교토 답사기는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서‘라는부제를 달고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일본의 문화가 한반도의 영향 하에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소화하여 이룩한 문화의 내용은 일본의 특질이다. ‘죄다 우리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우리 문화를 성숙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마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독일과 네덜란드로 퍼져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로 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동아시아의 문화는 중국, 한국, 일본이 주요 구성원이 되어 유럽의 문명과 맞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답사기에서 나는 한국과 일본, 두 문화를 계속 비교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정원과 우리나라 정원은 너무도 다르다. 일본은 나무를 일일이 가위질하며 인공미를 극대화하고 한국은 자연미를 더 존중한다.

주인에게 정원 만들 때 얘기를 들어보니 두 나라 정원사는 돌 다루는 자세부터 확연히 다르더라는 것이다. 정원에 돌 10개를 깔아놓는다면 일본 정원사는 9개를 반듯이 놓고 나서 1개를 약간 비스듬히 틀어놓으려고 궁리하는데, 한국 정원사는 9개는 아무렇게 놓고 나서 1개를 반듯하게놓으려고 애쓰더라는 것이다. 일본은 인공미, 한국은 자연미를 그렇게 구현하는 것이다.

일본에는 있고 우리에겐 없는 것, 또는 일본에선 강한데 우리나라에서 약한 것도 많이 보인다. 문화유산의 입장에서 내가 본 일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장인정신과 직업윤리 의식이다. 이전통의 뿌리는 아주 깊고 오랜 것이다. 1,200년 전, 헤이안 시대에천태종을 일으킨 승려 사이초)가 세운 절 엔랴쿠지(延曆寺)에는 그가 말한 경구가 큰 비석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
"조천일우 차국보(一隅此则國寶)." 천 가지 중 오직 하나를 잘하면 그것이 국보라는 뜻이다. 한 가지 일에 충실하면 그것이 인생의 보람이고,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나라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신념을 말해주는 표어다. 그런 정신에서 일본은 장인을 존중하는 사회로 성장했고 직업윤리 의식이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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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의 오후 - 위기의 시대, 보편적 그리스도를 찾아서
토마시 할리크 지음, 차윤석 옮김 / 분도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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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하느님을 찾고 발견하려는 것... 그렇습니다. 매사에 하느님을 찾고 발견하려는 일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거기에 계셔야 하지요. 누군가가 하느님을 확실히 만났다고 말하면서도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중요한 표지입니다. 어떤 사람이 모든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하느님이 그와 함께 계시지않는다는 증거입니다. 말하자면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하여 종교를 이용하는 거짓 예언자임을 뜻합니다. 모세와 같은 하느님 백성의 위대한 지도자는 항상 의심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우리 확신을 위해서가아니라 주님을 위해서 여지를 남겨야 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오늘날 개혁 노력이 여러 제도적 구조와 교리서, 교회법, 도덕책몇 구절을 바꾸는 것으로 국한되어선 안 된다. 개혁의 성과와 미래 교회의 생명력은 신앙의 깊은 영적 · 실존적 차원과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현재 위기를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새로운 ‘오후‘ 시대로 넘어가는 가능성을 여는 갈림길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는 그리스도교는 상처 입은 의사처럼 그 고통의 경험 덕분에 상처를 치료하는 신앙의 가능성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물에서‘, 또 모든 역사적 상황에서 하느님을 찾는 것은, 우리 삶을 독백식의 일방적 자기 편견에서 해방하여 대화적 개방성으로 이끈다. 나는 여기에 시대의 표징이 있다고 생각하며, 어려운시기에서도 희망의 빛을 본다. 이 희망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치고 좌절한 지금 이 시대에도 다시 그리스도교와 더불어 도전해야 한다. 다시 한번 해 본다는 의미는 옛 실수를 반복하는 등 같은 일을 다시 한다는 것이 아니다. 깊이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준비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하느님을 찾는 여정으로서의 신앙에 관한 책이다. 삶으로 구현된 신앙과 신앙 행위,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fides quae), 곧 ‘신앙의 대상‘에 관해서라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믿는지(fides qua)에 관한 책이다. 신앙이란 단순히 ‘종교적 확신이나 관점이 아니라, 어떤 삶의 태도, 지향,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고 그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조들(beliefs)보다 신앙(faith)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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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깊은 영성, 겸손, 경청, 온유, 지혜......
어떻게 해야 이 모든 덕목을 갖출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이 덕목들은 유일하고도 완전한영혼의 상태에서만 갖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은총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일은 은총을 향해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오로지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 전체가 하느님의 손 안에 받아들여질 준비가 되

우리는 매일 관계를 맺는 사람이 가진 의견을 피해 갈수 없습니다. 이는 주님과의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것과 싫어하시는것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책과 잡지와 신문에서 갖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몇 시간씩 카페에 앉아 있고, 길거리에서 수다를 떱니다. 아침에 흐트러지는 대신에 한 시간만이라도 정신을 집중하는일이 정말 불가능할까요? 이 한 시간 동안 온갖 어려움에온종일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그리고 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분께 달려 있기 때문에 나는 아무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충실하려면 반드시 기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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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살아있다 - 마지막 르네상스맨 신해철
지승호 지음, 지승호 인터뷰어, 강헌 외 인터뷰이 / 목선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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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사나운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없이온유한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은 조용히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도 바뀌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둘은 본디 하나다."

심지어 노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에게 정책적으로 바랄게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에게 제가 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알아서 하겠죠. 문화계의 바램이라든지 하는 것은 누가 정권을 잡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고, 싸워서 얻어내야지 시혜물을받아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이후그는 파병 반대 1인 시위, 파병 반대 가수들의 집단 성명을 주도하는 등 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제가 그렇게 사는 이유는 우리 어머니나 내 누이나 내 딸이그런 대우를 받고 살기를 원하기에 그런 거예요. 그러려면 내가 그렇게 해야 하는 거거든요. 내 딸, 내 와이프, 내 누나, 우리엄마 이렇게 내 인생에 제일 중요한 네 명의 여자가 제가 생각할 때 정당한 대우라는 것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엄마의남편인 우리 아버지, 우리 누나의 남편인 매형, 딸의 남편인 사위, 우리 와이프의 남편인 나, 이렇게 네 명의 남자를 잘 고르는방법이 있어요. (웃음)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방법을 찾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거국적으로 봐서 나부터 변하고, 다음

커트 코베인은 영웅이 되지 않으려고 목숨을 끊었고 서태지는 영웅이 버거워 떠났다. 혹자가 신해철을 영웅의 자리에올려놓으려고, 또는 혹자가 신해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마음대로 찬사하고 비난하는 동안 그는 ‘음악만 하면되는 억세게 운 좋은 놈‘ 정도로 자신을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사는 거지‘ 정도로 삶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다는 것조차도 모르죠. 그리고 전쟁이 나서 마을 아이들을살리기 위해서 뛰어갔을 때 그 수녀가 부엌에 들어가 보니까,
그 부엌에는 감자 쪼가리 몇 개와 된장만이 놓여있죠. 된장에다가 감자 쪼가리를 찍어 먹고 있으니까 누구를 저녁 식사에초대할 리가 만무한 거죠. 거기서 청소년기에 느꼈던 것은 이사람은 신한테다가 자기 자신을 디보트한 거지만, 저는 무언가하나의 목적에다가 자기 자신을 도구로 삼아서 완전히 불타오르고 완전히 헌신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요. 적당히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는 얘기는 그 당시 저에게는 수치고 모욕이었죠."

우리가 극심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않고 남아 있는 것이 있어요. 사람이 있고, 사람들은 음악을듣는다는 단순한 사실. 이건 변하지 않잖아요.
-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해, 신해철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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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완전히 끌어들이고 내 모든 감각을 깨우는 일은 무엇인가? 그의 관점에서는 이런 질문들, 그러니까 한 사람이 정말로 갈망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에게 진정으로 충족된 느낌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이 식욕에 관한 핵심적 질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고집 세고 완강한 환자였던 나는 여러 해 동안 그런 질문이 몹시 거슬렸고 그가 핵심을 밝혀내기는커녕 오히려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초연한 호기심, 더 알고 싶다는 끌림 같은 것이다.저녁을 건너뛰면 어떻게 될까? 낮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커피만 마시면 어떨까? 그러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 하면… 흥미로웠다. 그런 작은 의지력 시험들은 내가 갈망하는 듯한 것들, 이를테면 차분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강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 나를 남다른 존재로 부각시켜줄 수단, 어떤 목표의 윤곽 같은 것들을 안겨주었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거대하고 모호하고 압도적인 대상(일이나 사랑) 대신 작고 구체적이며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대상(팝콘 한 알)에 초점을 맞추게 한 것이다. 또한 굶기는 새롭게 바뀐 풍경 속 내 위치에 대해 느끼기 시작한 불편함을 처리할 방법도 제공해주었다. 그러니까 내게 굶기는 갈망이라는 더 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흥정이었던 셈이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매일매일 운동량을 기준으로 먹는 양을 엄격하게 조절한다. 그날 3킬로미터를 달렸으면 저녁을 두 그릇 먹는다. 5킬로미터를 뛰었으면 디저트까지 먹는다. 운동을 조금도 하지 않았으면 두 번째 그릇도, 디저트도 없다. 본인도 이것이 비이성적인 일이란 걸 알고 있고("미친 짓이죠. 누가 점수를 매기고 있다고.") 언제 왜 이런 체계를 만들어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며 그 기준이 순전히 자의적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매일 그 규칙을 엄수하며 살아온 탓에 이제 다르게 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여긴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오늘날 내게 좋은 하루란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집 근처 강에서 노를 저으며 하루를 시작한 날을 의미할 수도 있다. 조정은 나 자신이 유능하고 강하며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다. 또는 하루치 일을 견실하게 해낸 날을 의미할 수도 있고, 친구와 웃으며 통화한 날, 좋은 음식으로 식사한 날, 혹은 밤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존재,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와 포옹한 채 시간을 보낸 날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제 나에게 좋은 날이란 고립과 완벽주의와 자기 징벌과 관련된 내 최악의 충동들에 성공적으로 저항한 날을 의미하고, 그 대신 재미와 생산성과 연결성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찾아낸 날을 의미한다. 좋은 날들로 향하는 내 길을 찾기 위해, 더욱 힘을 북돋는 방식으로 안녕을 정의하기 위해 나는 점진적으로, 그리고 자주 고통을 참아가며 르누아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충족될 자유를 향한 16년간의 느린 걸음이었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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