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음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디플롯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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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주장하자면 영어는 그 본질 자체가 경제성에 있는 언어입니다. 모든 것이 경제성으로 향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할 줄 알지요. 이제 여러분은 제가 왜 그렇게 독일어를 사랑하는지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독일어는 경제적인 언어가 아니라 철저히 시적인 언어입니다. 독일어는,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가 말했듯, 철학과 자연스럽게 닮아 있는 언어일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이 점을 대놓고 자랑하지는 않지만 독일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독일어를 말하거나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친절합니다.

모든 아름다움은 모순입니다. 모순 없이는 아름다움도없습니다. 저는 모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진실은 이러한 아름다움 안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의 음조 역시 이러한 모순입니다. 저는 제 생각의 음조를 ‘어두운 빛‘ 또는 ‘어두운 영롱함‘ ‘밝은 슬픔‘과 같은 역설적 표현으로 부릅니다.

어떤 이들은 제가 너무 많이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들은제 책들이 반복보다는 변주곡에 가깝다는 점은 모르고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쓰면서 동시에 하나의 큰융단을 짭니다. 그 융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밀도가 높아지고 색감이 깊어질 것입니다. 짜임의 패턴은 동일하지만 말입니다. 동일한 패턴은 서로 다른 패턴이 뒤섞인 것보다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론은 항상 동일한 것을 전제하고 거기에 변주를 허용합니다. ‘같은 것‘과 ‘동일성을 전제한 것‘ 사이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같은 것‘은 변주가 불가능합니다.

제 책들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닮아 있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멜로디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변주곡은 32개의 베이스 노트로 되어 있습니다. 제책들도 이 곡처럼 ‘밑음‘을 갖춘 베이스라인을 따라갑니다. 책에서는 ‘밑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만일 제가 2010년에 출간한 《피로사회》를 전체 곡의 아리아로 삼는다고 한다면, 거기에 30개의 변주용 에세이를 더쓸 것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아리아는 초반에밑음 베이스를 제공하고 마지막에 다 카포da capo 로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강연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오늘의 주인공은 저한병철이 아니라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되겠습니다.

사진은 부재함으로써 더욱 빛났습니다. 사진 속그의 어머니는 다섯 살짜리 소녀였고 다섯 살 어머니는겨울 정원에 서 있었습니다. 롤랑 바르트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겨울 정원의 뒤쪽에 나의 어머니가 서 있다. 얼굴은흐릿하며 희미하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어머니다! 어머니야! 어머니를 찾았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두 요소를 분리했습니다.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입니다. 스투디움은 사진을본 사람이 거기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에 관한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연구studieren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푼크툼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찔린 것Gestochene‘입니다. 푼크툼은 ‘찌르다‘라는 뜻의라틴어 단어 ‘푼게레pungere‘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관객은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것입니다.

슈만의 유모레스크 Humoreske〉에는 마치 피아니스트의귀에는 들리지만 실제로는 연주가 되지는 않는 ‘내면의목소리‘를 위한 음표선이 있습니다. 글에도 그러한 내면의 목소리, 의미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을 찌르는 내면의 목소리가 존재해야 합니다. 내면의 목소리가 없는 글은 죽은 글입니다. 그런 글은 정보로만 구성된 글입니다. 반면에 내면의 목소리는글이 가지고 있는 푼크툼입니다. 저는 <사라방드>를 좋아하는데, 제 글이 가진 내면의 목소리를 ‘사라방드‘로부르고 싶습니다.

일 년에 한 번만 심장이 뛰는 심해의 물고기.
아무도 아니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는 시대.
오늘날 연필은 멋진 고요를 발산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어쩌면 우리가 아직 살아가는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오래된 탁상시계는 메트로놈처럼 시끄럽게 똑딱인다. 구원의 멜로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랜드피아노의 래커는 항상 겨울 방에 약간의 반짝임을, 행복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랜드피아노의 검정색 래커가 나에게 가르쳐주는것이 있다. 어두운 빛이 존재한다는 것.
나는 유리창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좇아 바라본다. 그건 나에게 존재의 기쁨을 준다.

우리는 오늘날 끊임없이 스스로를 생산합니다. 이런 자기생산은 시끄럽습니다. 고요해지려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고요함은 이름 없음無名의 현상이기도 합니다.
‘나‘는 나 자신의 주인도, 내 이름의 주인도 아닙니다. ‘나‘
는 내 집에 머무는 손님일 뿐입니다. 이 이름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많은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강해지는 자아는 고요를 파괴합니다. 고요는 내가 뒤로 물러나 이름 없는 채로 있을 때, 내가 완전히 약해질 때, 또는평화롭고 친절해질 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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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난다 - 대림과 성탄 시기를 동반하는 묵상집
자카리아스 하이에스 지음, 최대환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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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은 그 장소를 더 잘 알게 한다."
수사님은 이 문장을 들려주시며 살짝 미소를 지으셨는데,
그 미소는 사람의 긴장을 풀어 주고 푸근하게 해 주어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길을 돌아가야하면 짜증을 냅니다. 그날 제가 그랬지요. 수사님의 말씀은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의 영적 여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영적으로 진보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함과 무기력에 빠져든다는 기분이 들 때, 오래전부터 극복하기를 원했던약점에 또 다시 굴복할 때, 우리는 먼 길을 돌아가는 느낌을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평탄하고 곧은 길인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말입니다. 이런 사실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깨닫기도 하지

때때로 우리는 늘 똑같은 상황에 놓이거나 같은 유형의일들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럴 때 이렇게 자문하고는 합니다. "난 늘 왜 이러지? 왜 나에겐 항상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하지만 난관에 부딪혀 돌아가는 길‘에서도 의미를찾을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경험에서 마침내 올바른 분기점을 발견하고 내 인생 길을 굳건히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또 다른 측면의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우회로에는 어떤 과제가 담겨 있을까요? 이 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까요? 그곳엔 어떤 깨달음이 우리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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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불안에 물들지 않고, 앞으로 나를 찾아올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며 앞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어렵고 힘든 순간들도 결국은그다음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파도를 뛰어넘을 준비가 되었다면 시작해도 좋을 시간이다.

어렸을 때 나는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극 안에담긴 희로애락의 감정이 현실에서의 감정을 대신했고,
극중 인물들이 나의 친구이자 선생님이고 사랑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발레에 내 삶을 담기 시작했다.
나는 늘 "발레는 리허설이다."라고 말한다. 처음에는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면, 30대 중반 즈음부터는내 삶이 내 춤에 담기기 시작했다.

나의 아주 오래된 이상한 습관 중 하나는, 내가 안전하거나 게을러진다고 판단되면 내 몸을 다시 길을 찾아야하는 새로운 미로로 내던지는 것이다.
나는 편안함이 불편하다. 안전해서 게을러지는 순간 고된 미로를 찾는다. 어쩔 수 없는 천성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야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안도감이든다.

"저는 쉬지 않고 흘러가는 파도처럼, 멈추거나 고여있지 않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좋은 사람,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던 은빛 바다를보며 꿈을 꿨던 것처럼, 어떤 때는 그 눈부신 빛이 나를향해 내리쬐고 있다고, 내가 은빛 바다라고 생각했던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이는 삶을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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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이커 저우아드는 시련을 극복하고 더 용감해지는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함‘이라는 허황한신기루를 좇는 우리에게 질병과 건강함,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의 허술한 경계에 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우리는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두 세계를 오가며 살아간다.

그러나저우아드가 말하는 건강함이란 질병과 질병으로 상징되는 사회의모든 것을 극복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있는 고통과 과거의 유령들을 껴안고 직시하는 것이다. 저우아드는 그가 겪은 최악의 사건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만의 언어로 그의 이야기를 썼다. ‘엉망인 채 완전한 삶‘ 속에서 하루하루 진실로 살아가자고 전하는 이 책은 삶의 어느 순간 퇴거의 시간을 가져야 했던 우리에게 건네는 깊은 위로이자,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한 움큼의 슬픔을 감싸주는 붕대 같은 글이다.

놀랍도록 솔직한 이 책에는 부서지는 마음을 향한 자기연민도, 생존자에게 기대되는 경건함도 없다. 저우아드는 건강과 질병, 과거와 현재를 옮겨 다니는 우리 모두의 인생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루아침에 많은 게 바뀌고 점점 더 예측이 어려워지는 이시대에 우리가 지녀야 할 균형 감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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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 안 된다는 얼스어스에 양은냄비, 김치 통, 반찬 통, 웍 등 다양한 다회용기를 들고 와서 "여기에 담아주세요" 하는 사람들이죠. 손님이 가져온 용기에 어떻게든 담아주는 게 얼스어스만의 미션이 되었습니다. ‘번거로운 포장법’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알라딘 eBook <용기 있게 얼스어스> (길현희 지음) 중에서

어느새 창업7년 차, 일상에서도 일에서도 쓰레기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제가 받을 영향과 제가 매일 시도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늘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생활 방식이 ‘별거 아닌 것’이라고, 하루 세 번 꼬박 양치하듯이 텀블러와 손수건을 습관처럼 들고 다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기회가 되면 제안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전한 저의 꿈은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 꿈은 어느새 얼스어스와 함께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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