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절대 답을 내는 것이 아니고, 최종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상상은 수많은 여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생각의 숲에서 ‘일부러‘ 길을 잃는 것이다. 길을 잃어야 새길을 찾을 수 있다.

결론은 완성이다. 규정되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결론을 내리는 순간 더 이상 상상이 설 자리는 없다. 결론은 끝이다. 풍부한 상상과 수많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결론을 유보하고 결정을 미루는 것이 필요하다.

연출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고, 연출가 역시 무언가를 꾸며내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출가의 연은 ‘흐르다‘, ‘통하다‘라는뜻이 있다. 연출은 ‘direction(방향)‘, 연출가는 ‘director‘다. 그어디에도 꾸민다거나 만들어낸다는 의미는 없다. 나는 연출가를 ‘그가 꿈꾸는 세계관으로 관객을 흐르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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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쇼 - 탁현민의 기획과 연출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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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이 사라진 자리에는 형식만 남는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형식도 거추장스러워져 대체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미궁에 빠진행사들도 참 많다.

만약 당신이 다루어야 할 주제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 우선 본질을 깊이 탐구해야 한다.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면 처음 기획 의도를 찾아봐야 한다. 감동을 주고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 당연한 것들에 사람들은 당연히 공감한다. 그 공감이감동과 진심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내가 자주 꺼내는 일화 중에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만났던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 임기 말 어느 국제회의에서 그녀에게 오랜 세월 훌륭하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말했다.
"남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시 물었다.
"그것 말고 다른 비결은 없었나요?"
"시간이 나면 남의 말을 더욱 많이 들었습니다."

타자의 말을 듣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매우 요긴한 방법이다. 자기 생각, 판단, 근거는 남의 인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내가 가진 견해가 나만의 편견인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절대 혼자서는 알 수 없었을 다른 세계와 다른 가치들을 만날 수 있게된다.

하지만 딱 한 대목에 있어서는 고집을 부렸고 타협하지않았다. 아니 타협할 수 없었다. 내 생각대로 밀어붙였다. 그것은 국가 행사 애티튜드에 관한 것이었다. 이전 정부 때까지국가 행사는 국민 개개인이 국가를 위해 헌신과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현충일 추념식은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이야기보다 그렇게 지켜낸 ‘대한민국‘이 중심이었다. 농업인의 날 기념식은 농사일이 얼마나 국가 발전에 기여했는지를 치하하는 자리였다.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희생은 영웅적 헌신으로 포장되었고, 국가 행사는 하나 마나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지루한 자리가 되었다.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것은 국민이 국가에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위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 행사는 국가가 국민의 헌신, 노고, 희생, 상처를 위로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대통령> 영웅> 국민‘이라는 등식을 버려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웅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어야 했고, 국민이가장 앞자리에 놓여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현장에서 구체적인 장면으로 연출해야 할 때는 수많은 반대와 싸워야 했다. 대통령이 참석자보다먼저 자리에 도착하는 것, 대통령 좌우에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이 아니라 일병을 앉히는 것, 대통령 내외가 중소기업박람회에 가서 축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 판매원이 되는것, 졸업식에 대통령이 단하로 내려와 전체 졸업생과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것. 이런 모습들은 그러한 싸움의 결과였다.

"색이 전부다. 색이 맞으면 형태도 맞다. 색이 모든 것이고, 색은 음악처럼 떨림이 있다"라고 말했던 마르크 샤갈MarcChagall의 탁견도 오랜 관찰에서 나온 것이고, "사물이나 현상은 두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발견할 때와 작별할 때"라고말한 산도르 마라이 Sandor Marai도 관찰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오랫동안 한 대상을 관찰하다 보면 그 대상과 비슷해지는 모습을 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만수 형님이쥐치를 닮고, 관준 형님이 옥수수를 닮고, 제창이 형님이 치킨을 닮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소설가 한창훈 선생은 "사람은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고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그 문장에서 한참 머뭇거렸다. 나는 무엇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살았을까.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모쪼록 그게 아름다운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관찰은 오랫동안 단순히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관찰법이 다르겠지만 훌륭한 관찰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애정을 가지고 본다는 것이다. 그냥, 어쩔 수 없이, 뭔가 발견해내야 해서 바라본다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발견한 것과 나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과 무관하지 않아야 관찰의 심도가 더해진다.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상상력의 본질은 근본, 원인, 핵심만 남기는 일이다. 거기서부터다. 보태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시절은 잡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중년과 노년의 시기가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던 유년과청년의 시기라는 점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나는 일을 해오면서 이러한 발상법을 유용하게 활용해왔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복잡한 과제를 앞에 놓고 불필요하거나 구태여… 싶은 것들을 하나씩 지우기 시작한다. 그것이 문장이라면 형용사나 부사를 먼저 지우는 식이다. 가능하면 주어와 서술어, 주어와 동사만 남겨놓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이 행사나 기념식이라면 꼭 들어가야 하거나 주제를드러내는 것을 제외한 순서와 프로그램을 하나씩 삭제해나간다. 실제로 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어렵게 생각해낸 아이디어,많은 비용이 들어간 장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 등과 같은 대목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것만 남겨두면 어떨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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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관계에서도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인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이런 바람을 듬뿍 담아 태명은 빛(Light)의 ‘LI’와 소금(Salt)의 ‘SA’를 더해 ‘리사(LISA)’로 지었다. 2017년 새해가 밝고 이튿날, 리사가 태어났다. 우리는 ‘리사’를 아이의 이름으로 결정하고 계속 부르기로 했다. 그녀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기를, 그리고 그 이름처럼 세상을 밝히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책에 수없이 등장하는 이름 ‘리사’에는 이러한 뜻이 담겨 있다.

-알라딘 eBook <우리만의 사적인 아틀란티스> (정승민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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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쇼 - 탁현민의 기획과 연출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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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우주 전체에서 저마다 개별적인 존재다. 개별적인존재로서 세상과 교신한다. 자기만의 방법이란 자신의 개별성을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거기서 출발해 타인과 교류하고, 다시 자기에게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반복은 경험이 되고 경험은 축적되면서 천천히 완성될 것이다.

과장하는 게 큰 죄는 아니잖아. 사람은 너무 큰 상상력이아니라 너무 작은 상상력 때문에 더 고통받지 (Hyperboleisn‘t the worst crime. Men suffer more from imagining too littlethan too much).

"우리 모두 기획자이자 연출가"라는 말은 "우리 모두는 아티스트"라는 말과 같다. 기왕 예술을 할 거라면 잘하는 게 좋다.
그 결과물로 나와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면 더 좋을 것이고.
가장 고귀한 예술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The noblest art is that of making others happy).
--<위대한 쇼맨> 중에서

상상을 현실화해라.
그것이 연출가의 숙명이다.
상상의 단편들로 장면을 만들고,
장면을 바탕으로 서사를 만들고,
서사를 바탕으로 메시지를 만들고,
메시지를 바탕으로 구현해라.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건 무엇일까? 군대? 황금? 깃발?
아니, 이야기다. 훌륭한 이야기만큼 강력한 건 세상에 없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고 어떤 적보다도 강하다(Whatunites people? Armies? Gold? Flags? Stories. There‘s nothing inthe world more powerful than a good story. Nothing can stop it.
No enemy can defeat it).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8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난쟁이 ‘티리온 라니스터‘의 대사다. 한마디로 ‘이야기를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서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어떤 문장보다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구절이다.

서사에 능숙해지려면 모든 생각을 이야기로 만드는 연습필요하다. 요즘은 책 읽기는커녕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옛이야기조차 들으며 자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면 연습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평소 이야기를 제대로 기억만 하고 흐름을 따라가는 집중력만 벼리면 된다. 그러면 서사에 능숙해질 수 있다.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록 이야기를 잘 만들게 된다.

릴스나 쇼츠 같은 토막 난 유튜브 영상만 쳐다보고 있으면 서사로부터 멀어진다. 맥락과 해석이 필요 없는 이 짧은영상들은 극단적 표현과 자극적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오래 보면 볼수록 더 강한 자극만 원하게 된다.

혹시 기획은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것이고, 연출은 만들어낸 걸 꾸미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게 아닐까. 만들어진아름다움은 그리 오래가지도, 여운이 깊지도 못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찾거나 발견하는 일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같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아름답다고 말하는 모든 건 대부분발견되는 것이다.
아니,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다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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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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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퍼탈 연구소는 우리의 소비 방식이 함축하는 물질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독창적인 방식(1990년대에 소속 연구원들이 개발한 방식이다)을 제시했다. 이름하여, 서비스 단위당 투입된 물질 MIPS: Material Input Per Serviceunit, 즉 하나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총량을가리킨다.

1990년부터 벌써 MIPS는 다른 접근법을택해야 했다. 어떤 한 사물로부터 배출되는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 훼손에 관심을 갖는 대신 그 사물의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물질들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사물로부터 나오는 것보다 사물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것을 보자. 관점의 완전한 전복이었다.
구체적으로, MIPS는 한 벌의 의류, 오렌지 주스 병, 카펫, 스마트폰 등의 제조와 사용, 재활용 등의 과정에서 동원되고 이동하게 되는자원의 총체를 평가한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다 검토의 대상이 된다.

이쯤에서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저탄소‘로 만족하는 것으로는 친환경주의자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약간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를 에워싼 기술이 드러나지 않고, 휴대하기 간편하며, 가벼울수록 우리 실존이 남기는 물질적 부담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소형화된 세계의 영향을 탐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작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살펴볼 의무도 있다.
페어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아녜스 크레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애플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안타까워한다. 사실 반도체 칩이야말로 환경적19으로나 사회적으로 거대한 난맥상의 한 중심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마다 들어 있는 컴퓨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제작된 최고 컴퓨터보다 그 성능이 100배는 향상되었다"고, 장-피에르콜랭주가 설명한다. TSMC에서 일했던 이 전직 엔지니어는 "그토록고성능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도 덧붙인다."

집적회로 제작을 위해 500가지 단계를 거치려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하청 업체들(많을 땐 최대 1만 6000개)이 개입하게 된다. 한마디로세계화를 단 하나의 물품으로 요약해보라고 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반도체 칩이 대표로 뽑힐 것이다. 이렇게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정광산은 십중팔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을 것이고, 규소 판은 일본에서 생산될 겁니다. 사진석판 기구는 네덜란드가 담당하고, 세계 최대 진공펌프 제조업체는 오스트리아에 있으며, 볼베어링은 독일에서제조됩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반도체 칩은 분명 베트남에서 메인보드에 조립될 테고요. 조립이 끝나면 중국의 폭스콘 그룹으로 보내져아이폰에 탑재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TSMC 그룹은 과거에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 대학들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했죠. "30이런 식의 물자 보급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어마어마한 에너지 소비를 야기한다"고, 카린 사뮈엘이 탄식한다.

웹은 멈추지 않고 기능해야 하며, 항상, 늘, ‘하이퍼-대기적hyperdisponible‘이어야 한다. 인명이나 국가의 안위가 달려 있을 때 의료 데이터나 군사 데이터로의 접근은 자명하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서핑을 계속하는 수십억명의 네티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그것과는 다르게 힘든 일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양이 절대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웹을 만끽하기 위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네티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기때문이다. "1990년대 말엔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이 8초 안에 떠야 했죠." 데이터센터연구소 대표 필리프 뤼스가 기억을 더듬는다. "오늘날엔 0.8초 안에 초기화면이 완전히 뜨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른 인터넷플랫폼으로 가버립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현재의 논리에서 순간의논리로 넘어간 것이다." 이와 같은 즉각성의 독재는 실시간으로 실제장애물을 분석해야 하는 커넥티드카, 마이크로세컨드 단위로 작업을

누구나 하루 동안 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저장공간(메일함,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을 청소하여 자신들의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다. "필요 없는 메일들이며 오래된 사진,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 등, 뭐가 되든 상관없다"고, 우리가 2020년 여름에 탈린에서 만났을 때 안넬리 오흐브릴은 열거했다. 안넬리 오흐브릴이 제일중요하게 생각하는 타깃은 데이터 저장 플랫폼 아이클라우드Cloud,이는 애플이 판매하는 디지털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와 연계되어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사람들이 아이클라우드를 마치 휴지통처럼 사용하면서 거기에 저장해둔 내용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곤 하죠.월드 디지털 클린업 데이에 호응한 많은 참가자들조차도 이 서비스가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식이 없었어요

다. "제일 중요한 건 얼마만큼의 기가바이트를 절약했느냐가 아니라이러한 행사를 통해서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이라고 이 열성적인 에스토니아의 활동가는 강조한다. 65

보다 평범하게 우리 모두는 얼핏 보기에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일상속 몇 가지 행동들을, 앉은 의자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이 따라할 수있으며, 게다가 엄청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를 통해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4G를 통해서 볼 때보다 23배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집을 나서면서 셋톱박스(참고로 셋톱박스는 대형냉장고만큼이나 전기를 잡아먹는다)를 끄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편이다

구글을 통하지 않고 웹사이트에 접속해도 전기를 아낄 수 있다. 검색엔진을 통한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전구를 1~2분 동안 켜놓을 때만큼의 전력이 소비된다. 영화 한 편을 고화질이 아닌 저화질로 보면에너지 소비가 4~10배 줄어든다. 더구나 7000만 명의 네티즌이 화질을 낮추어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매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350만 톤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석탄 생산량의 6퍼센트에해당된다.

" 우리가 사생활을 존중하는 서비스 쪽으로 옮겨 탄다면 역시 데이터 ‘원천징수‘를 제한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에너지 먹는 하마인 데이터 저장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려면, 가령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시그널signal 68과 올비드olvid‘‘를 이용하고, 이메일 계정은 프로톤메일ProtonMail‘에 만들며, 비용이 몇 유로 정도 들거나 기부금을 약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나 전자 파운데이션E-Foundation‘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라

검색을 위해서라면 덕덕고DuckDuckGo‘2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검색엔진은 사용자들이 실행한 검색 내역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언은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으며, 그만큼 우리 각자가 아주 구체적이고 간단한 방식으로 보다 깨끗하고 간소한 인터넷을 위해 얼마나 슬기롭게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신성한 원칙은 문제 삼지 않더라도, 우리는 실제로 소비한데이터의 용량에 비례하는 요금제를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73볼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접근을 보장해주면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차등적으로 비싼요금을 물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금 정책은 우리 각자가 알아서 데이터 소비를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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