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부퍼탈 연구소는 우리의 소비 방식이 함축하는 물질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독창적인 방식(1990년대에 소속 연구원들이 개발한 방식이다)을 제시했다. 이름하여, 서비스 단위당 투입된 물질 MIPS: Material Input Per Serviceunit, 즉 하나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총량을가리킨다.
1990년부터 벌써 MIPS는 다른 접근법을택해야 했다. 어떤 한 사물로부터 배출되는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 훼손에 관심을 갖는 대신 그 사물의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물질들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사물로부터 나오는 것보다 사물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것을 보자. 관점의 완전한 전복이었다. 구체적으로, MIPS는 한 벌의 의류, 오렌지 주스 병, 카펫, 스마트폰 등의 제조와 사용, 재활용 등의 과정에서 동원되고 이동하게 되는자원의 총체를 평가한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다 검토의 대상이 된다.
이쯤에서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저탄소‘로 만족하는 것으로는 친환경주의자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약간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를 에워싼 기술이 드러나지 않고, 휴대하기 간편하며, 가벼울수록 우리 실존이 남기는 물질적 부담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소형화된 세계의 영향을 탐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작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살펴볼 의무도 있다. 페어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아녜스 크레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애플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안타까워한다. 사실 반도체 칩이야말로 환경적19으로나 사회적으로 거대한 난맥상의 한 중심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마다 들어 있는 컴퓨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제작된 최고 컴퓨터보다 그 성능이 100배는 향상되었다"고, 장-피에르콜랭주가 설명한다. TSMC에서 일했던 이 전직 엔지니어는 "그토록고성능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도 덧붙인다."
집적회로 제작을 위해 500가지 단계를 거치려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하청 업체들(많을 땐 최대 1만 6000개)이 개입하게 된다. 한마디로세계화를 단 하나의 물품으로 요약해보라고 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반도체 칩이 대표로 뽑힐 것이다. 이렇게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정광산은 십중팔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을 것이고, 규소 판은 일본에서 생산될 겁니다. 사진석판 기구는 네덜란드가 담당하고, 세계 최대 진공펌프 제조업체는 오스트리아에 있으며, 볼베어링은 독일에서제조됩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반도체 칩은 분명 베트남에서 메인보드에 조립될 테고요. 조립이 끝나면 중국의 폭스콘 그룹으로 보내져아이폰에 탑재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TSMC 그룹은 과거에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 대학들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했죠. "30이런 식의 물자 보급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어마어마한 에너지 소비를 야기한다"고, 카린 사뮈엘이 탄식한다.
웹은 멈추지 않고 기능해야 하며, 항상, 늘, ‘하이퍼-대기적hyperdisponible‘이어야 한다. 인명이나 국가의 안위가 달려 있을 때 의료 데이터나 군사 데이터로의 접근은 자명하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서핑을 계속하는 수십억명의 네티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그것과는 다르게 힘든 일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양이 절대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웹을 만끽하기 위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네티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기때문이다. "1990년대 말엔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이 8초 안에 떠야 했죠." 데이터센터연구소 대표 필리프 뤼스가 기억을 더듬는다. "오늘날엔 0.8초 안에 초기화면이 완전히 뜨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른 인터넷플랫폼으로 가버립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현재의 논리에서 순간의논리로 넘어간 것이다." 이와 같은 즉각성의 독재는 실시간으로 실제장애물을 분석해야 하는 커넥티드카, 마이크로세컨드 단위로 작업을
누구나 하루 동안 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저장공간(메일함,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을 청소하여 자신들의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다. "필요 없는 메일들이며 오래된 사진,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 등, 뭐가 되든 상관없다"고, 우리가 2020년 여름에 탈린에서 만났을 때 안넬리 오흐브릴은 열거했다. 안넬리 오흐브릴이 제일중요하게 생각하는 타깃은 데이터 저장 플랫폼 아이클라우드Cloud,이는 애플이 판매하는 디지털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와 연계되어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사람들이 아이클라우드를 마치 휴지통처럼 사용하면서 거기에 저장해둔 내용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곤 하죠.월드 디지털 클린업 데이에 호응한 많은 참가자들조차도 이 서비스가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식이 없었어요
다. "제일 중요한 건 얼마만큼의 기가바이트를 절약했느냐가 아니라이러한 행사를 통해서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이라고 이 열성적인 에스토니아의 활동가는 강조한다. 65
보다 평범하게 우리 모두는 얼핏 보기에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일상속 몇 가지 행동들을, 앉은 의자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이 따라할 수있으며, 게다가 엄청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를 통해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4G를 통해서 볼 때보다 23배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집을 나서면서 셋톱박스(참고로 셋톱박스는 대형냉장고만큼이나 전기를 잡아먹는다)를 끄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편이다
구글을 통하지 않고 웹사이트에 접속해도 전기를 아낄 수 있다. 검색엔진을 통한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전구를 1~2분 동안 켜놓을 때만큼의 전력이 소비된다. 영화 한 편을 고화질이 아닌 저화질로 보면에너지 소비가 4~10배 줄어든다. 더구나 7000만 명의 네티즌이 화질을 낮추어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매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350만 톤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석탄 생산량의 6퍼센트에해당된다.
" 우리가 사생활을 존중하는 서비스 쪽으로 옮겨 탄다면 역시 데이터 ‘원천징수‘를 제한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에너지 먹는 하마인 데이터 저장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려면, 가령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시그널signal 68과 올비드olvid‘‘를 이용하고, 이메일 계정은 프로톤메일ProtonMail‘에 만들며, 비용이 몇 유로 정도 들거나 기부금을 약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나 전자 파운데이션E-Foundation‘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라
검색을 위해서라면 덕덕고DuckDuckGo‘2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검색엔진은 사용자들이 실행한 검색 내역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언은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으며, 그만큼 우리 각자가 아주 구체적이고 간단한 방식으로 보다 깨끗하고 간소한 인터넷을 위해 얼마나 슬기롭게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신성한 원칙은 문제 삼지 않더라도, 우리는 실제로 소비한데이터의 용량에 비례하는 요금제를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73볼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접근을 보장해주면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차등적으로 비싼요금을 물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금 정책은 우리 각자가 알아서 데이터 소비를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