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막상스 페르민의 《눈》은 시 같은 소설이고 소설같은 시다. 열일곱 생일날 아침 유코는 은빛 강가에서 아버지에게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시는 직업이 아니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고, 한 편의 시는 흘러가는 물이라고 타이른다.
그러자 유코가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어느 아침, 머릿속에서 물병 깨지는 소리에 한 방울 시가 움트고, 영혼이 깨어나 그 소리의 아름다움을 받아내는 게 시인의 삶이고 하루라면, 유코는 그 아침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게될 것이다. 어찌 그 삶이 녹록하겠으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사람의 눈에는 그게 어찌 그럴듯한 삶으로 보이겠는가. 그러나,
유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