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비웃음거리가 아닌 신성한 대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진지한 눈빛과 그 눈빛을 통해 전달되는 참된 생명력이다. 어릿광대가 복통으로 이리저리 뒹군다면, 그의 의상도 그 분위기를 살리는 데 한몫을 할 테고, 병사가 포탄에 맞아 쓰러지면 넝마 같은 군복도 자주색 왕실 의상만큼이나 그에게 잘 어울려 보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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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할 일’이나 ‘되어야 할 사람’이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입은 옷이 남루하고 더럽다 해도 새 옷을 구하지 않음이 좋을 듯하다. 어떤 특별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일하고 먼 길을 항해해 나감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사람이 된 듯이 느낄 때, 그리하여 헌옷을 입는 것이 마치 낡은 병에 새 포도주를 담아 두는 듯한 느낌이 들 때, 그때 새 옷을 장만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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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나는 어느 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그 개는 주인의 집 근처에 접근하는 낯선 사람에게는 무조건 짖어 댔는데, 어느 날 발가벗고 침입한 도둑에게는 얌전히 굴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입은 옷을 다 벗어던져 버려도, 각자가 상대적인 사회적 계급을 그대로 유지해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울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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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존중할 만한가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이 세상 사람의 눈에 존중할 만한 것으로 보일까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보다 외투나 바지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이 우리네 실정이다.

지금 입은 옷을 벗어 허수아비에게 입혀 놓고 당신은 그 옆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라. 그러면 누구라도 허수아비를 보자마자 인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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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돈을 내고 살 만한 값어치가 있는 바구니를 만들거나, 아니면 적어도 바구니가 가치 있는 물건이라 느끼게끔 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다른 물건을 만들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 역시도 결이 섬세한 바구니 종류를 하나 엮어 두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이 살 만한 물건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바구니 엮는 일이 보람되다고 생각했기에, 남들이 살 가치가 있을 만한 물건으로 만드는 일을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바구니 파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다. 세상 사람들이 성공적이라 간주하며 칭송하는 삶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 종류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오직 한 종류의 삶만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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