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고 싶은 산이 있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산이나 책은 모두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뿐 아니라, 너무 친숙해서 되돌아보지 못한 우리 삶을 조망하기에 적당한 거리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산에 오르는 것은 산을 내려오기 위해서라는 사실, 마찬가지로 시집이나 철학책을 읽는 것도 삶을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기위해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삶을 낯설게 성찰할 수 있는 조망을 얻으려는 것은 삶을 관조하기 위해서 혹은 지적인 쾌감을 얻기 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긴 여정의 하나일 뿐입니다.
일상적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위험‘에서 ‘안전‘으로의 끊임없는 이행이다. 예술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면, 예술은일상적인 삶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즉 사실에서 느낌으로, 안전에서 위험으로,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인다라의 하늘에는 구슬로 된 그물이 걸려 있는데 구슬 하나하나는 다른 구슬 모두를 비추고 있어 어떤 구슬 하나라도 소리를 내면 그물에 달린 다른 구슬 모두에 그 울림이 연달아 퍼진다 한다. - 화엄경
작은 연어 한 마리도 한 생을 돌아오면서 안답니다.
작은 철새 한 마리도 창공을 넘어오면서 안답니다.
지구가 끝도없이 크고 무한정한 게 아니라는 것을
한 바퀴 크게 돌고 보면 이리도 작고 여린
푸른 별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구 마을 저편에서 그대가 울면 내가 웁니다
누군가 등불을 켜면 내 앞길도 환해집니다
내가 많이 갖고 쓰면 저리 굶주려 쓰러지고
나 하나 바로 살면 시든 희망이 살아납니다
인생이 참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참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한때는 씩씩했는데, 자신만만했는데,
내가 이리 작아져 보잘 것 없습니다
아닙니다
내가 작은 게 아니라 큰 세상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상의 관계 그물이 이다지도 복잡 미묘하고 광대한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상도 인생도 나도
생동하는 우주 그물에 이어진 작으나 큰 존재입니다
지금은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우주 기운으로 태어나 우주만큼 소중한 한 생명,
한 인간이 먼저, 내가 먼저입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내 한 몸 바치는 것을 미덕으로 교육받아온
‘개인 없는 우리‘에서
자유롭게 독립하여 주체적인 개인들의 연대-
‘개인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화시대‘라고 합니다
세계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가
구슬처럼 빛나는 개개인을 하나로 엮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다라의 구슬처럼
지구 마을의 큰 울림을 만들어가는 주체입니다
새벽 찬물로 얼굴 씻고 서툰 붓글씨로 내 마음에 씁니다
오늘부터 내가 먼저!
내가 먼저 인사하기
내가 먼저 달라지기
내가 먼저 정직하기
내가 먼저 실행하기
내가 먼저 벽 허물기
내가 먼저 돕고 살기
내가 먼저 손 내밀기
내가 먼저 연대하기
무조건 내가 먼저
속아도 내가 먼저
말없이 내가 먼저
끝까지 내가 먼저
오늘날 사람들은 사랑을 하나의 정치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랑의 개념은 바로 다중의 구성적 힘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랑의 근대적 개념은 부르주아적 커플에, 그리고 핵가족의 밀실공포증적 울타리에 거의 전적으로 제한되어있다. 사랑은 엄격하게 사적인 일로 여겨져 왔다. 우리에겐 사랑에대한 더 넓고 더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전근대적 전통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공적이고 정치적인 사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독교와 유대교는 공히 사랑을 다중을 구성하는 정치적 행위로 파악한다. 사랑은 바로 우리의 확장된 만남들과 부단한 협동들이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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