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을 보고 땅의 지도를 그렸다. 그 지도를 따라 사람의 길을 열어 갔다. 천문과 지리, 그리고 인문의 삼중주, 이것이 문명의 출발이다. 산다는 건 이 삼박자의 리듬에 다름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질문은 궁극적으로 이 배치를 벗어난 적이 없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는 복되도다!"(루카치)라고 외친 이유다. 하지만 그 ‘복된 시대’는 산업혁명, 자본주의, 계몽주의 등과 더불어 종언을 고했다. 이제 사람들은 하늘을 보지 않는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니, 별 자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책없이 쏘아올린 조명탄과 빛공해로 인해. 하늘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땅을 살피는 안목 또한 소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