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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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1년 중 햇볕이 가장 좋은 시기에 정기적인 포쇄를 했다. 민가에서는 옷, 책, 곡식 따위를 마당이나 담벼락에 널어 습기를 말렸고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얼마나 중요했으면 따로 관리를 둘 정도였다)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햇볕 외에도 바람을 쐬어 말리는 것을 거풍擧風, 그늘에 말리는 것을 음건陰乾이라 불렀다. 여름내 눅눅해진 책과 옷을 꺼내 가을볕과 바람에 말리는 풍경이라니. 필요에 의해 생긴 풍습이고 옛사람들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일이었을 테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어쩐지 바람 아래 눕는 낭만으로도,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의식으로도 읽힌다.

주로 1년 중 햇볕이 가장 좋은 시기에 정기적인 포쇄를 했다. 민가에서는 옷, 책, 곡식 따위를 마당이나 담벼락에 널어 습기를 말렸고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얼마나 중요했으면 따로 관리를 둘 정도였다)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햇볕 외에도 바람을 쐬어 말리는 것을 거풍擧風, 그늘에 말리는 것을 음건陰乾이라 불렀다. 여름내 눅눅해진 책과 옷을 꺼내 가을볕과 바람에 말리는 풍경이라니. 필요에 의해 생긴 풍습이고 옛사람들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일이었을 테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어쩐지 바람 아래 눕는 낭만으로도,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의식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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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를 이루는 글자 중 더위 서暑 앞에 오는 처處에는 뜻이 많다. ‘멈추다’라는 뜻으로 읽으면 더위가 멈출 무렵이 되고, ‘머무르다’로 읽으면 아직 더위가 머물러 있는 때가 되며 ‘쉬다’로 읽으면 더위가 쉬는 때가 된다. 처處에는 ‘처리하다’라는 뜻도 있으니 ‘더위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 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그건 여름과 작별한다는 뜻일 테니까.

처서處暑를 이루는 글자 중 더위 서暑 앞에 오는 처處에는 뜻이 많다. ‘멈추다’라는 뜻으로 읽으면 더위가 멈출 무렵이 되고, ‘머무르다’로 읽으면 아직 더위가 머물러 있는 때가 되며 ‘쉬다’로 읽으면 더위가 쉬는 때가 된다. 처處에는 ‘처리하다’라는 뜻도 있으니 ‘더위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 쪽이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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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만든 천연 술잔은 이렇다. 줄기가 너무 짧지도 굵지도 않은 것을 골라 연잎을 줄기째 꺾는다. 싱싱한 연잎 위로 술을 부은 후 줄기와 이어지는 가운데 부분을 비녀로 찔러 구멍을 낸다. 그럼 술이 줄기 속으로 흘러내렸는데, 연잎 줄기를 통과한 술은 연꽃 향기가 스미고 차가워져서 좋았다고. 커다란 연잎을 술잔으로, 긴 줄기를 빨대로 삼은 것이다. 이렇게 마시는 술을 연꽃 하荷, 마음 심心 자를 써서 하심주라 불렀다.
조상들로부터 풍류를 배울수록 여름의 숙제가 분명해진다. 한량 되기. 더위에 지쳐 쓰러지듯 쉬는 것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한량 되기! 한 번으로는 부족하니, 하루짜리 여름방학을 세 번에 나눠 가졌던 삼복처럼.

옛사람들이 만든 천연 술잔은 이렇다. 줄기가 너무 짧지도 굵지도 않은 것을 골라 연잎을 줄기째 꺾는다. 싱싱한 연잎 위로 술을 부은 후 줄기와 이어지는 가운데 부분을 비녀로 찔러 구멍을 낸다. 그럼 술이 줄기 속으로 흘러내렸는데, 연잎 줄기를 통과한 술은 연꽃 향기가 스미고 차가워져서 좋았다고. 커다란 연잎을 술잔으로, 긴 줄기를 빨대로 삼은 것이다. 이렇게 마시는 술을 연꽃 하荷, 마음 심心 자를 써서 하심주라 불렀다.

조상들로부터 풍류를 배울수록 여름의 숙제가 분명해진다. 한량 되기. 더위에 지쳐 쓰러지듯 쉬는 것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한량 되기! 한 번으로는 부족하니, 하루짜리 여름방학을 세 번에 나눠 가졌던 삼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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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를 핑계로 마련한 술자리’를 뜻하는 하삭음河朔飮은 선비들의 복달임이다. 후한 말, 유송劉松이 삼복더위를 피해 하삭(중국 황하 북쪽 지방)에서 밤낮으로 술을 마셨던 고사에서 유래했다는데, 술 마실 핑계를 지어내는 애주가의 역사는 이리도 길구나 싶어 웃음이 샌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시원한 물가에 모여 하삭음을 즐겼다. 계곡에 가기도 했지만 선비들의 여름 놀이는 주로 호수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은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가르쳤기에, 연꽃을 보며 그간 오염된 마음을 씻는다 하여 세심洗心 놀이라고도 불렀다.

‘피서를 핑계로 마련한 술자리’를 뜻하는 하삭음河朔飮은 선비들의 복달임이다. 후한 말, 유송劉松이 삼복더위를 피해 하삭(중국 황하 북쪽 지방)에서 밤낮으로 술을 마셨던 고사에서 유래했다는데, 술 마실 핑계를 지어내는 애주가의 역사는 이리도 길구나 싶어 웃음이 샌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시원한 물가에 모여 하삭음을 즐겼다. 계곡에 가기도 했지만 선비들의 여름 놀이는 주로 호수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은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가르쳤기에, 연꽃을 보며 그간 오염된 마음을 씻는다 하여 세심洗心 놀이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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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내려 하지 않았던 게 조상들의 지혜다. 여름은 여름답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추운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주어진 오늘의 날씨만큼을 살아가려 했던 사람들. 자연에 순응하며 때를 기다리다 보면 곧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계절이 오리라는 걸 알았던 조상들은 예로부터 삼복을 쉬어가는 날로 삼았다. 초복, 중복, 말복은 긴 여름을 지나는 동안 멈추었다 가는 세 번의 간이역인 셈이다.

대서 뒤에 오는 입추立秋는 벼 이삭이 여물어가는 들판 위로 제비가 뒤집힌 포물선을 그리며 나는 계절. 하지를 기점으로 낮이 짧아지고는 있지만 그간 태양이 달구어놓은 땅의 열기가 남아 있어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의 운동과 땅의 계절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이처럼 지구의 복사열 때문.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이렇게 더운데 무슨 입추냐!" 하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추운데 무슨 봄이냐!" 했던 입춘과 대칭을 이루듯이.

입추에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늦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받은 벼가 어찌나 잘 자라는지 귀 밝은 개가 그 기척을 느끼고 짖을 정도라는 뜻이다. 실제로 입추 무렵은 벼의 성장이 대나무처럼 빨라지는 시기이자, 여태 길쭉이 자란 풀로만 보이던 벼에 볼록볼록 이삭이 패는 때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무슨 소리가 날까 싶지만,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들녘을 내다보며 흐뭇해했을 농부의 마음이 짐작되는 속담이다. 이 무렵부터 처서까지 비가 오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기에 과거에는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리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중에서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

열네 번째 절기 처서는 24절기 중 가장 귀여운 소개말을 가지고 있다. 짧은 문장을 가만히 읊어보는 동안 눈앞에 그림책 한 권이 펼쳐지는 것 같다.

-알라딘 eBook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중에서

처서處暑를 이루는 글자 중 더위 서暑 앞에 오는 처處에는 뜻이 많다. ‘멈추다’라는 뜻으로 읽으면 더위가 멈출 무렵이 되고, ‘머무르다’로 읽으면 아직 더위가 머물러 있는 때가 되며 ‘쉬다’로 읽으면 더위가 쉬는 때가 된다. 처處에는 ‘처리하다’라는 뜻도 있으니 ‘더위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 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그건 여름과 작별한다는 뜻일 테니까.

-알라딘 eBook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중에서

오해 중 하나는 절기를 달력에 적힌 그날 ‘하루’로 여기는 것인데 사실 그날부터 다음 절기까지의 기간을 ‘한 절기’로 본다. 처서는 하루가 아니라 백로가 오기까지의 열다섯 혹은 열여섯 날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서란, 저무는 여름과 시간을 들여 인사하고 천천히 작별하는 과정이겠다.

주로 1년 중 햇볕이 가장 좋은 시기에 정기적인 포쇄를 했다. 민가에서는 옷, 책, 곡식 따위를 마당이나 담벼락에 널어 습기를 말렸고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얼마나 중요했으면 따로 관리를 둘 정도였다)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햇볕 외에도 바람을 쐬어 말리는 것을 거풍擧風, 그늘에 말리는 것을 음건陰乾이라 불렀다. 여름내 눅눅해진 책과 옷을 꺼내 가을볕과 바람에 말리는 풍경이라니. 필요에 의해 생긴 풍습이고 옛사람들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일이었을 테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어쩐지 바람 아래 눕는 낭만으로도,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의식으로도 읽힌다.

호미씻이보다 마음을 빼앗긴 두 번째 풍습은 ‘포쇄’다. 볕에 쬘 포曝에, 볕에 말릴 쇄曬. 장마가 있는 여름을 지나는 동안 눅눅해진 책이나 옷을 모두 꺼내어 햇볕에 쬐고 바람에 말리던 일을 뜻한다. 책을 만드는 데 사용된 한지는 습기에 약해 썩거나 벌레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책이나 옷을 보다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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