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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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일과 커피 내리는 일은 비슷한 점이 꽤 있는 것 같았다. 누구나꽤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고,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든다는 점 점이 그렇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점이 그렇고,점점 더 섬세함이 요구된다는 점이 그렇고, 결국 독서의 질과 커피의 질을 좌우하는 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 그렇다. 결국 독서가와 바리스타는 독서하는 그 자체, 커피 내리는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듯했다. 민준은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차라리 노력했던 모든 것이 완전히 끝이 났다고 생각했던 그때가 더 나았다. 그때는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 포기할 수 있었다. 노력에도 임계점이 있다면 이미 그것을 넘은 상태였으니까. 혹시더 노력했다면, 한 번 더 시도했다면 될 수도 있었을까, 나는 그때99도에 도달해 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99도에서100도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노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내게 운이 없다면, 내내 99도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어야 했겠지.

얼마 전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보았을 때도 이런 생각은 이어졌다. 세이모어 번스타인 역시 피아니스트의 삶을 포기했던 것이 아니라 피아니스트가 아닌 삶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화려한 명성을 쌓던 세이모어가 피아노를 치는 대신 피아노를 가르치고자 선택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여든살이 넘은 세이모어는 그때의 그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만약 제가 최근 1년 동안 영화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하면, 어느 날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지난 1년간 영화를 보지 않았네, 나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하고요.
이후 1년 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식에서 사라지고난 영화를 안 좋아하는구나‘ 하는 해석만 남는 겁니다. 그러다가언제나처럼 글을 쓰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무심코 이런 문장을 쓰는 거죠. 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틀린 말 같지 않잖아요. 저 스스로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요. 그런데 사실은 이래요. 저는 그런대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일이 너무 바빠서 못 보기 시작한 게 1년 전이라는 겁니다. 천천히 깊게 생각하면 진실에 다다르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엔 거짓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일부러 하려던 게 아닌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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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보면 더디게 나아."

신경을 쓰지 않을 땐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신경을 쓰기시작하자 일이 끝나지 않았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특히 서점 일을 하고 있다가 커피 주문이 들어올라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텝이 꼬여 당황하길 여러 날, 영주는 바리스타 공고를 서점 근처 몇 곳에 붙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민준이 왔다. 영주는 민준이 내려준 커피 맛을 보고 그날 바로공고를 모두 뗐다. 민준은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서점을 연 지 1년

한 사람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생각해요. 섬처럼 혼자고,
섬처럼 외롭다고요.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혼자라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섬처럼 그려진 소설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소설은 섬처럼 살고 있던 각각의 인물이서로를 발견해내는 소설이고요. 어, 너 거기 있었니? 응, 난 여기었어, 하는 소설들 말이에요. 혼자여서 실은 조금 외로웠는데 이제덜 외로워도 될 것 같아, 너 때문에,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이 소설은 저에게 이런 기쁨을 맛보게 해줬어요.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고 하잖아요.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요.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 강해져요. 바로 이 강해지는 면과 성공을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강해질 뿐만 아니라고통스러워지기도 하거든요.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예전엔 못 보던 고통이 이제는보이는 거죠. 누군가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데 내 성공,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민준은 영화를 한 편 보면 그 영화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영화를 음미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리기도 했다. 목적 없이 한 대상에 이토록 긴 시간을 내어준 적이 전에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 시간을 펑펑 쓰며 민준은 조금씩 자기 자신만의 기호, 취향을 알아갔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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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이 욕망하는 대상으로 태어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한다.]라캉, 《에크리》

자유는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려는 욕망이다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는 이에겐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정직한 삶은 없다.

〈쩔어>의 핵심 노랫말은 "I don‘t wanna say yes"다. 〈쩔어>는 주어진 틀에 갇혀 절망하는 욕망을 비판하는 노래다.
네가 놀 때 밤새 일했다. "포기하라!"는 명령에 "예"라 말하기싫으니까. 우릴 3포 세대, 5포 세대라고 부른다. 의지가 없다.
며 기부터 죽인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라. 새벽은 낮보다예쁘다. 우리 잠든 청춘의 희망을 깨우자. 내 스타일대로 노래를 부르겠다, 쩔게. 절망과 희망이라는 열쇠 말로 노랫말을 풀어보자.

리좀[같은 욕망]은 [획일화된 지배적 욕망과 달리] 시작도 끝도 없다. 리좀[같은 욕망]은 늘 중간에 있으며 [다른욕망들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거침없이 뻗어가는] 사물들사이에 있는 ‘사이‘ 존재이자 간주곡이다.
들뢰즈·가타리, 《천 개의 고원》

…사로잡힌 정도의 차이가 희극과 비극의 차이를 낳았다. 첫번째 노인은 아름다운 노래가 혹에서 나온다는 재치 있는 답을 생각해낼 정도로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이고 다채로운 즐거운 삶을 살았다. 반면 두 번째 노인은 자본주의 욕망의골짜기에 갇힌 오이디푸스처럼 압도하는 물질에 대한 욕망에깊이 사로잡혀 혹을, 그리고 노래마저 그저 물질에 대한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았다. 눈 옆을 가리고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지배적인 욕망의 골짜기에 깊이 사로잡힐수록사방으로 탈주하려는 다양한 욕망이 억압되니까.

등골브레이커〉의 핵심 노랫말은 "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이다. 등골브레이커는 으스대는 이미지에 대한 욕망을 비판하는 노래다. 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에 수십짜리 시계에 으스댄다. 모두 기를 쓰고 있는 자처럼보이고 싶어 한다. 패딩 안에 거위털을 채우기 전에 네 머릿속개념을 채우길 바란다. 네가 바로 부모님의 등골브레이커다.

사물은 기호라는 가치도 가진다. [자동차는 도구로뿐만아니라 행복이나 위세를 드러내는 기호로도 쓰인다. [우리는 이 기호를 소비한다.]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3

〈불타오르네>의 핵심 노랫말은 "싹 다 불태워라"다. 불타오르네는 정해진 삶의 목표나 방향을 강요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노래다. 싹 다 불태워라. 겁 많은 자여, 괴로운 자여 여기.
로 와라. 겁과 괴로움을 싹 다 불태워라. 정해진 삶의 목표와방향에 따라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싹 다 불태워라. 네 멋대로 살아라. 어차피 삶은 네 거니까. 정해진 삶의목표와 방향이라는 열쇠 말로 노랫말을 풀어보자.

〈피 땀 눈물>의 핵심 노랫말은 "더는 도망갈 수조차 없어.
니가 너무 달콤해다. 〈피 땀 눈물>은 사랑의 유혹 또는 자유의 유혹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사랑이나 자유의 유혹은 ‘독이든 성배‘ 처럼 위험천만하고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삼킨다. 감옥에 갇힌 듯 중독되어 더는 도망갈 수 없다. 사랑이나자유의 유혹은 우리를 파괴하거나 성장시킨다. 아니, 파괴해서 성장시킨다!

〈On〉의 핵심 노랫말은 "나의 고통이 있는 곳에 내가 숨쉬게 하소서"다. On〉은 삶의 그림자, 삶다운 삶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삶은 한 발자국 떼면 한 발자국 커지는 그림자처럼, 세상의 힘에 휘청이고 흔들리며 두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삶다운 삶은 고통에도, 아니 고통 때문에 아름답고 살만한 해프닝이다. 고통에도, 아니 고통 때문에 삶은 계속된다.
나의 고통이 있는 곳에 내가 숨 쉬게 하소서. 삶의 고통이라는열쇠 말로 노랫말을 풀어보자.

〈Dynamite>의 핵심 노랫말은 "Life is dynamite"다.
(Dynamite>는 삶의 방식이나 태도를 이야기하는 노래다. 삶은 소유하는 것having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being 이다. 많이사는 것buying 이 아니라 멋지게 사는 것iving 이다. 지구라는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별에서 존재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것이다. 삶은 다이너마이트다. 다이너마이트가스스로를 폭발시켜 빛나듯 삶도 스스로를 폭발시켜 빛난다.
폭발하지 않으면 무거운 짐이지만 폭발해서 가벼워진 존재는아름답게 빛난다. 소유와 존재라는 열쇠 말로 노랫말을 풀어

〈Am I Wrong)의 핵심 노랫말은 "귀가 있어도 듣질 않어"다. 〈Am I Wrong>은 세상이 병들고 소통이 되지 않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황새든 뱁새든 돈에 미쳐 난리다. 미친 세상이 우릴 미치게 한다. 귀가 있어도 듣질 않고 눈이 있어도 보질 않는다. 세상이 소통의 길을잃었다. BTS는 묻는다. "Am I Wrong?" 우리는 잃어버린 소통의 길을 되찾아 다시 건강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세상의 병듦과 불통이라는 열쇠 말로 노랫말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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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고 좋은 집에 살 만큼 운이 좋다면, 그렇지 못한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야 돼. 내가 가진 좋은 운을 남들과나누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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