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보면 더디게 나아."
신경을 쓰지 않을 땐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신경을 쓰기시작하자 일이 끝나지 않았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특히 서점 일을 하고 있다가 커피 주문이 들어올라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텝이 꼬여 당황하길 여러 날, 영주는 바리스타 공고를 서점 근처 몇 곳에 붙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민준이 왔다. 영주는 민준이 내려준 커피 맛을 보고 그날 바로공고를 모두 뗐다. 민준은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서점을 연 지 1년
한 사람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생각해요. 섬처럼 혼자고, 섬처럼 외롭다고요.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혼자라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섬처럼 그려진 소설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소설은 섬처럼 살고 있던 각각의 인물이서로를 발견해내는 소설이고요. 어, 너 거기 있었니? 응, 난 여기었어, 하는 소설들 말이에요. 혼자여서 실은 조금 외로웠는데 이제덜 외로워도 될 것 같아, 너 때문에,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이 소설은 저에게 이런 기쁨을 맛보게 해줬어요.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고 하잖아요.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요.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 강해져요. 바로 이 강해지는 면과 성공을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강해질 뿐만 아니라고통스러워지기도 하거든요.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예전엔 못 보던 고통이 이제는보이는 거죠. 누군가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데 내 성공,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민준은 영화를 한 편 보면 그 영화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영화를 음미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리기도 했다. 목적 없이 한 대상에 이토록 긴 시간을 내어준 적이 전에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 시간을 펑펑 쓰며 민준은 조금씩 자기 자신만의 기호, 취향을 알아갔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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