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삶의 위기에 빠질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캄캄한 터널에 갇힌 것 같던 그때,
마주한 의문이 있었다.
제도, 정치, 왕, 위인에 대한 역사책은 수두룩한데왜 마음에 대한 역사책은 없을까.
마음 아픈 사람에게 역사는 무엇인가.
이 책은 그때 품었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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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떠올렸을 때 과정이 수월하게 그려지면 우리도모르게 과신에 빠져든다. ‘이쯤이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유창성 효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안에 파고든다.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BTS의 안무를 따라 하게 한 이 수업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때 발생하는 유창성 착각(illusion of fluency)에 관한 연구를 모델로 삼았다.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해내는 사람을 보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아이유의 <좋은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이 정도 고음쯤이야 나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생각하며 후렴구에 나오는 이른바 ‘3단 고음‘ 구간, ‘아임 인 마이 드리이-이-임(I‘m in my dream)‘을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불러 보지 않았는가? 아니면, 식당에서나 먹던 ‘폭탄달걀찜‘을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며 요리법을 가르쳐 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해 본 적이 있는가? 비포/애프터 사진들을 보고혹해서 새로운 다이어트를 시작해 본 적은?
완벽한 결과물을 마주할 때나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달걀찜또는 건강한 몸매처럼 따로 지적할 게 없는 결과물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그 과정도 물 흐르듯 매끄럽고 수월했을 거라고 착각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책을 읽고 있으면 저자가 일필휘지로 글을 술술 써 내려갔을 것만 같다. 피겨스케이팅을 해 보지 않았다면, 더블 악셀을 시도하다가 넘어지는 선수를 보면서 다른 선수들은 쉽게 잘만 하는데 왜 저 선수만 저렇게 못 하냐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인지 시스템이 다양한 신호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유창성 효과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를 극복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유창성의 착각에서 깨어나려면 실제로 시도해 보면 된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전에 혼자서 프레젠테이션 대본을 소리 내어 읽어 본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에 앞서 달걀찜을 만들어 본다. 직장 내 연말 파티에서 상사를 앞에 두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욕실 거울 앞에서 <좋은날>을 불러본다. 실제로 해 보면 스스로 피드백을 주게 될 터이므로 타인의 피드백 없이도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레빈슨 강당에서 춤췄던 학생열명중에 지금도 연습 없이 케이팝 안무를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학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식당에 가거나 포장 주문을 할 때 메뉴판에있는 음식을 무작위로 선택한다. 그러면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아니면 가장 싫어하는 요리가 무엇인지라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를 경험할 수도 있다. 출근할 때 늘 가던 길 대신 새로운 길로 가본다. 친구와 쇼핑을 갈 때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회색 스웨터나 파란색 셔츠를 사지 않도록 친구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부탁한다. 아침으로 우유 한잔에 양갈비, 샐러드를 먹고 저녁으로는와인 한 잔에 시리얼, 오믈렛을 먹는다. 인생은 관찰 가능한 세계와 관찰 불가능한 세계를 통틀어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를 발견하는 것은 순전히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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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에 살고 싶은 이유는 제각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공통점이 있었다. 돈도 없고 땅도 없고 지역에 이렇다 할연고도 없는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가진 것이 젊음과 열정뿐인청년들은 촌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혼자는 어렵지만여럿이 함께라면 어떨까? 시골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청년공간이 있다면, 도시 청년들이 쉽게 와서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팜프라의 시작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불균형과 불평등을 몇몇 사람의노력으로 모두 해소할 순 없을 것이다. 나는 인간다운 삶을위한 기본권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데내 시간을 쓰기로 결심했다. 가장 처음 한 일은 땅을 빌려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과거엔 의식주를 꼽았지만, 현대 사회에는 식(食), 주(住),
학(學)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먹고, 안전한 곳에서살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게 건강한 먹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농사를 지으며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을 필요한 곳에 공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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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수피파 시인 파리드 알딘 아타르Farīd al-Dīn ‘Aṭṭār의 시 〈새들의 회의〉에는 이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새들이 신화에 나오는 새들의 왕 시무르그를 찾으러 길을 떠나는데, 긴 여정 끝에 서른 마리의 새들이 시무르그 앞에 도착합니다. "몸집이 작은 서른 마리 새들은 깃털이 빠져 날개가 허술해지고, 지치고 병이 든 상태였습니다. 심장은 부서졌고 다리와 영혼은 망가졌지만 새들은 지성의 한계를 넘어선 곳의 어떤 형언할 수 없는 존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 새들은 시무르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니 서른 마리의 새들이 다름 아닌 시무르그였으며, 시무르그가 곧 그 서른 마리의 새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새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얼이 빠졌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열 폭의 그림 십우도十牛圖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십우도에는 소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목동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소를 찾은 후에 목동은 어렵게 소를 길들여 집으로 데려가지만 마지막엔 애써 찾은 소가 온데간데없고, 그다음엔 목동마저 화폭에서 사라집니다. 어느 날 대안이라는 스님이 백장 선사를 찾아가 불교가 무엇이냐고 묻자, 백장이 대답합니다. "소를 타고 있으면서 소를 찾는 것과 같다."

철학의 목적은 머물기 위한 ‘집’이 아니라 길을 건너기 위한 ‘다리’가 되는 것임을 잊지 맙시다. 프랑스의 사상가 시몬 베유Simone Weil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로부터 다리를 물려받았지만 그 사용법을 모릅니다. 우리는 그게 집을 짓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고층빌딩을 세웠고 계속해서 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물려받은 건 길을, 벼랑을 건너가기 위해 만든 다리라는 걸 까맣게 모른 채로요. 그 다리를 통해 신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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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엄격한 채식인이지만 아내를 구타하는 자보다는 육식을 하지만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낫다는 간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엄격한 채식인(이제 막 열광적인 채식인이 된 사람이다)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를 식사에 초대하면 아내와 딸을 심하게 무시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고는혼자서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 고약한 강성론자는 먹는 법을 제대로 배웠는지는 몰라도, 사는 법은 아직 배울 게 많았다.

‘나아진다는 것‘은 ‘남들보다 나아진다‘는 뜻이 아니다. ‘예전의나보다 나아졌다‘는 뜻이다. 말로 모건Marlo Morgan 의 소설 <무탄트메시지>에서는 호주 원주민 참사랑 부족과의 대화가 나온다. 소설 속의 부족들은 나이 먹는 것을 축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나아지는 것을 축하했다.

내가 물었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역사의 몇 안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그러나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찾아온 손님들은 좁다, 방음이 안 된다, 날파리가 있다, 따뜻한 물이 잘 안 나온다 등등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모든 것은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산다면 어디 있든 굶어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층에 묵은 사람들은 방문도 안 닫고 잔다.
편하고 걱정 없는 사람들이 이 숙소에 오겠지. 나도 더불어 맘이편했다.

나는 사람들이 비건이든 자연식물식이든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든, 스스로 납득이 가고 그렇게 실천하고 싶을 때를 기다려 자연스럽게 변했으면 한다. 누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남들은다 이렇게 산다고 해서, 억지로 스트레스와 강박과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자기 스스로, 자발적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죄책감을 느껴서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오래 못 간다.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자발적인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그때서야 생활습관이 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는 이제 플라스틱 생수를 판매하지 않아서 모두 개인 텀블러를 지참해야 한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연식물식은 나의 인생을 바꿨다.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까지 관뒀으니 음식을 바꾸고 퇴사까지 하게 된 것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음식을 바꾼 이후로 모든 선택들이 여러 결과를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다. 내가 아닌 남을 돕는 삶, 그러다 보면 결국 나 자신도 돕게 된다는 것. 남에게 베푼 사랑은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타주의의 장점이다. 지금의 이 선택이 또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두렵기보다는 기대로 마음이 부풀어있다.
나는 ‘최소한의 삶‘을 지향할 것이다. 나는 건강 하나 때문에 음식을 바꾼 것이 아니다. 단순히 내 건강만을 이유로 자연식물식을 지향했다면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무엇이든 골고루 먹는 습관‘으로 돌아가려면 여러 가지 이유를 반박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합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끌려가면 노동이고 끌고 가면 운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 없이 못 사는 삶‘은 끌려가는 삶이다. 삶의 주체인 ‘나‘를 위한 삶이 아니다. ‘그분 없이 못 사는 사랑‘ 또한 타인의존적인 삶이 아니던가? 그것 없이 사는 삶, 즉 끌려가는 삶에서 끌고 가는삶으로의 방향전환이 내게도 자유와 해방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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