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ㅣ 창비시선 374
안현미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글샘님의 리뷰를 보고 얼른 구해 읽었는데, 참 좋았다. 글샘님도 <내간체>가 좋았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그랬다. 전체 실린 작품들 중에 이 시가 제일 맘에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북플에 인용된 전문을 읽을 때 좋구나~ 정도 였지만, 책을 구해 종이에 인쇄된 시를 오랜만에 읽으니 정말, 더욱 좋았다.
<내간체>의 첫 연을 읽는데,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있"었단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입덧이 심할 때 얼음을 물고 있으면 속이 좀 가라앉는다는 걸 임신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테지만. 애엄마로서, 어떤 면에서 결혼 생활에 지친 같은 여자로서 "너무 서둘러 시집왔나 생각해봅니다 입안이 얼얼하고 간혹 어린 엄마였던 언니가 너무 사무칩니다"는 싯구에 맘이 짜르르 했다. 언젠가 갓 결혼하는 신부를 보며 내 결혼 생활은 너무 누더기 같다는 생각에 서글펐는데, 똑같이 남루한 옷을 입은 이를 본다는 건, 참.
내용도 그렇지만, 시어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면에서도 너무나 시처럼 써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를 시답게 쓰는 것, 좋다. 요즘은 참 난폭하게 쓰는 분들도 많던데, 나는 그냥 이렇게 얼음-울음-얼얼 뭐 이런 식으로 운율맞춰 쓰는 게 좋더라.
<공기해장국> 도 좋았고, <엄마 2호>도 참 가슴 아프고 좋았다. <이별 수리센터>도 좋았다. <1인가족>, <투명고양이>도 쓸쓸하고 좋았다. 시같은 시어들이, 소리내 읽어보고만 싶은 시들이 많았다. 다음번 시집을 내신다면 꼭 또 읽어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