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딸아이가 마르고 닳도록 읽은 책.

보드북이라 아이가 넘기기도 편하고, 내용도 단순하고 재미있다. 하루에도 이 책을 몇번씩 읽었는지 모른다. 하도 읽으니 나중에는 아이도 "엄마 아닌데?"를 같이 외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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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orch Trials: Book Two of the Maze Runner Series (Hardcover)
Dashner, James / Delacorte Pr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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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ze Runner 삼부작의 두번째 책. 1권보다 재미있었다. 그러나 2권을 마친 후에는 3권을 읽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 학생들과 읽기로 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니 그냥 3권도 읽기로 했다. 350쪽 짜리 원서를 읽을 동기로 재미만큼 강렬한 것이 없으므로.

 

판타지는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그런 면도 많겠다만. 진짜 재미있는 판타지는 현실의 교묘한 비틀기인 경우가 많다. 십대 아이들을 거대한 미로에 가둬놓고 어떻게든 살아남도록 하는 잔인한 게임은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듯 하지만, 공부의 무한경쟁, 수행평가의 서바이벌, 입시지옥도 가만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초등학생 조차도 스펙을 쌓아야한다며 상장을 닥치는 대로 타야한다고 하는 이상한 세상이므로. 

 

암튼 아이들이 만족하므로 나는 좋다. 독해 문제집 한권을 푸는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게다가 애들이 집중하며 읽는 모습이라니! 어른이 보기엔 유치한 판타지라도 계속 찾아 읽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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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ze Runner: Book One of the Maze Runner Series (Paperback) Maze Runner
Dashner, James / Ember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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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중2 여학생들과 함께 읽은 책. 아이들이 영화를 먼저보고 와서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겼다고 흥분해서 이때다 싶어 원서로 읽힐려고 한권씩 다 샀다. 6-70%만 이해하며 읽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주인공 오빠들을 생각하며 참고 읽어주어 고마움ㅋㅋ

한명은 1권을 다 읽고, 나머지 두명도 200쪽 넘게 읽었으니 생각보다 좋은 성과. 다음엔 또 무슨 재미난 책을 찾아 읽힐까 즐거운 고민.

책으로서는 그냥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고, 어른들이 읽기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그나저나 디스토피아에 대한 판타지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정말 세상이 망해가나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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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시선 374
안현미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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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님의 리뷰를 보고 얼른 구해 읽었는데, 참 좋았다. 글샘님도 <내간체>가 좋았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그랬다. 전체 실린 작품들 중에 이 시가 제일 맘에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북플에 인용된 전문을 읽을 때 좋구나~ 정도 였지만, 책을 구해 종이에 인쇄된 시를 오랜만에 읽으니 정말, 더욱 좋았다.

 

<내간체>의 첫 연을 읽는데,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있"었단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입덧이 심할 때 얼음을 물고 있으면 속이 좀 가라앉는다는 걸 임신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테지만. 애엄마로서, 어떤 면에서 결혼 생활에 지친 같은 여자로서 "너무 서둘러 시집왔나 생각해봅니다 입안이 얼얼하고 간혹 어린 엄마였던 언니가 너무 사무칩니다"는 싯구에 맘이 짜르르 했다. 언젠가 갓 결혼하는 신부를 보며 내 결혼 생활은 너무 누더기 같다는 생각에 서글펐는데, 똑같이 남루한 옷을 입은 이를 본다는 건, 참. 

 

내용도 그렇지만, 시어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면에서도 너무나 시처럼 써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를 시답게 쓰는 것, 좋다. 요즘은 참 난폭하게 쓰는 분들도 많던데, 나는 그냥 이렇게 얼음-울음-얼얼 뭐 이런 식으로 운율맞춰 쓰는 게 좋더라. 

 

<공기해장국> 도 좋았고, <엄마 2호>도 참 가슴 아프고 좋았다. <이별 수리센터>도 좋았다. <1인가족>, <투명고양이>도 쓸쓸하고 좋았다. 시같은 시어들이, 소리내 읽어보고만 싶은 시들이 많았다. 다음번 시집을 내신다면 꼭 또 읽어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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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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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의 초반부를 읽으며 내내 든 고민은 "부도덕한 화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지"였다. 난 두 딸아이의 엄마인데, 정신 나간 소아성애자의 심리고백을 대체 어떻게 읽으란 말인가. 심리적 거리감이라도 좀 있으면 덜 불편하련만. 1인칭으로 전개되어 성인남성인 자신이 의붓딸에게 성적욕망을 품고 정신분열적인 자아를 낱낱이 드러내는 과정. 추악하고 담담한 서술. 이걸 계속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개인적으로는 1부 앞부분이 참 읽기 힘들었다. 하숙을 하게 된 험버트가 집주인의 어린딸에게 마음을 갖고 그 딸을 얻기 위해 엄마와 결혼하게 된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계속 읽을지 말지 진짜 고민했다. 예술문학과 범죄서술 혹은 통속의 끝자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롤리타>. 이름부터 롤리타컴플렉스의 그 롤리타라니. 영문학 수업 때문이 아니었다면 정말 안 읽었을 소설. 읽고 나서도 어디 추천하기도 꺼려진다.

 

수많은 언어유희나 교묘히 숨겨놓은 장치 같은 것들은 비평가들의 눈길을 끌어왔던 것 같고, 책의 기술적인 부분들이 이 책을 고전의 반열까지 올려놓은 것 같다. 읽으면서 나도 여러번 감탄하게 되긴 했다. 심지어 소아성애가 범죄이고 이름부터 혐오스럽지만, 읽다보니 돌리(롤리타)를 정말 사랑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뚤어진 사랑도 그에겐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심지어는 한번도 되돌려 받지 못한 험버트의 사랑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지경까지 생각이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험버트는 열두살 소녀에게 가진 탐욕을 실현하기 위해 그 엄마와 결혼했고, 사실을 안 엄마가 죽은 후 (이 엄마는 대체 왜 죽었단 말인가! 딸을 데리고 얼른 도망을 쳤어야지!) 의붓딸에게 거짓말을 하고 납치하여 2년여간 교묘히 여행을 다닌 것. 주된 줄거리가 이럴진대 서술방법이 천재적이라고 해서 전체가 미화될지는 미지수.

 

문학 비평가가 아닌 평범한 독자로서는 읽는 동안 심리적으로 좀 지쳤고, 나는 여전히 현실과 소설을 명확히 구분짓지 못해 죄없는 내 남편이 왠지 나쁘게 보이기도 했다. 돌리가 도망친 후부터는 일부러 빨리 마무리짓고 싶어 속독해버렸다. 아름다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꽤 여러곳에서 나보코프만의 독특한 시선, 표현이 보인다. 작가는 본래부터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은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미성년자 납치,강간 사건을 아름다운 언어로 쓴 건가. 내게는 잘 맞지 않았던 혼란스러운 책을 어서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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