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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완전개정판 다빈치 art 3
J.M.G. 르 클레지오 지음, 백선희 옮김 / 다빈치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자의식이 분명한 걸 좋아한다. 독선적이고 오만해보인다고해도. 그게 내가 프리다 칼로에게 빠져드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그냥 이 여자의 삶과 작품을 자꾸만 보게 된다.

"내가 되고 싶은 여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프리다는 같은 일기장에 쓴다. "광기의 장막 너머에서 난 온종일 꽃다발을 만들것이다. 고통을, 사랑을, 애정을 그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소리 따윈 무시할 것이다. 그러면 모두들 말하겠지. 불쌍한 미친 여자라고"  - p.258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의외였던 것은 그녀도 정숙한 아내는 아니었다는 것. 여자를 너무 좋아했던 디에고 리베라만 리베르하게 산 게 아니라 결혼 생활 동안 프리다도 숱하게 많은 애인들이 있었던 것. 물론 동기가 다를 수 있겠지. 책에서는 디에고 리베라를 "식인귀"라고 할 정도로 여자를 잡아먹는 남자라고 하는데, 그런 남편과의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어쩌면 내키지도 않는 연애를 끊임없이 했는지도 모르겠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랄까. 자신의 여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이혼했다가 우울증이 극심해져 결국 재혼하게 되었을 때 재혼의 조건이 '부부관계를 갖지 않을 것, 프리다의 생활비는 프리다가 댈 것' 이었다는 것이 친구 말마따나 정말 알량한 자존심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작품 중에는 자화상이 참 많은데, 그 이유는 너무 외롭기 때문이라던 말이 서글펐다. 사진으로는 정말 예쁘고 젊은데, 자기 얼굴을 왜 이렇게 안 예쁘게 그렸을까 그러면서도 늙고 못생긴 디에고는 왜 이렇게 잘 생기게 그렸을까. 자아존중감이 바닥인가, 디에고에 대한 사랑은 맹목적인 동경에 가까운가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디에고를 "나의 아이, 나의 우주"라고 했는데, 세번이나 그의 아이를 유산하고도 이럴 수 있을까. 아이에 대한 풀 수 없는 갈망을 디에고에 대한 사랑으로 치환해 버린 걸까. 뭔가 사랑이라기 보다는 강박이나 자기최면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디에고에 대해 나는 '내 남편'이라고 하지 않겠어요. 우스운 얘기지요. 디에고는 누구의 '남편'이 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겁니다. 연인이라고도 하지 않겠어요. 그는 성(性)의 한계를 훌쩍 넘어서 있으니까요. 내가 그를 아들이라고 말하지만 나의 감정을 묘사하거나 그릴 뿐입니다.

-p.255

 

칼로의 삶은 책으로 봐도 작품으로 봐도 극적이고, 불편하고 충격적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친구조차도 칼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이 그녀의 삶을 참 잘 표현한 말같아 인용한다.

"...너도 잘 알겠지...넌 하늘 없는 밤이 짓밟은 정원같았어. 넌 태풍이 후려친 창문 같았어. 넌 핏 속에 나뒹구는 손수건 같았어. 눈물 잔뜩 머금은 나비같았고, 짓밟히고 부러진 하루 같았고, 눈물의 바다 위에 떨어진 눈물 같았지. 의기양양하게 노래하는 삼나무 같았고, 모든 사람의 길 위로 비추는 햇살 같았지..." -p.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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