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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둥이 소년
이흥률 / 푸른미디어(푸른산)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The American Novel since 1945> 수업을 들으면서 1강 과제로 읽은 책이다. 인터넷으로 듣는 강의지만, 될 수 있으면 한 주에 한 강씩 소화하려고 급히 찾다보니 원서로 주문하면 한참 걸리게 생겼고, 고양시 도서관에는 번역서만 두권 있었다. 상호대차로 신청해서 읽었는데, 사실 수업에서 숙제로 나오지 않았으면 내가 골라 읽지는 않았을 책이다. 2강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시는데, 문학을 쪼개가며 논평하고 읽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문학은 그냥 문학으로 즐기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p. 184,<깜둥이 소년>
내 가정과 내 생활에 관한 신랄한 질문으로부터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초대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있는 것을 꺼리게 되었으며, 그들과 친구과 되고자 했지만 내가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와 그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그들이 추측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그들의 소박한 우정을 존중하였지만 그것을 숨겼으며, 민감한 수줍음을 지녔지만 신속한 미소와 교묘한 말로 그것을 은폐하였다.
p. 374,<깜둥이 소년>
나는 백인들에게 복종하고 상냥스런 노예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였다. 나의 모든 삶은 내 자신의 감정과 사고에 의해 살도록 이미 나를 형성해 버렸다. 나는 베스와 화해하고 결혼해서 그 집을 상속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노예의 삶임에 틀림없었다. 만일 내가 그렇게 한다면, 나는 마음속에 있는 그 무언가를 쳐죽일 것이며, 백인들이 이미 복종 당하는 사람들을 증오하는 것만큼 내 자신을 증오할 것이다. 나는 쇼티가 그랬던 것처럼 내 몸을 기꺼이 발길질에 내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죽을 것이다.
(중략)
나는 물론 내가 읽은 것을 망각하고, 내 의식 속에서 백인들을 내쫓고 망각해버리고 불안에서 벗어나서 섹스와 술을 탐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가 어떻게 처신하였는가 하는 기억이 이 방식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침해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어떻게 내가 자발적으로 내 인생을 침해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