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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아. 사랑 때문에 죽어버린 이 한 남자를 어쩔 것인가. 사랑이 운명이었던 것처럼 죽음도 운명이어서 그냥 맞이할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을까.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까. 어떤 비평가들은 제목의 "위대한" 이란 단어가 풍자를 담았다고 한다지만, 내 보기엔 작가도 서술자 닉과 같은 시선으로 개츠비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한 남자의 순정을, 그게 아무리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비꼬아가면서까지 우습게 만들 이유는 없을 듯. 그러므로 제목 "The Great Gatsby"의 great는 진짜 great한 걸로 두고.
나로 말하면, 나는 운명같은 사랑은 믿지 않는다. 사랑의 시작은 마법같이 빠져드는 운명이었을진 몰라도 사랑의 지속은 약속과 결단과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츠비가 선택한 결정들에 마음 속으로 계속 "나는 반댈쎄~아이고 이런 사랑은 정말 반댈쎄" 했다. 뭐 당연히 내 의견이야 전혀 상관없이 흘러흘러 개츠비는 "붉은 동그라미"(p.228)가 되었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랑을 보게 될까? 매우 회의적이다.
1920년대가 미국이 도덕적으로 가장 해이해졌을 때였다고 한다. 톰이나 데이지가 그런 부도덕한 기혼자의 전형이라면, 어쩌면 개츠비는 그와 대비되어 자신의 아내도 아니고 그냥 사랑하는 여인일 뿐인 데이지를 위해 힘겹게 삶을 가꾸고 결국은 죽음까지 불사한 캐릭터.게다가 그 여인은 딱히 그를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진짜 이게 반전. 둘이 서로 사랑한 게 아니었어. 짝사랑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랄까. 왠만해야 짝사랑이라고 해주지. 주는 사람은 목숨을 내던지고 줬는데 받은 사람은 귀히 여기지도 않고, 받은 사실 조차 잊은 허무하고 황당한 사랑이랄까. 데이지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야 뻔한 사실이지만, 개츠비의 사랑이 그러므로 쉽게 저평가될 수 있는 사랑일까, 하는 질문에는 망설임이 든다.
사랑은 돌려받아야 가치있을까. 적어도 연인 사이엔 그런 것 같다. 개츠비의 사랑에 일면 맥이 빠져버리는 이유다. 그는 상호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앞 부분을 읽으면서 좀 쉽게 안 읽힌다 싶은 마음과 줄거리가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인물 묘사가 좀 헛짚는 느낌, 무딘 칼로 그리는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줄거리에 빠져들었다. 아마 원작의 줄거리 자체가 가진 매력 때문인 것 같다. 민음사에서 뽑아 새로 번역한 클라스의 아우라. 아무렴 그렇겠지. 옮긴 김욱동선생님은 원문에 충실하셨다고 하는데 독자로서는 다른 본을 구해 읽어보고 싶은 아쉬움이 ...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