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기다렸어요
헬렌 런 지음, 안나 피그나타로 그림, 서희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유치원생은 물론 초등 학교 1,2학년 때까지도 아이들은 엄마가 없으면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며칠 전만 해도 일곱 살 우리 아들은 5분 만에 슈퍼에 다녀왔건만 엄마가 너무 늦게 왔다며 투덜댔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안 잡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불확실한 시간 동안 온갖 불안한 생각을 하다 보면 5분도 아주 길게 느껴지는 게 아이들이니까.

주인공 아이도 수업이 끝나고 엄마를 기다린다. 그런데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슬그머니 다가와 다리를 끌어당긴 게 있었다. 바로 걱정이다. '엄마에게 나쁜 일이 생긴 걸까?' 라는 생각이 들자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난다. 선생님한테 가서 전화를 해보지만 엄마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걱정은 점점 더 어깨를 짓누르고 새로운 걱정거리들은 불쑥 고개를 내민다. 결국에는 엄마가 나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뚱뚱한 걱정, 삐쩍 마른 걱정, 조그만 걱정, 키가 큰 걱정, 불안까지 온갖 걱정들이 아이를 에워싸고 괴롭힌다. 아이는 용기를 내어 걱정을 향해 모두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걱정을 무시한 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마침내 나타난 엄마의 자동차. 엄마 품에 안기자 걱정들은 훨훨 날아가 버린다.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며 환하게 웃는다.

걱정에 대한 표현이 아주 재미있다. 때론 유령처럼 때론 우스꽝스런 피에로처럼 때론 귀가 달린 달님처럼 하나하나 재미있는 그림으로 표현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가 큰소리친 후 졸고 있는 걱정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불안한 마음과 엄마를 만났을 때 안심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조금 늦는 것뿐이야. 재미있는 놀이를 하거나 책을 보면서 기다릴 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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