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발자국 - 사라져 가는 동물들 이야기 1
공지희 글, 강신광 그림 / 도깨비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걸어서 20분 거리에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자주 갔지요. 아프리카에서 혹은 인도양 어느 바다에서, 동남아 어느 섬에서 왔을 동물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라 하던 어느 날 나의 눈에도 아이들의 눈에도 동물들의 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눈은 나와 아이들처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걸 체념한 슬픈 눈빛이었다고 할까요? 하나같이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 동물들의 마음이 보이자 내 발길은 더이상 동물원으로 향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느낌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느꼈습니다.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눈꼬리까지 젖어들었습니다. 매사추세츠 해변에서 놀던 털이 붉은 해변 밍크는 털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아프리카에서 살던 위풍당당했던 바바리사자는 사납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코스타리카의 숲이 사라지자 뜨거운 햇빛 아래 말라죽어갔던 황금두꺼비, 중남미에 살던 거미원숭이와  인도양에 살던 세이셸코끼리거북은 애완용으로 키우기 위해 사람들의 손에 붙들렸다가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멸종 위기를 알아챘을 땐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자기들이 있을 곳은 사람들 곁이나 동물원이 아니고 고향이라고 애타게 말하는 동물들의 절규에 눈물이 납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동물들은 고향을 그리며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비장함을 보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아름답거나 멋진 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는데 세상에서 이렇게 사라져야 하다니...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복원해내는 일은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곰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리 희망적이라고는 안 하더군요. 멸종 위기에 내몰리기 전에 그들을 보호해주었더라면 지금의 그런 애씀은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사라지고 나서야 깨달으니 사람들은 참 미련하기 짝이 없습니다.

산을 헐어 아파트를 짓고 도시를 세우고  바다를 메워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었을 테지요. 이런 역사가 계속된다면 어느 날 우리 인간들도 사라져가는 자연과 함께 사라져가는 동물 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멸종 동물이나 식물이 하나하나 늘어날 때마다 사람들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라는 걸 빨리 알아챘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발자국을 남긴 동물들처럼 우리 사람들도 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공존하며 함께 오손도손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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