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새벽 어둠을 뚫고 산을 올랐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산길은, 더군다나 오늘과 같이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길은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안겨준다.
우산을 받쳐들고 조용히 걷고 있노라니 온 세상 만물이 잠에 취한 듯 사위가 고즈넉하고 적막하다.  이런 날이면 호들갑스런 청설모도, 부지런한 딱다구리도, 먹이를 찾아 풀숲을 뒤지는 참새도 보이지 않는다.
산의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비는 눈으로 바뀌었다.

비오는 날, 호흠은 늘 ’여기’ 에 머문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똑똑’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그동심원의 파장 중심에 몸과 마음이 오롯이 합일을 이룬다.
맑은 날이면 날숨을 따라 저만치 앞서가던 마음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놀라 되돌아오고, 몸과 마음과 시간이 삼위일체가 되어 지금 이 시간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마음의 창을 통해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길지 않은 시간.

’마음이 생각의 넝쿨을 옮겨 다닐 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결코 현재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던 어느 여류작가의 설명처럼, 맑게 개인 날이면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과거를 들이파거나, 미래를 들쑤시기에 바빠 이 순간에 편히 쉬지 못한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소나무에서 짙은 솔내음이 기분좋게 코끝을 자극한다.
오늘은 서둘러 출근할 일도 없으니 평소보다 멀리 걷기로 한다.

어느새 하얗게 눈 덮인 풍광이 그저 평화롭다.
사는 것이 지금처럼 고요하고, 평화롭고, 눈처럼 아름답다면...
나무 등걸에 앉아 눈 내리는 아침산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어느덧 허기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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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를 남겨 주세요.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에구치 가쓰히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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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내게 평생을 두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을 몇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장르의 책을 선택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나는 그 1순위로 잠언집이나 시집을 꼽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나 희곡은 다시 읽을 때 긴장감이 떨어지고, 에세이는 지금껏 같은 책을 두번 이상 읽어본 적이 없으며, 자기 계발서나 전공 서적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다시 읽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집이나 잠언집은 글의 길이가 지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깊이는 다시 읽을 때마다 깊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탈무드>나 <채근담>이 그랬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그랬으며, 성경의 "시편"이나 불교 경전 중 "법구경"이 그랬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 잣대로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책들은 지혜의 보고이자 방대한 삶의 지혜 중 정수만 가려 뽑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책들은 처음 접하는 시기가 참으로 중요해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내용을 이해할만한 나이에 이르면 가급적 빠른 시기에 이 책들을 읽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한번 읽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나 다시 읽고 싶은 귀절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지혜의 샘처럼 다가오게 된다.  책과 더불어 자신의 눈이 밝아지는,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글의 깊이나 격이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 생활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행동 원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22년 동안 보좌하며, 그의 경영철학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 존중과 개인의 풍요로운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엄선하여 정리한 것으로써, 평생을 인간 존중의 사상을 근간으로 기업을 경영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회에 강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지만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P.15)

이 책은 총 7장에 걸쳐 각 장별로 그 주제를 달리하고 있다.
1장 자존감, 나를 높이고 사랑하기, 2장 행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 3장 힘겨운 인생 앞에 선 당신에게, 4장 삶과 마주하기, 5장 마음을 사로잡는 소통법, 6장 성공에 이르는 지혜, 7장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는 일의 기술이라는 각 장의 제목에서도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이 현대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험과 관록이 묻어나는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핵심이 있다.  인내가 중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참고 견디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핵심을 파악하여 인내해야 오랜 기간 참고 견뎌 큰일을 이룰 수 있다.  올바른 인내를 위해서는 목표, 결의, 용기, 신념, 투지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요소가 인내의 싹과 에너지원이 되어 다른 사람이 참을 수 없는 곳에서 견디게 해, 다른 사람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성취하게 한다." (P.237)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은 비록 그 글이 정제되거나 미화되지 않아도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법이다.  빛이 보이지 않는 파장을 통하여 천지의 모든 것에 파고들듯이 그런 울림은 시공간을 넘어 모든 이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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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푸르메 책꽂이 1
이승복.김세진.이상묵 외 지음 / 부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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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항상 위만 쳐다보는 습성이 있나 보다.
그런 까닭에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자신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폭도 현격히 좁아지는가 보다.
이런 면에서 시련은 그 자체로 고통이면서 동시에 더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이러한 말에 혹자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기를 들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축복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주에 한 학부형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며칠째 고민만 하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난해서 번듯한 학원에 보낼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내가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움에 당장이라도 찾아와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아이는 그럴 처지도 되지 못한다고 했다.  틱장애를 가진 아이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시도때도 없이 꾸지람과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낯 모르는 내게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나를 바라보는 그 어머니의 눈빛은 간절함을 넘어 내게도 거절 당할지 모른다는 짙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나는 선선히 수락할 수만은 없었다.
그 어머니 입장에서 자신의 아들이 소중하듯, 그동안 내가 가르쳐왔던 아이들도 내게는 한 명 한 명 모두가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이런 아이가 있는데 너희들과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면서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강료를 내지 않는 자신들이 무슨 권한이 있느냐 하는 생각이 그들의 생각 저변에 깔려 있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듯한 나의 태도에 덧붙일 말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내 눈에 들어온 책.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나는 한 생각에 집중했다.  내가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동기와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모호했다.
내게는 그 어떤 동기도 목표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작정 시작한 일이니 하루하루 지속할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행위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속에 책임감인들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사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때문에 틱장애를 가진 그 아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아이를 책임지기 싫었던 나의 괜한 핑계를 둘러 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군에서 수류탄 폭발로 시력을 상실한 후, 시각장애인으로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을 완주하여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송경태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꿈들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마라톤보다 더 고된 현실의 벽을 마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사리 해낼 수 있다면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꿈을 이루어 가는 그 길이 비록 사막과 같을지라도, 늘 꼴찌로 목적지에 도달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마라토너 송경태의 ’인생 주법’이다. " (P.114)

나는 오늘에서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행위의 지향점을 찾았다.
비록 그 아이들이 100미터 달리기의 스타트 라인에 훨씬 못미쳐 출발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두고 평생 불평불만만 하며 살 것이 아니라, 그러하였기에 남들보다 더 폭넓은 삶을 경험했노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
내일은 나를 찾았던 그 어머니께도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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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두꺼운 외투가 조금 부담스러운 따뜻한 날씨였는데 오늘 너는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점심을 먹은 후 나는 잠깐의 산책을 즐겼단다.
햇볕이 더할 수 없이 좋지 않았겠니?  이런 날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간다면 오후 내내 후회할 것만 같았단다.  때 이른 개나리꽃이라도 볼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나른한 봄날의 오후는 가던 발걸음도 붙잡을만큼 여유롭더구나.

아들아

너는 지난 일요일 할아버지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었지.
네 손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모형을 만들 수 있는 <뜯어만드는 세상>이 들려 있더구나.
할아버지께서 네게 선물로 사주신 것이겠지만 너는 그것을 빨리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에 현관을 들어서며 신발부터 벗기에 바빴었지.
너의 한껏 들뜬 표정을 보며 나도 행복했단다.

아들아

나는 오늘 산책을 하며 한가지 고민거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했단다.
지난 주에 틱장애를 가진 아이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오지 않았겠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그분의 아이가 같이 공부할 수 없겠냐며 조심스럽게 물었었단다,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다음주에 연락을 드리겠노라며 그 결정을 미루었구나.
내가 너무 냉정했지?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단다.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그 아이 하나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틱장애를 가진 그 아이는 더 깊은 상처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나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단다.

아들아

누구나 항상 올바른 판단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세상에 완벽한 판단도 존재하지 않음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먼저 결정하고 부딪쳐 해결할 일이 있고, 한번 더 심사숙고해야 할 일도 있음을 알아야 한단다.
너의 행복했던 얼굴과 나를 찾아왔던 그 어머니의 초췌한 얼굴이 오후 내내 나의 머리속에 맴돌더구나.

아들아

너도 조금 더 자라면 작든 크든 수시로 선택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단다.
그럴 때, 쉽게 결정하고 용기를 내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네 마음에서 그 답을 찾아보렴.  마음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가장 현명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단다.  비록 그 해결책이 네게 작은 시련을 안겨줄지라도 지나고 나면 그것이 옳았음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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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 - 나를 비우고 깨우는 명상 에세이 60
김영권 지음, 유별남 사진 / 이덴슬리벨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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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그렇게 드세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나니 먼 미래에나 만날 것 같던 봄햇살이 살갑게 다가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봄나들이를 하듯 한권의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주의 무거운 마음을 벗어던지고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는 데 독서만한 것이 있을까.  눈을 감으면 따스한 봄햇살이 온 몸에 스르르 퍼져나갈 것만 같다.
볕이 잘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한 책이 김영권의 <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라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 이유는 얼마전에 읽었던 빅터 프랭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한 귀절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자신이 그 끔찍한 곳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남은 것도 살아야 할 의미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기자 외길을 걸었던 저자가 들려주는 행복의 방법론.  이 책에 실린 60편의 명상 에세이는 자신을 찾아가는 마음의 여행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가한 휴일의 오후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제.
이렇게 햇살이 좋은데...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해 깜박 졸았다.  또 다시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고, 봄 햇살 아래 뛰노는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그 웃음 소리에 취해 다시 잠이 들고...

나는 문득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말하는 비슷비슷한 주제의 많은 책들을 읽어왔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방법을 몰라서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자문한다.
집착과 욕심을 버리고, 현재를 즐기고, 유행을 좇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등등 내가 그동안 모아온 방법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성싶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행복의 방법론을 찾아 헤매고, 고개를 끄덕인다.

휴일이 끝나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족과 헤어져 직장이 있는 곳의 숙소로 떠나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적당히 돈도 벌고, 적당히 유행도 좇으면서, 적당히 욕심도 내고, 그러면서 행복하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소위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양다리’를 걸친 채, 양쪽 모두를 욕심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내 손에서 결코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작가라면 내게 이렇게 충고할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두고 보자."라고.

앤소니 드멜로 신부님은 그의 저서 <깨어나십시오>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우리의 본래 상태이다. 사회와 문화의 어리석음에 오염되기 전에 천국이 그들의 것인 어린아이들의 자연적인 상태 그것이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졌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얻는 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우리는 행복을 늘 체험하지 못할까? 무언가 버려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환상, 야망, 탐욕, 욕심을 버리는 순간 우리가 이미 가진 행복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라고.

나는 여전히 꿈결 속에서 헤매고, 부족하다 싶은 행복을 욕심내고,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한다.  정녕 이 미망의 세월을 전복시킬 길은 막힌 건가. 

저자는  “진정 행복한 중년 이후의 삶은 노후를 위한 돈 저축이 아니라 영혼을 위해 저축하고,다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데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통장의 무게가 아니라 영혼의 무게다” (P.312)고 강조한다.  나는 내일쯤 또 다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 코를 박고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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