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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 0에서 1을 만드는 생각의 탄생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5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때는 명언집 혹은 금언집이 유행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금력이 부족했던 출판사에서 여러 유명인들의 작품이나 회고록 혹은 전기 등을 종류별로 출판할 엄두는 나지 않았을 테고, 그들이 했던 몇몇 명언들을 한 데 모아서 책으로 엮어 출간한다면 비용이나 위험도 면에서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었을 게다. 더구나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했던 당시에 책을 소비하는 학생이나 가정에서도 원하는 책을 맘껏 사들인다는 건 웬만한 형편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터, 한 권의 책을 읽고 마치 수십 권의 책을 읽은 것인 양 자신의 지식을 뽐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로 여기지 않았을까. 책을 공급하는 측과 수요하는 측의 욕구가 정확히 일치했던 까닭에 명언집이나 금언집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던 것이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음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변 환경 탓이었던지 비교적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독서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 마지않던 책은 이제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명언집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지...
"사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한 실리콘밸리 천재들에 관한 책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 종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번역과 각색을 통해 작가에 의해 한 번 정제되었기에 진짜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이 아닌 작가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순수한 오리지널 창조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훌륭한' 아포리즘이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였고, 그 답을 구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p.5 'Prologue' 중에서)
인문학자이자 지식큐레이터로 잘 알려진 김태현 작가는 이미 <백 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 속 명언 600>,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등 이와 같은 명언 집을 다수 출간한 적이 있다. 이 책 역시 그와 같은 연장선상의 한 권일 수도 있겠지만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은 책을 읽는 일반 독자들이 AI가 핵심이 될 미래에 대해 사유하고 대비하거나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통찰과 사고방식을 통해 챗 GPT 열풍을 불러일으킨 샘 알트만과 같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0677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구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People at different stages of their lives are doing different things, and they're using Google." (p.243)
PART 1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거인들의 통찰', PART 2 '실리콘밸리의 미래 설계자들의 통찰', PART 3 '실리콘밸리 혁신가들의 통찰' 등 총 3부로 나뉘어 구성된 이 책은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를 비롯하여,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제프 베이조스, 팀 쿡, 에릭 슈미트, 샘 알트만, 수전 워치츠키, 젠슨 황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금세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명언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명언집들이 그러하듯 우리가 작심하고 외우지 않는 한 어느 한 구절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필사 혹은 깊은 사유와 같은 시간 할애의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통째로 외울 수는 없다 할지라도 맘에 드는 몇몇 구절을 깊이 생각하고 옮겨 적어보는 것쯤이야 많은 수고가 뒤따르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0943 저는 여러분이 두 가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인 본능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세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방향을 빠르게 바꿔야 합니다.
I think it is very important for you to do two things: act on your temporary conviction as if it was a real conviction; and when you realize that you are wrong, correct course very quickly." (p.329)
사실 어떤 명언집이나 아포리즘도 우리들 삶에 더없이 유익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열정과 창의력, 추구하는 목표를 향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 및 지식의 공유, 두려움 없는 도전과 실패에 대한 용인력, 빠른 판단과 실행력 등 실리콘밸리 천재들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나 시사점은 같은 분야가 아닐지라도 더없이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평생의 경험에서 얻은 그들의 가르침을 어떠한 노력도 없이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 책 속의 아포리즘을 마음 깊이 수용하고 인생의 가르침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했던 말의 의미를 몇 날 며칠 고민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제부터 쏟아지던 빗줄기는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삶의 의미를 깨닫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