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근로자의 날을 핑계로 인근의 도서관을 찾았었다. 가볍게 흐린 하늘과 활동하기에 적당한 기온, 주변을 감싸는 연록색 풍경 등으로 인해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차에서 내려 도서관 입구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는데 엄마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는 귀여운 아가를 보게 되었다. 혀 짧은 발음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어가며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오는 아이는 이따금 제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며 스스로의 행동이 무척이나 대견하다는 듯 다른 누군가의 동의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아이고 우리 oo, 계단도 잘 내려가네." 하면서 아이에게 힘을 실어주곤 하였다. 나는 계단 한켠에 멈춰 서서 멀어져 가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저 아이는 엄마와의 아름다웠던 이 순간을 언제고 기억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사건이 결부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은 너무도 쉽게 잊힐 테니까 말이다. 살면서 기억해야 할 작고 소중한 추억은 오히려 바람처럼 가볍게 잊히는 법이니까.'


우리가 삶의 매 순간순간을 뒤뚱거리는 아이의 느린 발걸음과 그럼에도 넘어지지 않고 앞을 향해 바르게 걸어가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집중력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그다지 불안하거나 불행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삶에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은 아주 짧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건성건성, 온 힘을 다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게 아닐까. 건방을 떨면서 말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낮에는 제법 더위를 느낄 만큼 기온이 크게 오르지만 밤에는 소매깃으로 찬바람이 스며든다.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장을 나갔다가 생각지도 않은 차멀미를 했다. 며칠 앓았다고 이렇게나 체력이 떨어진 걸 보면 나도 이제 건강을 자신할 나이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읽어야 할 책이 몇 권 쌓였는데 영 의욕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이다. 모든 게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