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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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태풍이 불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업의 걱정과 불안이 밑바탕에 깔린 결과이지만 갈수록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현실을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현실적 판단이 초래한 자구책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어려움을 비교적 잘 헤쳐 나왔던 대한민국의 경제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청년 취업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 그렇다고 노인 인구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달리 뾰족한 대안도 없으면서 탈 중국을 외쳤던 어느 망상가의 취중 실언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기에 빠트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세계 10위를 넘나드는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로 볼 때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조직 전체의 수준이 이전 정부에 비해 턱없이 낮아졌으면 몰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젊은 직원들 역시 자신의 자리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불안에 떨거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곰곰 생각하곤 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해 보이지만 좀 더 거창한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 역시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면서 교세라의 창업자이기도 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 <왜 일하는가>를 꺼내 읽은 것도 그런 정황과 맞닿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주위에서 칭찬해 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우리 인생에 선순환이 시작된다."  (p.90)


'일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일이 우리 인생에 가능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이 책은 사실 이전에 두어 번 읽었던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면 하시라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지방대 출신의 가난한 청년이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는 경험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으로 전해지는 이 책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의 일상에 한 줄기 의욕을 불끈 심어준다. 게다가 자신의 일에 진저리를 치던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반발과 원망하는 마음만 키워갈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요구라도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오직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착점도 크게 달라진다. 일도 그렇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  (p.190)


65세의 나이에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던 저자는 하토야마 총리의 부탁으로 77세의 나이에 파산 직전에 있던 일본항공의 회장에 취임하여 8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던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어주었다고 회상한다. 우리나라 말에 '울력'이라는 단어가 있다. 출가수행자들이 절 살림에 보탬이 되고 몸을 쓰면서 망상이나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으로 쓰였던 집단 노동을 일컫는 말이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구름처럼 모은다'는 뜻에서 운력(雲力)이라고도 하는데 세속에서는 주로 몸으로 하는 일이나 노동을 뜻하지만 불가에서는 중요한 수행의 일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확고한 듯 보인다. 일이란 단순히 생계수단을 넘어 개인의 인격을, 나아가서는 삶 전체를 완성하는 수단이자 방편인 셈이다.


"90년에 걸친 내 삶을 돌이켜볼 때, 앞선 인생 방정식은 삶을 사는 가장 간단하고도 정확한 진리이자, 더 좋은 인생길을 걷기 위해 항상 생각해야 하는 좌우명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소개하고 강조하고 싶다. 올바른 사고방식과 강한 열의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세상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바란다. 그런 자세로 일하면 당신의 인생에는 풍요로운 열매가 열리고, 곧 놀라운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p.266)


맑았던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구름 사이로 길게 뻗어 나온 가난한 햇살이 공원의 녹음 위를 훑고 지나간다. 우리의 삶도 이렇듯 맑게 빛나던 인생이 한순간에 어두워질 수 있고,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뻗은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왜 일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당신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 당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하늘을 보면 오늘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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