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야생멧돼지의 폐사체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병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백신이 없어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차단 방역'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보니 폐사체를 발견하여 살균하고 소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야생멧돼지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가을 행락객의 이동이 늘면서 이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바이러스의 창궐도 인간의 욕심과 이로 인한 자연 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니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 또한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버콘 S' 소독제의 살균 효과가 탁월하다고 하니 축산 농가의 걱정도 조금은 덜어질 듯하다.


야생멧돼지로 인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은 이렇듯 '차단 방역'과 소독 및 살균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지만 인간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야생멧돼지에 비해 피해 범위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을 뿐만 아니라 백신은커녕 소독제나 살균제도 개발된 게 없으니 국민들의 시름이 깊다. 게다가 입만 벌리면 구라를 치는(소위 입벌구) 통에 가뜩이나 심사가 뒤틀린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 일쑤이다. 어디 그뿐인가. 본인의 무능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체 당당하기만 하니 속이 터질 수밖에.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무능이나 무식이 죄가 될 수는 없겠지만 멧돼지의 습성이 어디 그런가. 한 자리에 진득하니 앉아 '나 죽었소' 하고 조용히 지내는 법이 없으니 삼천리 방방곡곡을 헤집고 들쑤셔서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는 나날이 늘어나고만 있는 실정이고 보니 나라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멧돼지는 본디 불을 무서워하는 동물이다. 그런 까닭인지 견디다 견디다 임계치에 이른 국민들이 결국 촛불을 든다고 한다. 그렇다고 꽁꽁 숨어 있는 멧돼지를 붙잡아서 일본이나 미국으로 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민들의 무서움을, 촛불의 무서움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 스무 번이라도 계속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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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숙명은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마주해야 하며 좋든 싫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피드백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정치인에게 있어 자신을 향한 숱한 욕설과 비난은 일상의 풍경처럼 익숙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정치인의 평균수명은 종교인 다음으로 높다. MB나 전광훈 목사를 보더라도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정치인들의 선택 중 본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정치활동을 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얻게 되는 것이 있다. '권위'와 '존경'이 그것이다. 둘 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결과물이다. 이를테면 '권위'는 일정한 직책(고위직이겠지만)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힘(권력)을 행사함으로써 타인을 공포와 불안에 몰아넣거나 강력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반면 '존경'은 직책에 부여된 권한이나 권력과는 무관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까워지고 본받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박정희나 아베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정치인은 권위로 인한 반감의 축적이 결정적인 사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 스스로가 '권위'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존경'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권력에 집착하면 할수록 '권위'는 자연스레 획득되지만 '존경'은 직책에서 주어지는 합법적인 권력으로부터 무한히 멀어지거나 그 힘에 대한 유혹을 과감히 떨쳐낼 때 획득되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의 권력을 무기로 정적을 제거하고 정신이상자에 가까운 자들을 특별한 직책에 앉힘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반감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도록 하는 굥의 행태는 '권위'에 탐닉하는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문 전 대통령이 총살감이라는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가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되지 않나 자위대 창립 기념일 행사에 참여한 정치인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일본을 본받으라는 메시지를 공공연하게 표방하는 것 등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에 대한 반감을 차곡차곡 쌓는 일이 될 것이다. 위대한 정치인은 그가 속한 조직의 구성원으로부터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 지속적인 권위를 누리는 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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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어둡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며 끊이지 않고 내린다. 도로에 늘어선 차량들은 물방울을 튀기며 마치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칙칙한 도시의 풍경 속에 LED 광고판만 도드라져 보인다. 특별할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는데 휴일의 풍경 치고는 꽤나 어울린다 싶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날씨 탓이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더니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베란다 창문의 좁은 틈새로 부는 소소리바람이 꽤나 매섭다. 오늘은 제576돌 한글날,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위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인정받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자부심을 한껏 높여주었었다. 그러나 한 명의 지도자를 잘 못 뽑는 바람에 우리나라는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나의 여동생도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구동성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쪽 팔렸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사그라들지도 않았는데 고등학생이 그린 웹툰 한 점에 대해 문체부까지 나서서 만화진흥원에 대해 경고를 하네 어쩌네 하는 마당이니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기 그지없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제는 표절이란다. 문체부 사람들이 김 여사의 논문을 읽어보지 못한 까닭에 표절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오죽하면 원작자로 꼽히는 영국의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가 "해당 고등학생 작품이 절대 표절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학생"이라고 극찬했다지 않는가.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온갖 구설로 문화예술인이 올려놓은 국격을 깎아내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을 억압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길들이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한심한 작태를 5년 동안 보아야 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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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뒤채는 10월 즈음이면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 더러 눈에 띈다. 가을 햇살에 몸을 떠는 물비늘과 여름내 머금었던 물기를 털고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 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수많은 별들과 가을밤의 정적 등 다른 계절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소소한 풍경들이 가을에는 유독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상의 잡념을 떨치고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때로는 왠지 모를 슬픔이 차오르기도 하고, '그래, 사는 게 뭐 별건가?' 하는 마음으로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서게도 된다.


최근에 있었던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에는 알코올성 치매 환자에 대한 지나친 염려(?)도 있었다. 체질상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 나로서는 알코올성 치매 환자의 고통을 직접 겪어볼 일은 없겠지만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추론해 본 것이다. 예컨대 수많은 군장병들이 운집한 행사장의 단상에 서서 '부대 열중쉬어!'를 암기 후 복창하도록 강제한다거나 영유아들이 모이는 어린이집을 방문하기 전에 '아나바다'의 뜻을 숙지하도록 한다거나 하는 일은 알코올성 치매 환자들에게는 과도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며칠 전 사석에서 자신이 무심코 했던 말을 기억하도록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환자가 아닌 정상인도 잊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알코올성 치매 환자가 했던 말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 진위를 따지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이 XX'라고 말했는지 '저 XX'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날리면'이라고 했는지 그의 기억에는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실언을 했다 하더라도 그는 환자이기 때문에 전혀 쪽 팔릴 일이 아닌 것이다.


한글날 대체휴일로 3일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다. 이 아름다운 계절도 금세 사라지고 황량하고 추운 계절이 다가오겠지만 올 겨울은 몸도 마음도 유난히 추울 듯하여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수세에 몰린 푸틴의 손가락에 달린 핵전쟁의 공포와 미국의 연속되는 금리 인상, 그리고 아무런 대책도 없는 대한민국 정부와 관료들. 가을 햇살이 서럽게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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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라고 썼던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딱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 잔뜩 흐린 하늘을 등지고 올랐던 아파트 인근 산의 등산로는 지난밤에 내린 비로 꽤나 미끄러웠습니다. 하늘이 끄물끄물한 탓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풀숲에선 오래된 낙엽이 쌓인 부엽토의 구수한 흙냄새가 오가는 사람들의 후각을 사로잡았습니다. 짙은 녹음 사이로 간간이 산벚꽃 나무의 여린 잎이 갈색으로 물들고 은빛 억새가 바람을 따라 일렁입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시대의 어두운 터널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국민 대다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듯한 모습입니다. 자원도 없이 오롯이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한 고환율과 고물가는 피할 수 없을 테고,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꺾이지 않는 한 고금리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피하기 어려울 듯한데 정부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대책도, 고환율과 IMF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어떤 자구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전 정부에 대한 비난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당의 국회의원들조차 대통령의 실언과 계속되는 실수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할 뿐 이를 시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한 지 5개월 된 정부의 실정이 이런 지경이라면 국민들이 겪어야 할 5년의 고통은 그야말로 끔찍할 뿐입니다.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어쩌면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공통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야당에 대한 불만도 바로 그런 지점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예컨대 용산에 사는 멧돼지 한 마리가 온 국토를 헤집고 들쑤셔 놓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팔짱을 낀 채 '얼마나 망가지나 보자.' 하고 여유롭게 바라만 보는 형국이니 국민들로선 속이 터질 수밖에요. 지금은 그렇게 두 손 놓고 지켜만 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의 경제는 회복 불능의 파탄 지경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이라는 노련한 정치가와 비교적 우호적인 대외 여건을 등에 업고 IMF 금융위기를 비교적 쉽게 벗어났던 과거의 선례에 비해 지금은 무능한 대통령과 무능에 동조하는 여당 그리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여건 등으로 인해 만일 대한민국에 제2의 IMF 금융위기가 닥친다면 파국에서 벗어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예상입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라고 썼던 청년 윤동주를 지켜주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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