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둡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며 끊이지 않고 내린다. 도로에 늘어선 차량들은 물방울을 튀기며 마치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칙칙한 도시의 풍경 속에 LED 광고판만 도드라져 보인다. 특별할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는데 휴일의 풍경 치고는 꽤나 어울린다 싶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날씨 탓이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더니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베란다 창문의 좁은 틈새로 부는 소소리바람이 꽤나 매섭다. 오늘은 제576돌 한글날,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위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인정받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자부심을 한껏 높여주었었다. 그러나 한 명의 지도자를 잘 못 뽑는 바람에 우리나라는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나의 여동생도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구동성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쪽 팔렸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사그라들지도 않았는데 고등학생이 그린 웹툰 한 점에 대해 문체부까지 나서서 만화진흥원에 대해 경고를 하네 어쩌네 하는 마당이니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기 그지없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제는 표절이란다. 문체부 사람들이 김 여사의 논문을 읽어보지 못한 까닭에 표절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오죽하면 원작자로 꼽히는 영국의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가 "해당 고등학생 작품이 절대 표절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학생"이라고 극찬했다지 않는가.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온갖 구설로 문화예술인이 올려놓은 국격을 깎아내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을 억압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길들이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한심한 작태를 5년 동안 보아야 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