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뒤채는 10월 즈음이면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 더러 눈에 띈다. 가을 햇살에 몸을 떠는 물비늘과 여름내 머금었던 물기를 털고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 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수많은 별들과 가을밤의 정적 등 다른 계절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소소한 풍경들이 가을에는 유독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상의 잡념을 떨치고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때로는 왠지 모를 슬픔이 차오르기도 하고, '그래, 사는 게 뭐 별건가?' 하는 마음으로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서게도 된다.


최근에 있었던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에는 알코올성 치매 환자에 대한 지나친 염려(?)도 있었다. 체질상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 나로서는 알코올성 치매 환자의 고통을 직접 겪어볼 일은 없겠지만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추론해 본 것이다. 예컨대 수많은 군장병들이 운집한 행사장의 단상에 서서 '부대 열중쉬어!'를 암기 후 복창하도록 강제한다거나 영유아들이 모이는 어린이집을 방문하기 전에 '아나바다'의 뜻을 숙지하도록 한다거나 하는 일은 알코올성 치매 환자들에게는 과도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며칠 전 사석에서 자신이 무심코 했던 말을 기억하도록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환자가 아닌 정상인도 잊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알코올성 치매 환자가 했던 말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 진위를 따지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이 XX'라고 말했는지 '저 XX'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날리면'이라고 했는지 그의 기억에는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실언을 했다 하더라도 그는 환자이기 때문에 전혀 쪽 팔릴 일이 아닌 것이다.


한글날 대체휴일로 3일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다. 이 아름다운 계절도 금세 사라지고 황량하고 추운 계절이 다가오겠지만 올 겨울은 몸도 마음도 유난히 추울 듯하여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수세에 몰린 푸틴의 손가락에 달린 핵전쟁의 공포와 미국의 연속되는 금리 인상, 그리고 아무런 대책도 없는 대한민국 정부와 관료들. 가을 햇살이 서럽게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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