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매년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 인사치레 삼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어이, 김씨! 올해는 언제 동면할 생각인가?" 물어올라치면 "글쎄, 다음달 중순께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올해는 예년에 비해 날씨가 푹해서 말이야." 이런 대화가 곳곳에서 들려올 것이다. 김장을 언제 할 것인지 인사말처럼 물어보듯이.
찬바람이 불고 쌀쌀해지면 사람들은 제 집의 곳곳을 손보고 다음해 봄까지 아무런 피해가 없기를 기원할 것이다. 그리고 안심이 된다는 듯 자신의 침낭을 펼치고 그 속에 들어가 긴 잠에 빠져 들 것이다. 누에가 실을 토하여 제 몸을 감싸듯 겨우내 자신의 몸을 지켜줄 침낭 속에서 욕심없이 긴 잠을 자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이듬해 봄이 되어 얼었던 땅이 녹고 길었던 잠에서 다시 깨어날 즈음이면 원시 자연의 공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일 것이다. 굳었던 몸을 풀고 신선한 공기가 온 몸 구석구석을 한바퀴 돌고 나면 '아, 또 다시 1년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그리고 서너 달만에 보는 이웃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나눌 것이다. "어이, 김씨! 그동안 잘 잤나? 동면을 하고 나더니 한 10년은 젊어진 듯하이." 하고 덕담을 건네오면 "그런가? 자네도 안 보는 사이에 많이 좋아졌군 그래. 혹시 남 몰래 깨어나서 보약이라도 한 재 훔쳐 먹은 겐가?" 하는 농을 스스럼없이 던지지 않을까 싶다.
동면을 하는 동안 지구는 청정자연의 원시상태를 회복할 테고 사람도, 동물도 그 속에서 건강하게 1년을 살아갈 것이다. 아,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꿈만 같다. 세계 최하위의 공기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 너무도 참담하여 별 이상한 생각이 드는가 보다. 오늘도 하늘은 그저 뿌옇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 속에서 살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