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부모가 된 사람들이 흔히 겪는 오류 중 하나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가 어렸을 때 잠자고 놀고 먹고 하는 일체의 모든 행동을 자신과 함께 하기 때문인데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그렇게 생각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된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또래집단에 속했을 때 아이의 모습이나 친하지 않은 외부 사람들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가졌던 오래된 생각을 아주 오래도록 바꾸지 않는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자식에게도 "설마 내가 너를 모를까" 하고 운을 떼면서 예나 지금이나 자신은 자식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하곤 한다.

 

하나뿐인 아들을 보면서 나는 이따금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 아들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라거나 '이건 내가 생각했던 아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걸'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으로 움직이는 걸 그닥 즐기지 않는 아들을 데리고 아파트 농구장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내 예상을 깨고 아들은 너무도 쉽게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미리 배웠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제는 아내가 6학년 담임이었던 김OO 선생님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졸업식 다음날 아내는 학교로부터 10만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담임 선생님께 문자로 보낸 모양인데 그에 대한 선생님의 문자 메시지 답변은 이러했다.

 

"어머니 문자 감사드려요. 오늘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고 아이들도 다 재우고 나니 이제야 여유가 생겼네요. 부족한 게 많은데 인사를 받자니 부끄럽네요. OO이... 잊지 못할 제자가 될 것 같아요. 좀 더 살갑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OO이에게 이 말 전해주세요. 제가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은근히 의지할 수 있었던 학생이었다고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김OO 드림."

 

늘 철부지 어린 아이인 줄만 알았었는데 학교에서는 제법 의젓한 학생이었나 보다. 앞에 나서는 걸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아들이 학급 부회장을 했던 것도 의외의 일이었지만... 자신의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을 알아간다는 건 매번 놀라운 경험이다. 선생님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아들의 다른 모습을 하나 더 발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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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2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자란다 ㅡ라니까...요!^^

꼼쥐 2016-02-21 14:1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마냥 어린애인 줄 알았는데.

우민(愚民)ngs01 2016-02-20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죠 꼼쥐님 부모님도 꼼쥐님하고 같으셨을 듯 합니다.

꼼쥐 2016-02-21 14:15   좋아요 1 | URL
아마 그러셨겠죠.
아이를 통해 한 인간을 천천히 알아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