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선옥 작가를 참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글이 촌스럽고 그녀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촌스럽고 그녀의 생각도 촌스럽고 하지만 그래서 난 소설가 공선옥이 참 좋다. 지적이며 시니컬한 도시남녀가 넘쳐나는 요즘 소설 속에서 여전히 투박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다듬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그 촌스런 마음이 고맙다.  

내가 공선옥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난 한번도 그녀의 소설을 손꼽아 기다려 본적이 없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불편해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램처럼, 그녀의 소설은 아니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를 답답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때로는 울어버리게 한다. 나는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삶을 희망하는 법이 아니라 삶을 절망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언제나 희망찬 제목으로(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내가 너무 예뻤을 때)  우리를 유혹하지만, 절대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당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야 라고 책하듯 제목과는 너무 다른 고통이 그녀의 글 속에 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번번히 그녀의 (소설제목이 던지는) 유혹이 결국 절망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 또 그렇게 절망하는 게 두려우면서도 나는 끝내 그녀의 유혹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녀가 진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많은 화장으로 자신의 모습을 꾸미는데 바쁜 요즈음의 문학 속에서 화장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 아낙네의 촌스런 모습을 한 그녀의 소설... 난 그 촌스런 그녀의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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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07-2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해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한 번 읽어보려구요. <명랑한 밤길> 제목이 의미심장한데요.
 
 전출처 : 눈부처 > 세상에 향해 던지는 그녀들의 질문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  -호밀밭의 파수꾼 中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홀든의 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난 소설가 공선옥이 떠오르곤 한다. 자신의 이야기속 주인공들을 끝도 없는 절망속으로 몰아세우는 작가, 마흔이 되어서야  길을 나서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 불혹을 넘겨서도 사는 게 거짓말 같다라고 솔직할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절망의 끝까지 경험하고서도 또 묵묵히 삶을 견디어내야 했던 그녀의 주인공이 가짜가 아니구나 하는 맘에, 그런 진짜 사람을 그려내는 그녀를 무작정 찾아가 그녀의 주인공들처럼,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고, 그렇게 다시 내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녀 자신은 독자에게 불친절한, 독자와의 만남같은 행사는 사양하고픈 작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련된 그녀와의 자리가 너무도 반갑기만 했다.  더욱이 이제는 어느새 중견이 된 작가와 2년차 새내기 작가가 함께하는 자리라니..

두 명의 여성작가와의 만남자리여서인지 대부분이 여자독자였고, 장소도 예쁜 커피숍이어서 정말이지 친구와 수다를 떨러나온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까울 수 있었겠지만(^^:) 대화의 내용도 새로 출간한 책에 대한 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사실  함께 하는 정한아 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는데 처음 정한아 작가의 모습을 보곤 너무 앳되고 예쁜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상상으로 가득차있는듯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천상 글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만 읽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은 누군가에게 주고 자신의 집엔 한 권의 책도 두지 않았음 좋겠단 공선옥작가와 재밌는 책은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책을 빌려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정한아 작가...나이며, 살아온 환경이며, 쓰는 글의 내용이며 너무도 다르기만 한 두 사람인데,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상대방의 글을 낭독해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보인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삶에 대한 답을 줄까라는 질문에 공선옥 작가는 책이 현실의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것은 적어도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문학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정한아 작가가 낭독했던 [내가 가장 예뻤을때]의 한 구절,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왜 아무렇지도 않은거냐는 그 구절처럼, 그렇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 아마도 내가 작가 공선옥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 일것이다..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그럼 당신의 답은 뭔가요 그렇게 되묻고 싶은 마음...  설사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더라고 말이다...

그녀들의 작품에 위안을 받았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선옥작가와 정한아 작가는 전혀 다르게 답했다. 위안이 되는 글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는 글을 쓰고 싶다는 공선옥 작가와 자신이 가장 절망하던 시기에 책이 그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처럼 자신의 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행복하겠다는 정한아 작가... 그렇게 다르기만 한 답에서 난 같은 방향을 보는 그녀들을 느꼈다. 절망하는 법... 적당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끝까지 그녀의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작가 공선옥과 그렇게 절망 끝에 다가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절망하는 법을 배웠을, 그리고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 쓰기 시작했을 정한아작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제대로 절망할 줄 알고, 그 절망끝에 생겨난 의문들은 글로 쓰는 그녀들... 그렇기에 그녀들은 천상 작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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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원근법>을 리뷰해주세요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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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제시대나 혹은 6.25 전후 시대에 시대의 문제를 외면한 채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가에 대한 논쟁을 본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시인이란 그저 시만 잘 쓰면 되는 것이지 굳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고민하고 다루어야 하나 혹은 시인도 인간일진데 힘든 현실을 도피한다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나는 시인은 시로서만 평가하면 될 것이고,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 좋은 시인이 아닌가 그렇게 결론을 냈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인과 시가 과연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고통의 시대에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시에 우리는 과연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까? 

이 책은 같은 질문을 미술에 대해서 하고 있다. 추함이 넘쳐나는 시대에 미란 무엇인고 예술가로서의 화가들은 무엇을 그려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이 책에서 다루는 화가들은 [우리는 이제부터 다가올 비참함을 전부 체험해야만 한다.(P84 막스베크만)]라고 말하며 그가 사는 그 시대가 어떠한 것이든 똑바로 응시하고 또 때로는 그 시대를 통과하며 그들이 응시한 시대를 그린 작가들이다. 전후 시대에 아름다운 그림에 대해 질문하며 그 참혹한 시대의 증언으로써 혹은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었던 저항으로써 자신의 그림을 남긴 오토딕스나, 우리처럼 비겁함이나 어리석음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설사 불행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가서 결국 불행과 하나 되어버린 고흐,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피투성이 손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우리를 끊임없는 건망증의 세계로부터 기억의 세계로 불러낸다. 


Otto Dix - Der Krieg
 

Vincent Van Gogh - Sorrow
 
저자는 책 속 작품들로부터 기쁨이나 위안을 얻는 대신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껴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서 정신의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격렬한 고투를 느껴보라고 한다. 유약함과 어리석음 때문에 암흑과 공포에서 눈을 돌리려는 우리에게 더 철저하게 바라보고, 고통 그 끝을 경험해보라고…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라고…

5장에서 다루는 고흐부분을 제외하면 책에서 다루는 미술가들은 세계 1, 2차 대전 전 후에 활동한 독일 화가들이 중심으로 나에게는 대부분 생소한 화가들이다. 하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전쟁, 죽음, 두려움을 똑바로 응시하고, 기억하라, 기억하라고 외쳐대는 그 그림들은 우리가 잊고 싶어하는 기억들을 자꾸만 우리앞으로 불러낸다. 

 

그대들,
우리가 침몰하는 조류 속에서,
언젠가 떠오를 그대들이여,
기억하라,
우리의 약함을 말할때,
이 시대의 어둠도...

<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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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리뷰해주세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E. 벤저민 스키너 지음, 유강은 옮김 / 난장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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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제는 단연 슬럼독밀리어네어의 선전이었다. 인도빈민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다른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주요 아카데미상을 석권했으며, 흥행에 있어서도 꽤 선전했다.
하지만 잔혹한 빈민가의 생활마저도 풍경으로 만들어버리는 영화의 스타일과 속도감은 영화의 결말과 더불어, 불편한 인도빈민가의 현실을 그저 영화적인 장치로, 행복한 결말을 위한 배경 정도 쯤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어쩌면 그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의 나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한 편의 영화를 그저 오락거리로 생각한... 그 후 인터넷에서 보았던 어린 두주인공과 그들의 부모에 대한 몇 몇 기사들은 영화의 초반부가 결코 가상이나 영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주었다. 결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간에게는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어 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카이사르의 말처럼 분명 나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그러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다. . 그런데 이 책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봐야할 것, 그리고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생생히 눈앞에 그려놓는다. 이래도 안볼거냐 하는 식으로..이제는 역사속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아니 생각하고 싶은 노예(여기서 노예란 강요나 사기를 통해, 생존을 넘어선 보수를 전혀 받지 않고, 강제노동에 종사하는 사람(P16)으로 정의한다)의 이야기를...
너무 잔인하고 참담하기에 자꾸만 그들의 이야기로 부터 먼 세계의 이야기라고 도망치던 나의 마음이 딩카족 출신 노예인 무옹의 한 마디에 너무도 아려왔다. "당신은 인간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고가 존재하는 곳에서 왔지요?, 왜 아무도 우리나라의 노예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지요?"(p154) 인간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고가 존재하는 곳.. 그렇다.. 그 권리가 100% 보장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러한 사고가 있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권리가 100% 보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개하면서도 한번도 그러한 사고자체가 존재조차 하지 못하는 곳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 가슴을 너무도 아프게 한다.

노예제 문제는 사실 대부분의 노예가 아닌 사람들에게 관심거리조차도 되지 못하고 있고 설령, 누군가 관심을 갖고 있다해도 다루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문제이다. 노예해방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미국정부에서사용하였던 되사기 제도에 있어서만도, 실제 구제되는 노예는 전체 되사기한 사람들의 25%로도 되지 못했으며 되사기 기금의 환전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설사 되사기로 자신의 자유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또다시 노예가 될 가망성이 매우 높다는 현실등 수많은 문제를 내포했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대의가 정당하다손 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살 수는 없다는 본능적 생각을 떨쳐낼수 없다(P64)라는 저자의 고백처럼 결국은 인간을 사고 파는 방식에 동조하게 된다는 사실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정당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여러 해결을 위한 방안들도 여러 이유로 좌절되곤 한다. 

노예문제 해결에 있어 장애 상황에의 계속된 노출과 좌절은, 실제로 의욕을 가진 사람들 조차도 노예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는 데 회의적으로 만들며, 오랜 기간 노예생활을 한 사람들은 그들의 현실이 희망을 압도하는 상황에 처해 스스로 해방에의 의지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노예제의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이고 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 나선 몇 몇 사람들은 커다란 승리는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 몇 몇의 희생과 노력만으로 완전한 승리란 불가능하며 그렇기에 그야말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하지만 변화는 바로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데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바로 그 현실인식의 시작이며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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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이 책이 참 용기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었던 것은, 너무나 미국적인 관점에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국의 독자들을 상대로 써 낸 책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는 동안 꽤나 불편함을 느꼈다.
 

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이 가져오는 부작용들 혹은 미흡한 정책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답답해지다가도 지금 이순간에도 너무도 참혹할 그들의 현실을 떠울리면 좀 더 나은 답을 찾느라 낭비되는 시간조차 사치라는 생각도...

책의 구성은 노예생활을 겪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노예들을 취재하기 위한 여행기 그리고 노예문제를 해결하고자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는데 한 단원 속에 이런 이야기들이 혼합되어 배치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 혼합이 특별히 어떤 효과를 주는 것도 아닌 듯 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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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를 리뷰해주세요.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권진.이화정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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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이라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7명의 다른 사람들의 서울, 그리고 공간을주제로 한 인터뷰 모음집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에서 공간은 이야기의 중심이다. 서로 다른 국적과 직업을 가진 7명의 이 외국인들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그들이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그곳을 종착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울은 그들에게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또한 여행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인터뷰의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들의 관점이 여행자에서 생활인으로 다양하게 변할 때 마다, 그들에게 서울은 다르게 읽히게 된다.
누군가는 스타벅스와 이태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같은 장소를 보며,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도시를 안타까워한다. 글을 쓰는 프리먼에게 서울은 언어의 장식을 빼고, 그 자신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공간이고, 추상화를 그리던 곤도 유카코에게 서울은 오히려 자신에게 향하던 관심을 외부로 돌려 좀 더 사회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서울이라는 같은 장소를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반응한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을 공유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 서울은 그 자체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고유명사라기 보다, 그저 그들에게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삶의 장소라는 보통 명사에 가깝지 않은가 한다.
그들의 인터뷰가 서울에 집중될 때 언급되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 중, 우리가 알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서울을 보는 다양한 눈은 이미 우리들 안에 있을 것이다. 또 책에서 언급하는 그들이 사는 서울의 공간들 또한 여행안내 책자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조금 박하게 평하자면, 이러한 내용들은 마치 유행을 이야기하는 잡지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서울을 사는 그들 자신을 이야기할 때 이야기는 훨씬 더 다양해진다. 이 책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그들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이 아니라, 서울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다.
200페이지를 가량의 분량에 6명의 인터뷰 내용을 담으면서, 풍부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과 생활이라는 주제 사이에서 제 길을 찾지 못하는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서 무엇을 질문할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혹은 그녀의 한국에서 살아가기 (책속 이야기) 

생각해보면 절 대 못 갈걸요. 그냥 가는 거예요.
그 약들을 모두 버렸어요. 필요가 없어진거죠. 모든 게 너무도 빠르게 변하니 가만히 앉아서 내 우울함에 관해 생각할 시간이 없어진 거예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사람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모든 언어에 최선을 다하게 되니까요. 한마디로 장식이 필요없어진거죠.
뭐든지 그냥 하고 싶은 건 하는 게 차라리 나은거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냥 머리 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메모해뒸다가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거죠

매번 도시를 옮기면서 살 때 저만의 철학이 있는데 바로 ‘그 도시 자체의 좋은 점만 보자’예요. 최대한 그 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긍정적이 되자는 거죠.
낯선 도시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좀 더 큰 커뮤니티의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 만나보는 거예요

무리에서 떨어져 사는 건, 이방인 되어 사는 건 철저하게 자신을 지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예요. …이렇게 자신의 문화 밖을 경험하며 살면 원래 자신의 문화를 더 상세히 인식하게 되요. …..그런 면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교육시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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