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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E. 벤저민 스키너 지음, 유강은 옮김 / 난장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제는 단연 슬럼독밀리어네어의 선전이었다. 인도빈민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다른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주요 아카데미상을 석권했으며, 흥행에 있어서도 꽤 선전했다.
하지만 잔혹한 빈민가의 생활마저도 풍경으로 만들어버리는 영화의 스타일과 속도감은 영화의 결말과 더불어, 불편한 인도빈민가의 현실을 그저 영화적인 장치로, 행복한 결말을 위한 배경 정도 쯤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어쩌면 그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의 나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한 편의 영화를 그저 오락거리로 생각한... 그 후 인터넷에서 보았던 어린 두주인공과 그들의 부모에 대한 몇 몇 기사들은 영화의 초반부가 결코 가상이나 영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주었다. 결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간에게는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어 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카이사르의 말처럼 분명 나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그러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다. . 그런데 이 책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봐야할 것, 그리고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생생히 눈앞에 그려놓는다. 이래도 안볼거냐 하는 식으로..이제는 역사속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아니 생각하고 싶은 노예(여기서 노예란 강요나 사기를 통해, 생존을 넘어선 보수를 전혀 받지 않고, 강제노동에 종사하는 사람(P16)으로 정의한다)의 이야기를...
너무 잔인하고 참담하기에 자꾸만 그들의 이야기로 부터 먼 세계의 이야기라고 도망치던 나의 마음이 딩카족 출신 노예인 무옹의 한 마디에 너무도 아려왔다. "당신은 인간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고가 존재하는 곳에서 왔지요?, 왜 아무도 우리나라의 노예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지요?"(p154) 인간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고가 존재하는 곳.. 그렇다.. 그 권리가 100% 보장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러한 사고가 있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권리가 100% 보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개하면서도 한번도 그러한 사고자체가 존재조차 하지 못하는 곳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 가슴을 너무도 아프게 한다.
노예제 문제는 사실 대부분의 노예가 아닌 사람들에게 관심거리조차도 되지 못하고 있고 설령, 누군가 관심을 갖고 있다해도 다루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문제이다. 노예해방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미국정부에서사용하였던 되사기 제도에 있어서만도, 실제 구제되는 노예는 전체 되사기한 사람들의 25%로도 되지 못했으며 되사기 기금의 환전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설사 되사기로 자신의 자유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또다시 노예가 될 가망성이 매우 높다는 현실등 수많은 문제를 내포했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대의가 정당하다손 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살 수는 없다는 본능적 생각을 떨쳐낼수 없다(P64)라는 저자의 고백처럼 결국은 인간을 사고 파는 방식에 동조하게 된다는 사실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정당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여러 해결을 위한 방안들도 여러 이유로 좌절되곤 한다.
노예문제 해결에 있어 장애 상황에의 계속된 노출과 좌절은, 실제로 의욕을 가진 사람들 조차도 노예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는 데 회의적으로 만들며, 오랜 기간 노예생활을 한 사람들은 그들의 현실이 희망을 압도하는 상황에 처해 스스로 해방에의 의지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노예제의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이고 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 나선 몇 몇 사람들은 커다란 승리는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 몇 몇의 희생과 노력만으로 완전한 승리란 불가능하며 그렇기에 그야말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하지만 변화는 바로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데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바로 그 현실인식의 시작이며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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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이 책이 참 용기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었던 것은, 너무나 미국적인 관점에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국의 독자들을 상대로 써 낸 책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는 동안 꽤나 불편함을 느꼈다.
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이 가져오는 부작용들 혹은 미흡한 정책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답답해지다가도 지금 이순간에도 너무도 참혹할 그들의 현실을 떠울리면 좀 더 나은 답을 찾느라 낭비되는 시간조차 사치라는 생각도...
책의 구성은 노예생활을 겪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노예들을 취재하기 위한 여행기 그리고 노예문제를 해결하고자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는데 한 단원 속에 이런 이야기들이 혼합되어 배치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 혼합이 특별히 어떤 효과를 주는 것도 아닌 듯 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