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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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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제시대나 혹은 6.25 전후 시대에 시대의 문제를 외면한 채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가에 대한 논쟁을 본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시인이란 그저 시만 잘 쓰면 되는 것이지 굳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고민하고 다루어야 하나 혹은 시인도 인간일진데 힘든 현실을 도피한다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나는 시인은 시로서만 평가하면 될 것이고,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 좋은 시인이 아닌가 그렇게 결론을 냈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인과 시가 과연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고통의 시대에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시에 우리는 과연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까? 

이 책은 같은 질문을 미술에 대해서 하고 있다. 추함이 넘쳐나는 시대에 미란 무엇인고 예술가로서의 화가들은 무엇을 그려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이 책에서 다루는 화가들은 [우리는 이제부터 다가올 비참함을 전부 체험해야만 한다.(P84 막스베크만)]라고 말하며 그가 사는 그 시대가 어떠한 것이든 똑바로 응시하고 또 때로는 그 시대를 통과하며 그들이 응시한 시대를 그린 작가들이다. 전후 시대에 아름다운 그림에 대해 질문하며 그 참혹한 시대의 증언으로써 혹은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었던 저항으로써 자신의 그림을 남긴 오토딕스나, 우리처럼 비겁함이나 어리석음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설사 불행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가서 결국 불행과 하나 되어버린 고흐,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피투성이 손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우리를 끊임없는 건망증의 세계로부터 기억의 세계로 불러낸다. 


Otto Dix - Der Krieg
 

Vincent Van Gogh - Sorrow
 
저자는 책 속 작품들로부터 기쁨이나 위안을 얻는 대신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껴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서 정신의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격렬한 고투를 느껴보라고 한다. 유약함과 어리석음 때문에 암흑과 공포에서 눈을 돌리려는 우리에게 더 철저하게 바라보고, 고통 그 끝을 경험해보라고…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라고…

5장에서 다루는 고흐부분을 제외하면 책에서 다루는 미술가들은 세계 1, 2차 대전 전 후에 활동한 독일 화가들이 중심으로 나에게는 대부분 생소한 화가들이다. 하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전쟁, 죽음, 두려움을 똑바로 응시하고, 기억하라, 기억하라고 외쳐대는 그 그림들은 우리가 잊고 싶어하는 기억들을 자꾸만 우리앞으로 불러낸다. 

 

그대들,
우리가 침몰하는 조류 속에서,
언젠가 떠오를 그대들이여,
기억하라,
우리의 약함을 말할때,
이 시대의 어둠도...

<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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