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에 SBS에서 오후 5시30분에그 곳에 가면, 이라는 맛집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말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맛집 탐방을 꾸준히 시청했던 이유가 낡고 허름한 오래된 식당들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과 같은 맛집 열풍이 덜해 음식 장사로 떼 돈을 벌었던 곳이 많지 않었기에 대체로 소개된 식당은 낡고 허름한 정겨운 곳이었다.
아마 지금 세대들은 절대 찾아가지 않을 정도로 거의 쓰러져가는 식당이지만 맛만은 단골 손님들에게 엄지척을 받는 곳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낡은 슬라브집 식당이었는데, 그 때 그 낡고 오래된 감성이 아직도 향수처럼 남아 있다
그 때의 그 느낌을 박찬일 셰프의 내가 백년 식당에서 배운 것들에서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켰다. 글 쓰는 셰프인 박찬일 작가는 그제 읽은 이상한 부엌의 마법사를 쓴 김성환 작가가 자신을 소개한 푸드스토리텔러라고 할 수 있겠다. 셰프라고 하기에는 박찬일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딱히 떠 올릴만한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요리에 관한 글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책제목이자 광고선전글만큼이나 멋진 글인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고 한 박찬일 작가가 떠 오른다.
이 책이 박찬일 작가가 우리 나라의 음식점중 수십년간 대를 이어 운영하는 노포식당들을 방문해 식당 사장님들과 음식점의 역사 그리고 여러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쓴 글이다.박찬일 작가는 역시 글 잘 쓴다.
먹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는 나도(그러면서도 음식에 관한 책들을 꽤 사 들인다), 인터뷰 읽으면서 수십년동안 음식 장사를 이어 온 사장들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음식 장사 하면서 만들어진 굵은 손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평생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제는 돈도 꽤 벌어자신의 노년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 놓을 수 있겠건만,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음식점을 역사로 만들어 온 긍지가 식당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었다.
자식들에게 자신들의 음식 비법을 물려주고 수십년에서 일세기동안 운영하는 노포 식당들, 미래 언젠가에도 그 곳에 가면 노포식당들이 그대로 있기를, 좀 더 세련되고 근사한 인테리어의 모습이더라도 맛만은 그대로 대를 이어 유지하는 그런 노포식당으로 남아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