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오전에 물만두님의 동생 만순님이 올린 물만두님의 부고글을 읽고 알라딘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전화통화를 해서 다음날 장례식장에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당장 찾아 뵙고 싶었지만 아영엄마님은 막내 연우를 갑작스레 맡길데가 없고 파란여우님은 홍성에서 올라오시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날 찾아뵙기로 한 것이지요.   

이 날 계속 눈물바람이었어요. 애들한테 눈물자국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아이들하고 눈도 맞추지 못하고 허공만. 

12월 14일 

1시 좀 넘어서 파란여우님, 아영엄마님, 희망으로님 그리고 조선인님과 함께 장례식장 입구에서 만나 같이 들어갔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알라딘측에서 조화라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희망으로님하고 하면서 갔는데 빈소에 도착하니, 알라딘과 황금가지에서 보낸 조화가 보이더라구요. 아, 알라딘에서 보내주었구나. 왠지 안도감과 함께 알라딘에서 물만두님을 제대로 대우해주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식장에 들어가 파란여우님이 향을 피우고 다 함께 절을 올렸습니다. 그 때 첨으로 홍윤님의 모습을 보았네요. 비록 영정사진이지만. 얼굴이 하얀, 동양적인 선이 참 가냘픈 여성스러운 얼굴이더군요. 실제 보면 참 미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가 찡하면서 눈물이 글썽거려서 유족분들하고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파란여우님께서 만순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희는 파란여우님이 먼길을 오신 것이라서 유족분들의 권유대로 밥을 먹고 가기로 했고, 밥 먹으면서 물만두님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야기 도중에 만순님께서 오셔서 물만두님께서 고통없이 편안하게 가셨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지난 추석때 폐렴으로 입원하셨을 때 병원에서는 2,3일 정도 남았다고 미리 준비하라고 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물만두님께서 퇴원하시겠다고 하셨고 집에 오셔서는 오히려 그 전보다 먹을 것을 잘 먹었다고 하시는데...그 때 물만두님의 혀는 이미 굳어져서 음식물을 잘 삼키기가 힘들어 미음만 먹었는데 집에 오셔서는 미음 이외의 음식도 잘 먹어서 가족분들이 물만두님 음식 먹는 거 보고 더 잘 챙겨주셨다고 하셨어요. (아마 살아야겠다는 마지막 의지가 아니었나 싶어요)  

집에 와서는 물만두님께서 음식을 잘 먹어 가족들은 한고비 넘겼다라고 생각했는데 12월13일 아침에 가족들은 출근 준비하느냐고 바쁠 때 만두님께서 엄마! 부르더래요. 그래 어머님께서 물만두님께 가 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라고 하시더라구요. 자신의 온 힘을 다해서 마지막으로 엄마!라는 말을 남기고는. 

물만두님 어머님 보면 정말 눈물 납니다. 저는 페이퍼만 읽을 때는 당연히 물만두님 어머님께서  살집도 있으시고 통통한 여느 어머님의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물만두님 어머님 뵈니 그 몸으로 어떻게 20년을 넘게 딸을 건사할 수 있었을까? 정말 부모의 자식 사랑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너무 마르셔서 제 맘이 아직도 무겁습니다. 지금쯤 물만두님 어머님은 울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딸을 잃은 상실감은 그 어떤 위로의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겠지요.  

이 날 물만두님의 알라딘에 남아있는 리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서평집을 내는 것이 어떻겠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런저런 대화끝에 그럼 일인출판을 해 보자, 이렇게 결론을 냈는데, 그 때 물만두님 막내동생이 오셔서 알라딘측에서 이미 아침에 오셔서 물만두님 서재는 영구보존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서평집도 기획할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그 분의 리뷰역사가 인터넷 서점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하고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무려 1838편이란 리뷰를 쓰셨기 때문에 그 분은 일개 단순한 리뷰어가 아니었거든요. 쟝르문학만(간간히 그림책 리뷰도 있는데 사실 그건 몇 편 되지 않습니다) 전문적으로 써 온 분이고 우리 나라 쟝르문학의 출간 역사가 다 들어있습니다. 쟝르문학을 접하는 분이라면 이 분을 거치지 않고는, 그리고 쟝르 문학을 입문하는 순간 물만두라는 닉은 쟝르문학 애호가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물만두님의 리뷰는 쟝르문학쪽에서는 아마 전설로 남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이제 2011년에 출간 될 쟝르문학에 대한 물만두님의 리뷰는 볼 수 없겠지만 과거의 쟝르문학에 대한 컨텐츠는 거의 들어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심지어 제가 다카무라 가오루여사의 <석양에 빛나는 감>을 정말 애타게 찾았을 때 물만두님께서는 읽고 벌써 2004년에 이 책을 읽고 리뷰 올리셨더라구요. 이 책은 제가 왠만한 절판책 다 구했을 때 못 구한 책이었거든요.  전 책욕심이 무척이나 많아서 정말 눈독 들이고 구할거야, 이런 책은 거의다 구했을 정도인데, 이 책만은 못 구해서 안타까웠던 책이었는데.  

12월 15일 

오늘 외출할 일이 있어 곰처럼 껴 입고 나갔음에도 지하철로 가는 10분동안에도 동태가 된 매서운 추위의 날이었어요. 오늘 발인인데 유족분들은 고생하지 않으실까,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구요. 제일 먼저 물만두님 어머님이 모습이 아른거리고. 정말 코를 찡하게 만드시는 분입니다.  화장을 했을까, 아니면 묘를 썼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고. 아마 젊기 때문에 화장을 했을 거에요. 대체로 부모보다 먼저 돌아가시면 화장을 하더라구요. 유가족분들께서 화장터에서 이 매서운 추위에 잘 견디셨을까 싶고.  

그런데 그 무엇보다 물만두님 어머님, 오늘은 다른 생각 슬픔 다 잊고 편안하게 주무세요. 네! 이 말 꼭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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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2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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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0-12-16 00:2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 님이 물만두 님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셔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억의집 2010-12-16 19:30   좋아요 0 | URL
저야 뭐 워낙 소극적인 리뷰어라서 별로 말도 건네보지 못했는데....워낙 쟝르문학에 흥미가 있다보니 이 분의 리뷰를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죠.
고맙긴요. 저는 이 분하고 활발하게 알고 지내지 못한 게 좀 후회스러운걸요.

2010-12-16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12-16 09:33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읽으니 절로 눈물이 납니다.
물만두님은 제가 알라딘에서 가장 서평을 열심히 참고한 서재지기님 이시지요.
서평집을 낸다니 정말 우리나라 장리소설을 막나한 서평집이 나올듯 합니다.
추운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가족들은 얼마나 허전 하실까요.
저도 물만두님 서재리뷰를 천천히 다시 읽는 요즘입니다.
힘드실까봐 댓글대화도 많이 나누지 못한점이 문득 후회가 되고 그렇습니다.

2010-12-16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12-16 12:38   좋아요 0 | URL
황우석 사태 났을 때 만두님이 불치병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을 그렇게 다루냐는 글을 올리셨던 게 새삼 기억이 납니다. 혹시라도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바라고 계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기억의집 2010-12-16 20:1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페이퍼 아주 다는 아니지만 기억납니다.
물만두님의 몸이 그렇기 때문에 치료법이 더 절실하지 않았나, 했던 페이퍼였거든요. 아닌게 아니라 생명공학쪽에서 치료법이 하루 빨리 나올 수 있기를 바래요. 아까 스텔라님의 글을 읽었는데... 얼마나 걷고 싶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영엄마 2010-12-16 16:17   좋아요 0 | URL
그 날 아이들에게도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전했더니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가 종종 물만두님 이야기를 하곤 하고, 우리 난이들을 챙겨주셨던 분이었기에 그러고 싶었을 것 같아요. 아이를 빈소에 데리고 가면 방해가 될 것 같아 못 데려갔지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명복을 빌며 두고 두고 그 분을 기억하렵니다.

기억의집 2010-12-16 20:13   좋아요 0 | URL
아영이하고 헤영이도 기억할 것 같아요. 워낙 아영엄마님하고 각별한 사이여서.
오늘도 나갔다왔는데 춥네요. 가족분들이 오늘은 편히 집에서 쉬었으면 좋겠는데. 물만두님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12-16 17:28   좋아요 0 | URL
서평집이 나온다면 추리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젊은 분이 먼 길을 가시면서 이승에 남긴 선물이라고 기억해야겠지요.

기억의집 2010-12-16 20:15   좋아요 0 | URL
유족분들하고 아무탈 없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네요. 미스터리쪽에는 고수분들이 많아서..물만두님께서 데카님이라고 하우미스터리 운영하시는 분을 존경한 것 같던데..그 분이 앞장서서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요.

mira 2010-12-16 17:59   좋아요 0 | URL
너무 안타깝네요 물만두님 글을 접하진 얼마안되었지만 추리 장르의 사랑이 듬북담긴 글들을 이어서 볼수 없다니 맘으로만 감사드리네요

기억의집 2010-12-16 20:18   좋아요 0 | URL
네~ 우리나라가 은근 얇은 독자층을 가진 하지만 골수 매니아들이 득실거리는 곳이 쟝르문학이더라구요. 물만두님의 리뷰에는 과거의 미스터리 그러니깐 동서와 해문출판사 추리는 거의 리뷰 올리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많은 도움을 얻었으니깐요. 시간이 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희망으로 2010-12-17 12:38   좋아요 0 | URL
이제야 기사화 된 걸 보네요...
http://news.donga.com/Society/3/03/20101217/33338186/1

기억의집 2010-12-21 19:41   좋아요 0 | URL
희망님 죄송해요. 덧글이 넘 늦었죠. 제가 요즘 바뻤어요. 올케어머님이 아프셔서 거기 가고 딸애가 이번에 많이 아팠어요. 흑흑. 그나마 제가 운전할 줄 아는게 얼마나 다행인지..응급실에 소아과에!

기사 읽었고 다음이나 네이버에 메인으로 뜬 것 같더라구요. 그 분의 불굴의 의지 생각하면 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꽃핑키 2010-12-17 17:3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한 두번쯤 들어봤던 닉네임이라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ㅠ
기억님은 아프지마세요!

기억의집 2010-12-21 19:42   좋아요 0 | URL
넹~~ 아프지 말아야하는데 지난 주에 건강검진 했더니 간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또 그래요. 종합병원 가서 삼개월에 한번은 관찰 받아야하는데..걱정입니다.
핑키님도 건강, 건강이 최고에요^^

루체오페르 2010-12-18 00:1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과 알라디너 분들의 마음 따뜻함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억의집 2010-12-21 19:43   좋아요 0 | URL
루체님 오랜만이에요. 통 요즘 못 뵙네요. 알라딘 떠나신 거에요?
물만두님 생각하면 시간을 허투로 쓰지말자,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2010-12-21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어제는 하루종일 눈가에 눈물이 고인 날이었다.  순간순간 고이는 눈물때문에 코는 맹맹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 멍하니 하루를 컴퓨터 앞에서 보냈다. 부고 소식을 듣는 순간 당장에라도 빈소에 찾아가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고 싶었지만, 만두님을 같이 찾아 뵙기로 전화상으로 파란여우님과 아영엄마님과 이야기가 된 상태라 참아야 했다.  

솔직히 나는 물만두님하고 덧글다운 덧글, 대화다운 대화 한 번 나눠본 적이 거의 없다. 그게 내 성격이다. 온라인상으로 그렇게 사이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 없고 그래서 노력해 본 적 없다. 그냥 리뷰어의 글만 읽을 뿐이지 그 곳에 가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노력은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덧글 쓸 시간에 책이나 읽는 게 더 낫다는 게 나의 온라인 철칙이었다.  

그래서 5년 넘게 물만두님의 리뷰를 읽어오면서 그닥 아는 척하며 말을 걸지 않았다. 오늘 빈소의 영정 사진을 보기까지 나는 그 분의 얼굴도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분이 우리 나라 최고의 쟝르문학 리뷰어라는 것을. 물만두님이 지금까지 쓴 1900여편에 달하는 리뷰 모두가 쟝르문학이고 그러한 성과는 쟝르문학 리뷰어중에서는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가 쓴 리뷰 자체가 우리 나라 쟝르문학의 역사이며 쟝르문학의 출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첫리뷰부터 꼼꼼히 차근차근 한번 읽어보시라. 우리 나라 모든 쟝르문학 연대기적 역사와 컨텐츠가 그녀의 리뷰속에 다 있다. 자신 있게 말하건데 책을 좋아하는 그 누구도 물만두님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다. 국내든 국외든 간에 물만두님같이 단 하나의 카테고리, 쟝르문학이라는 분야에서 자신의 모든 문학을 건 케이스는 물만두님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가 이룩한 성과는 정말이지 한 사람이 이룩했다고 하기엔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만큼 놀라운 것이다. 더군다나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정상의 몸이 아닌 불편한 몸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내가 계속해서 눈가에 눈물이 고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 분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근육병으로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없어 그 분은 겨우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신체적 활동이 필요할 때마다 물만두님의 어머님이 해 주셨다. 페이퍼에 찍어 올렸던 모든 사진들. 그러한 단순한 동작조차 그는 몸이 불편해서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썼으면 많은 리뷰어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소통을 했다. 그의 덧글 활동을 보고 나는 그가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인에게 그의 몸상태를 듣고 놀랬던 기억이 난다. 설마..그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리뷰를 쓸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 후론 그 분의 리뷰가 하나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그 분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힘겹게 썼는지를 알기에 허투루 읽어 넘기지 않았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이 그 분의 적극적인 의지며 문학적 성취로 보았기에.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다시 읽고 또 읽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그의 나이 이제 43살. 반평생을 넘기지 못한 나이지만 그가 이룩한 성과는 꼭 기억되고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 마지막 바램으로 그의 서평집이 꼭 출간될 수 있기를, 그의 리뷰가 단순한 쟝르문학의 전설로 남는 것이 아닌 기록으로 남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저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한 다른 생 또한 믿지 않죠. 저는 우리 모든 인간이 소멸되는 하나의 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저에게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님은 다른 세계 다른 생애에서 건강한 몸으로 태어날 수 있기만을 빌 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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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삶에 영향을 미친 리뷰어의 부고소식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10-12-15 00:27 
    나는 장르문학을 잘 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그의 글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문, 철학,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소 학술적이고 고전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 지금은 장르문학에 대해서 관심갖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다. 그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한 그의 리뷰를 한동안 볼 기회가 있었다.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
 
 
아영엄마 2010-12-14 20:27   좋아요 0 | URL
많은 이들을 추리소설의 세계로 이끄셨던 물만두님의 소중한 글이 이 세상에 오래도록 남아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가을산 2010-12-14 20:42   좋아요 0 | URL
서평집 냅시다.
여우님, 여울님하고 전에도 의논했었지만 만두님이 한사코 고사하셔서 추진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추진해도 되지 않을까요?

기억의집 2010-12-15 10:15   좋아요 0 | URL
오늘이 발인인데 날씨가 매섭네요. 가족분들이 고생 많으시겠어요. 만두님 어머님 모습 뵈니 너무 마르셔서.... 아직도 코가 찡합니다. 화장하시겠지요.

저희도 어제 물만두님 서평집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글은 안 올렸지만 그 전부터 물만두님 서평집 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어제 일인출판으로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결론을 내렸는데 물만두님 남동생께서 오셔서 알라딘측에서 내기로 했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알라딘은 재정적으로 저와 비교할봐가 못되서...
알라딘이 기획한다면 열심히 도울 생각입니다.

아영엄마 2010-12-15 16:19   좋아요 0 | URL
이리 뼛속까지 추운 날씨에 발인하시느라 가족분이 많이 힘드실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억님도 그런 생각드셨지요.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작은 체구의 어머님 모습을 뵈면서 그 가녀린 몸으로 어찌 이십 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디어내며 돌보셨을까 싶더이다. 그 힘든 세월을 버티어온 것은 사랑하는 자식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또 얼마나 애통한 마음으로 떠나 보내실까 생각하면 그저 눈물이 납니다.

기억의집 2010-12-15 20:41   좋아요 0 | URL
오후에 외출할 일이 있어 정말 곰처럼 껴입고 나갔는데도 동태가 되더라구요. 지하철까지 가는데 고작 10분인데도. 가는 동안 오늘이 물만두님 발인인데 이 추위에 유족들이 어찌할까 싶더라구요.

진짜 물만두님 어머님 생각하면 코가 찡해요. 너무너무 마르셔서..저도 그 생각 들더라구요. 아 정말 사랑하는 자식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저는 물만두님 페이퍼에서 어머님한테 사진찍어 달라는데 아직까지 안 찍어 주셨다는 애교어린 투정을 부린 글이 기억나는데 그 때 물만두님 어머님이 일반적인 통통한 어머님일 것이라고 상상했는데..실제 보니 너무 마르셔서 저 몸으로 어떻게 딸의 몸을 대신했을까? 싶더라구요. 가족분들의 슬픔이 너무 커서 아직도 가슴에 돌덩어리 이고 있는 것 같아요.

2010-12-15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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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2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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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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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2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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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관객 2010-12-16 10:08   좋아요 0 | URL
몇일 전에 이분에 대해서 겨우 들었는데, 돌아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억의집 2010-12-16 20:2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만두님 추리서평집 낸다고 자기에게 도와달라고 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월욜에 만두님의 비보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고 눈물이 나던지. 나중에 만두님 서평집 나오면 우리 홍보 열심히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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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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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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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2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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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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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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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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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1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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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2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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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07: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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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크레파스와 괴물 소동 웅진 세계그림책 134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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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 미와의 그림은 딱히 이쁘다, 혹은 아름답다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누가봐도 그녀의 그림은 전문적인 그림쟁이의 그림이라고는 하기에는...좀. 자신만의 화풍을 만든 것은 확실하지만 그림이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림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들어가면 그녀의 그림책 작가로서의 위상은 달라진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순한데 그 단순한 이야기를 확 뒤집은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고 할 만 하다. 그녀의 까만 크레파스 시리즈 <까만크레파스>와 <까만 크레파스와 요술기차>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나와 아이들은 함께 까만 크레파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결말에 까만 크레파스가 만들어내는 밤하늘의 불꽃 놀이에 감동하고 까만크레파스가 만들어내는 트랜스포머 선로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감동으로 뒤집힌 그 감정을 아이와 공유한 그 기분이란.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뒤집는 솜씨에 반해 언제나 그녀의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리곤 해서 일본아마존에 간간히 들어가서 그녀의 신간 소식을 확인하기를 몇 년. 이젠 몇 권의 스테디셀러 그림책으로 먹고 살만하니깐 더 이상 신간 소식이 없구나,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다 발견한 그녀의 신간소식. 신간에 뜨자마자 구입해 둘째 데리고 읽었는데 솔직히 반응이 그저 그랬다. 큰 애는 고학년이긴 하지만 그림책을 읽던 습관이 남아 있는 아이라 배달 되어온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펼쳐 읽고 나서 하는 말이, 별로네,였다. 둘째는 내가 읽어주었는데, 둘째 반응도 엄마, 그저그렇다, 였다.  

이런 반응이 나올만 한 것이 까만크레파스 첫번째 시리즈를 울겨먹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상하게 주요 캐릭터들하고 내용이 축축 쳐진다. 읽어 주는 나도 읽어주는 맛이 안 났다고 해야하나. 뭐 그랬다. 신나게 읽어주어야지 했는지. 이게 죽음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도통 신이 나서 읽어주기 보다는 막판에 가서는 목소리가 축축 쳐져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였던 까만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던 장면도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모든 작품을 다 어느 정도의 수준급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전작 시리즈를 뛰어 넘지 못했고 작가 본인의 작품이지만 첫 작품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다. 그래도 이 작가의 역량을 아는 독자이기에 다음에는 이 시리즈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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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10-12-0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에게 이 책을 보여주곤 하는데 "괴물(?)"이 나온다는 것과 생쥐 가족이 운다는 것이 인상적인가 봅니다. ^^;

기억의집 2010-12-08 09:54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괴물 나오면 참 좋아해요. 그렇죠?!
어제 저도 둘째 무시무시한 마녀이야기 읽어주었는데...왜 그게 좋냐니깐
그냥 재밌어서 좋데요. 사실 저는 그 책 좀 이상해서..별론데^^

까만크레파스 1이 휠~휠~~ 더 정감있고 좋은 것 같아요.

scott 2010-12-0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반응이 정확하네요.
상상력이 바닥이 났나봐요.
ㅎㅎ 마녀이야기 읽어주시는 기억의 집님~
멋진 엄마~

기억의집 2010-12-09 09:03   좋아요 0 | URL
상상력도 그렇고 물질적으로 풍부해지니깐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이 작가는 까만크레파스 뿐만 아니라 누에콩 시리즈는 정말 애들이 혹하더라구요. 저의 딸은 9살 인데도 아직도 그 시리즈 좋아해서 읽고 있어요.
책에서 풍기는 따스한 분위기가 아이들을 사로잡는 건지.
그래도 워낙 역량있는 작가라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하고 있어요.

2010-12-0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좋은 책을 알게 되어 기뻐요. 지갑 사정 생각하면서 좀 참겠지만요.

기억의집 2010-12-10 10:52   좋아요 0 | URL
섬님, 그녀의 그림책은 아이들하고 읽어야 재밌어요. 아이들이 반전되는 대목에서 정말 환하게, 어쩔 줄 몰라 하거든요. 그냥 읽기엔 좀 심심한.
 

 

그린데이가 내한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들의 메카 히트 Basket case는 종종 길거리에 들어 귀에 익은 음악이었지만 길거리에 숱하게 울려퍼졌던 그 음악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스탈이 아니여서 한 쪽 귀로 듣고 또 다른 귀로 흘려 보냈다.  

그러다 올해 몇몇 지인 블로거들의 그린데이의 내한공연 포스팅을 읽다가 어떤 구룹이길래 그렇게 열광하는가 싶어 몇 곡을 찾아 듣게 되었고, 저 Boulevard of broken dream을 듣는 순간 와우~~~  무자비하게 시원시원하게 내리치는 드럼 소리와 이펙트 효과 이빠이 집어 넣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기타 소리에 뻑가 감전 될 줄 알았다. 당장  MP3에 저 음악과  그들의 21 guns를 번갈아 무한반복 리플레이. 뻥 좀 치자면 무한반복 리플레이 수를 따지자면 지구 한바퀴는 거뜬히 돌았을 것. 

언젠가 내가 남동생에게 그린데이의 Boulevard of broken dream의 기타 플레이에 대해,  야, 나는  Boulevard of broken dream의 기타 플레이가 미칠 듯이 좋아, 그 음악의 기타 소리 들으면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는 것 같은데, 그거 치기 어렵지?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아냐, 누나, 생각보다 쉬워! 명곡이라고 해서 다 어려운 거 아냐. 명곡일수록 기타코드가 쉬워. 오히려 귀에 익숙한 곡이 되기 위해서는 코드가 단순해야 하거든. 그래야 우리 귀에 낯익은 곡이 되서 좋게 들리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동생의 그 말은 듣는 순간, 좀 의외다 싶었다. 워낙 기타플레이가 화려하고 힘차서 어렵게 들렸는데... 아니라는 것이다.  

문득 장하준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남동생이 말한 명곡일수록 기타코드가 단순하다는 말이 떠올렸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에 대한 글들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알쏭달쏭한 알듯 모를 듯한, 나름 저자의 통찰력 가득하다는 외계어로 쓰여진 느낌의 글(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함)이었는데, 장하준의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글은 저자의 전체적인 주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비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납득당할 정도로 접근하기 쉬운 미래를 위한 자본주의 글이었다. 

그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해 공격한다. 그의 글을 읽으며서 자유시장경제학자들이 수십년동안 전 세계를 지배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전파한 것이 부의 탐욕과 1%만이 세상을 이끌 수 있다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가난한 자들에게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쇄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청소년 시절 동안, 레이건과 대처가 세상을 구한 사람들이라는 글만 읽어온 사람이다. 조중동에서부터 리더스 다이제스트 심지어 타임지까지 레이건의 유머와 신경제주의 그리고 불굴의 이미지를 가진 대처의 노조활동 와해와 그로 인한 생상성 향상같은. 신경제주의를 전파한 그들의 지배 이후, 현재 세상은 오히려 더 이분법의 세계로 변했다. 가진자와 가난한 자. 가진자의 능력으로 노동자들의 몇 십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는 것을 정당화하고 노동자의 능력은 그 것밖에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 수십년동안 우리는 1%만이 세상을 이끌 수 있다는 지배자본 이데올로기를 숱하게 들어왔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하준은 우리의 그런 쇄뇌를 모조리 박살내고 있다. 왜 자유경제이론이 위험한지, 자유경제 이론의 나사가 왜 풀려가고 있는지, 국가견제가 산업분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복지가 왜 필요한지 말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아니 레이건- 대처식 자본주의가 결국 부자들의 탐욕을 더 극대화한 이론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이라도 세계는 1%만이 이끌 수 있다는 조작된 경구의 신화를 믿는 사람이라면 장하준 교수의 이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꼭 읽어볼 만 할 것이다.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사사키 조의 문체에 대한 느낌은 군더더기 없는, 건조하면서 긴박하다는 것이었다. 쓰잘 데 없는 감정의 찌꺼기들의 감상적인 넋두리같은 것은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사건과 연결되어 감정을 몰아가기 때문에 작품의 흐름상 긴박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의 <경관의 피>을 읽으면서 딱 내 스탈이었군, 싶었으며 삼대 경찰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의 전후사의 공안정국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있어 인상적이었는데 다만,  아쉬웠던 것은 삼대에 걸친 이야기치곤 분량이 적었다,라는. 좀 더 긴 장편으로 세팅했으면... 할 말을 더 했어도 좋았을 작품이었다,라는 것이었다. 삼대에 걸쳐 할 말은 많은데 축약한 느낌.  

기대를 저 버리는 작가가 아니기에 구입해 읽었는데, 이 작가가 이런 문체를 쓸 수도 있구나 싶다. 읽고 나서 무진장 제목처럼 감정의 폐허,쓸쓸함을 느꼈으니. 그가 바라보는 사회는 날카로운 칼이 아닌 무딘 칼로 썰어  도려 낼 수 없는 사회 깊숙한 어둠의 그늘이다. 돈이 되는 부동산을 때문에 살인자로 내 몰리는 외인, 어린 시절도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다 친모마저 버림받는 살인자. 살인 사건을 전면에 내 세우긴 하지만 사회의 깊고 어두운 폐부를 찌르는 그의 글은 쓸쓸하다 못해 텅 빈 감정의 여운을 남겨 놓는다.  

헐, 게이고가 이제 막 가는구나.  

이런 미스터리를 탐정급 레벨이라고 할 수 있나. 내가 보기엔 딱 심부름센터 직원급이구만. <명탐정의 규칙> 어쩌고 저쩌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이건 뭐 탐정의 규칙만 번드르르하고(속빈 강정) 정작 미스터리의 세부적인 이유는 후졌으니. 이걸 어찌할거야. 

 기이한 억지 설정에 억지 살인에 억지 해결에. 독자로 하여금 단편 한편 한편 해 치울때마다 무릎을 치며 아, 그렇구나가 하는 감탄과 놀람 그리고 경외감이 쏟아져  나와야 하지 않는감. 이건 뭐 작가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땅콩껍질 까 먹으면서 맥주 한잔 한 음주 소설쯤 되어 보인다. 그래도 투잡 뛰는 유가와급의 탐정레벨급은 되어야 탐정클럽이라는 이름이라도 붙지. 에이 씽~~~  겉표지만 잘 빠졌다. 

두번째 헐,헐~~~~ 진짜 우습다.  트릭만 너무 내세우다 보니, 기본적인 인간 소양을 가진 독자의 감정을 걍 너무 무시한다.

이 양반도 오츠이치科네. 오로지 미스터리만이 그것도 트릭만이 목적인 작가들. 이런 서술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관계보다 트릭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나 첫번째 단편은 읽고 나서 뜻밖의 결과에 불쾌하기 이룰 데 없다는. 그런 감정적 설정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다른 단편들도 색안경을 끼고 읽게 되었다.  

등장인물의 사건이 벌어지는 매 순간마다의 심리묘사를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트릭이 주가 되어 연막작전을 펼치는 것인지. 잘 만들어진 트릭 소설이긴 하지만 냉정하다 못해 등장인물들이 인간같지 않다. 증말! 

이 작가를 내가 편애한다는 보다는...음 아냐아냐, 편애하긴 하지. 스티븐 킹에 대한 작가로서의 그를 평가한다면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대중적인 고전 작가라는 것. 특히나 여전히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그의 데뷔작 <캐리>가 아직도 출간되고 있고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것.  

뭐 여하튼, 그의 30년이 넘는 소설들이 2010년에도 꾸준히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책이 미래에 고전이 될 확률은 거의 100% 가 아닐까. 30년이 넘는 근 40년이 다 되어 가는 책이 아직까지는 고전에 들기는 무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소설의 시작 역사를 뒤짚어 보면, 40년이 되어가는 그의 초기작의 생존율은 대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노인네가 근데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잘 쓴다. 일단 아는 게 많다. 진짜 킹이 책 많이 읽기는 했다 보다. 유식한 티가 팍팍 난다. 어려운 말은 평론가들의 전용인 줄 알았더니, 소설가 킹도 에세이형식으로 글을 쓸 때는 어렵긴 매 한가지구나 싶다. 좀 만 더 쉽게 이해하기 쉽게 쓰지.  

요즘 이 책 읽기 시작했는데 미국식 에세이 형식이 그대로 드러난,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에세이 기법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깐 처음 도입부에 대강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드러내다가 중간에는 앞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하고 거의 끝부분에 가서 다시 앞 이야기를 끌어 내어 결론 내리는 방식, 말이다. 아, 어려워.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절대 대중적으로 잘 팔릴 일이 없을 것 같다. 12월 한달 내내 이 책만 읽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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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7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2-07 16:44   좋아요 0 | URL
저는 [해피엔드에 안녕을]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런데 [탐정클럽]은 정말 놀랐어요. 진짜 심부름센터 직원. 아니 무슨 탐정들이 불륜 사진만 찍고 다니나요 ;;

기억의집 2010-12-08 10:03   좋아요 0 | URL
해피엔드, 저도 재밌게 읽기는 했는데...첫단편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황당해서..자신의 피붙이가 죽었는데 그렇게 냉정할 수 있냐 싶기도 하고. 과연 여고생이 아버지를 제압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 작가는 트릭의,트릭에 의해, 트릭을 위한 미스터리 작품이구나 싶었어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놀람, 경악, 슬픔, 분노가 없더라구요.

게이고는 좀 그렇죠. 아, 이제 유가와나 나오는 작품이나 사다 읽어야겠어요. 단편마다 뒷조사에 의한 불륜 사진들, 그 사진들에 의한 증거 자료및 추리, 웃겼어요^^

아영엄마 2010-12-08 01:54   좋아요 0 | URL
(감정 묘사 같은 부분이 늘 미흡하다고 여겨지는)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점점 퀄리티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딸아이가 이 작가 팬이라 종종 사곤 하지만 다 사모는 건 접을까 봐요.
그래도 (과학자 탐정이라고) 유가와 팬이 되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갈릴레오의 고뇌>는 맨날 낄낄거리며 읽곤 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간이랑 함께 시험 끝나고 사주려고요. ^^

- 글쎄, 지난 주말에 자기방 책장 뒤집어 꽂혀 있던 책 내다 놓고는 제 콜렉션에서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만 쏙쏙 뽑아다가 꽂은 거 있죠! 그래놓고 책 관리는 또 어찌나 소홀이 하는지. 저는 띠지도 아까워서 못 버리는 책들인데... 함부로 굴리면 몽땅 압수조치 취해버리려고 맘 먹고 있어요. -.-

기억의집 2010-12-08 10:10   좋아요 0 | URL
게이고는 가볍게 읽기는 좋은데...아, 이번 탐정클럽은 도가 지나쳤어요. 그냥 손가는대로 막 썼더라구요. 한 대 쥐어팰 수도 없고.....저도 갈릴레오의 고뇌 사려고 하는데...머그컵 얻을려고요. 머그컵 받을려면 사야하는 책들 보니 정말 읽을 책 없더라구요^^

히데오가 신간이 나왔어요? 몰랐어요. 여기도 예스도 거의 안 들어오다시피 하니깐...와도 잠깐 주문만 하고 나갔거든요^^

저는 조카가 책을 빌려가는데... 안 가져올까봐 조바심 나요~~~

2010-12-08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2-08 11:10   좋아요 0 | URL
경관의 피를 지난 여름에 중고로 사서 1권은 읽고 2권은 방치해 놓고 있습니다.
뭐 나쁘진 않는 것 같은데 혼을 쏙 빼놓을 정도는 아니어서 기대가 너무 컸구나
그래도 2권마저 읽어야지 해 놓고 묻혔습니다. 그런 책이 한 둘이어야 말이지요.ㅜ
장하준의 책은 좋다고 난린데 님의 동생의 말을 빌어 인용하신 글 참 인상적이군요.
읽어봐야겠네요.^^

기억의집 2010-12-09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경관의 피는 혼을 빼 놓을 정도는아니였는데 그 책을 다른 각도에서 봤거든요. 일본의 좌우세력의 확장, 우익이 어떻게 좌익을 견제했는지. 이 작가는 세심하게 그걸 그리더라구요. 저는 하루키가 개인적인 소설을 쓸 수 밖에 없는 게 그 양반은 개인적인 인터뷰나 뭐 그런 거 읽어보면 전공투 당시 결코 그 안을 들어가 보지 않았어요. 이념대립이 엄청 났는데 좌도 우도 아니였던 것 같거든요. 결국 지켜만 봤다는 것에서 이 사람은 자신의 소설에서 이념을 이야기해도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요. 반면에 사사키조나 히데오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일본문단에서 우익이 실체를 알려준 몇 안되는 소설인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읽었어요. 어휴, 지금 나가봐야 되서 더 쓰고 싶어도 못 쓰겠어요. ㅅ텔라님, 날씨가 너무 추우니 감기 조심하세요.

stella.K 2010-12-09 12:02   좋아요 0 | URL
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런 각도에서 봐야겠군요.
저는 그저 단순히 사람들이 재밌다길래 재미만을 쫒아 읽으려 하다보니
그랬나 봅니다.^^

scott 2010-12-08 23:26   좋아요 0 | URL
게이고 저책 시리즈물로 갈려나봐요.
아마존 재팬에서도 불만과 욕이 도배 될정도랍니다.
스티븐 킹은 읽을까말까..
책 그만 사야하는데..
트럼프가 세상에 읽을만한 글을 쓰는 작가는 스티브 킹이라고 하더군요.ㅎㅎ

기억의집 2010-12-09 09:14   좋아요 0 | URL
진짜 이걸 소설이라고 썼는지 싶더라구요. 발로 써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싶은게 헌책방에 팔아야지 하고 있어요.

킹은 소설말고 그런 종류의 책은 첨 접하는데 무진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더라구요. 전 좀 킹이 가볍지 않을까 싶었는데....이번책으로 완전 깼어요. 깊은 정도가 아니더라구요. 바람도 안 펴 자식 잘 건사해 책도 베스트셀러에 돈도 많고 게다가 사고와 사상의 깊이까지. 휴, 부럽더라구요. 이사람은 무슨 복을 많아 이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혜택을 받고 사는지. 정말 읽으면서도 부럽다는.
저 오늘 토일렛 보러 가기로 했어요. 스컷님 블로그 보고 도저히 안 갈 수가 없었다는.

아영엄마 2010-12-09 23:36   좋아요 0 | URL
큰 딸내미 시험이 오늘 끝나요!!
공부 안하는 딸내미들에게 잔소리 하다가 (진짜로) 제 입술 부르텄어요.
12시 반에 집에 와서 저녁 7~8시 될 때까지 탱자거리다-롤.코 버전으로 말하자면 "책 봐요, 간식 먹어요, 낮잠 자요~, 컴 해요, TV봐요, 하루 다 갔어요"- 그제서야 다음날 시험칠 과목 공부 같이 하자고 하는데, 참 날마다 어이없음입니다. -.-;;

암튼 금요일로 딸내미만 해방이 아니라 새벽 공부 시킨 저도 해방입니다~~.
(요즘 잠을 좀 줄였더니만 여기저기 다 아프네요.)
조만간 날 잡아서 함 만나지요. ^----^
- 아참, 히데오 신간이라고 한 것은 전에 나온 <올림픽의 몸값>을 말한 거였어요.

기억의집 2010-12-10 10:54   좋아요 0 | URL
흑흑 염장지르시는 소리~~~ 그래도 아영인 학원 하나 안 다니고 자기 스스로 해서 전교 이등이잖아요. 정말 기특한 거에요. 기말 끝나면 책 한권 선물 해 주고 싶어요. 한권 고르라고 하세요^^ 넷!

나이 들수록 우리 몸은 우리가 챙겨야하더라구요. 이제 아영엄마님도 건강 신경쓰셔야하고요. 운동 꼭꼭 하세요. 꼭이요.

2010-12-09 23:34   좋아요 0 | URL
엇, 죽음의 무도 어렵군요.. 저런. / 오랜만이에요. 기억의 집님^^

기억의집 2010-12-10 10:56   좋아요 0 | URL
넹! 제가 참 여기저기 무심했죠. 섬님도 요즘 바쁘셨던 것 같던데..지금 둘러보니깐 그렇게 많은 글이 올라오지는 않았더라구요^^

어려워요. 그래도 입담이 장난 아니여서 재밌는 대목도 많아요. 일단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에 좀 놀라워요. 추상적 언어능력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였나봐요^^


2010-12-30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