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만 크레파스와 괴물 소동 ㅣ 웅진 세계그림책 134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10월
평점 :
나카야 미와의 그림은 딱히 이쁘다, 혹은 아름답다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누가봐도 그녀의 그림은 전문적인 그림쟁이의 그림이라고는 하기에는...좀. 자신만의 화풍을 만든 것은 확실하지만 그림이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림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들어가면 그녀의 그림책 작가로서의 위상은 달라진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순한데 그 단순한 이야기를 확 뒤집은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고 할 만 하다. 그녀의 까만 크레파스 시리즈 <까만크레파스>와 <까만 크레파스와 요술기차>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나와 아이들은 함께 까만 크레파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결말에 까만 크레파스가 만들어내는 밤하늘의 불꽃 놀이에 감동하고 까만크레파스가 만들어내는 트랜스포머 선로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감동으로 뒤집힌 그 감정을 아이와 공유한 그 기분이란.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뒤집는 솜씨에 반해 언제나 그녀의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리곤 해서 일본아마존에 간간히 들어가서 그녀의 신간 소식을 확인하기를 몇 년. 이젠 몇 권의 스테디셀러 그림책으로 먹고 살만하니깐 더 이상 신간 소식이 없구나,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다 발견한 그녀의 신간소식. 신간에 뜨자마자 구입해 둘째 데리고 읽었는데 솔직히 반응이 그저 그랬다. 큰 애는 고학년이긴 하지만 그림책을 읽던 습관이 남아 있는 아이라 배달 되어온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펼쳐 읽고 나서 하는 말이, 별로네,였다. 둘째는 내가 읽어주었는데, 둘째 반응도 엄마, 그저그렇다, 였다.
이런 반응이 나올만 한 것이 까만크레파스 첫번째 시리즈를 울겨먹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상하게 주요 캐릭터들하고 내용이 축축 쳐진다. 읽어 주는 나도 읽어주는 맛이 안 났다고 해야하나. 뭐 그랬다. 신나게 읽어주어야지 했는지. 이게 죽음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도통 신이 나서 읽어주기 보다는 막판에 가서는 목소리가 축축 쳐져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였던 까만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던 장면도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모든 작품을 다 어느 정도의 수준급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전작 시리즈를 뛰어 넘지 못했고 작가 본인의 작품이지만 첫 작품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다. 그래도 이 작가의 역량을 아는 독자이기에 다음에는 이 시리즈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