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오전에 물만두님의 동생 만순님이 올린 물만두님의 부고글을 읽고 알라딘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전화통화를 해서 다음날 장례식장에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당장 찾아 뵙고 싶었지만 아영엄마님은 막내 연우를 갑작스레 맡길데가 없고 파란여우님은 홍성에서 올라오시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날 찾아뵙기로 한 것이지요.
이 날 계속 눈물바람이었어요. 애들한테 눈물자국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아이들하고 눈도 맞추지 못하고 허공만.
12월 14일
1시 좀 넘어서 파란여우님, 아영엄마님, 희망으로님 그리고 조선인님과 함께 장례식장 입구에서 만나 같이 들어갔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알라딘측에서 조화라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희망으로님하고 하면서 갔는데 빈소에 도착하니, 알라딘과 황금가지에서 보낸 조화가 보이더라구요. 아, 알라딘에서 보내주었구나. 왠지 안도감과 함께 알라딘에서 물만두님을 제대로 대우해주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식장에 들어가 파란여우님이 향을 피우고 다 함께 절을 올렸습니다. 그 때 첨으로 홍윤님의 모습을 보았네요. 비록 영정사진이지만. 얼굴이 하얀, 동양적인 선이 참 가냘픈 여성스러운 얼굴이더군요. 실제 보면 참 미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가 찡하면서 눈물이 글썽거려서 유족분들하고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파란여우님께서 만순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희는 파란여우님이 먼길을 오신 것이라서 유족분들의 권유대로 밥을 먹고 가기로 했고, 밥 먹으면서 물만두님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야기 도중에 만순님께서 오셔서 물만두님께서 고통없이 편안하게 가셨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지난 추석때 폐렴으로 입원하셨을 때 병원에서는 2,3일 정도 남았다고 미리 준비하라고 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물만두님께서 퇴원하시겠다고 하셨고 집에 오셔서는 오히려 그 전보다 먹을 것을 잘 먹었다고 하시는데...그 때 물만두님의 혀는 이미 굳어져서 음식물을 잘 삼키기가 힘들어 미음만 먹었는데 집에 오셔서는 미음 이외의 음식도 잘 먹어서 가족분들이 물만두님 음식 먹는 거 보고 더 잘 챙겨주셨다고 하셨어요. (아마 살아야겠다는 마지막 의지가 아니었나 싶어요)
집에 와서는 물만두님께서 음식을 잘 먹어 가족들은 한고비 넘겼다라고 생각했는데 12월13일 아침에 가족들은 출근 준비하느냐고 바쁠 때 만두님께서 엄마! 부르더래요. 그래 어머님께서 물만두님께 가 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라고 하시더라구요. 자신의 온 힘을 다해서 마지막으로 엄마!라는 말을 남기고는.
물만두님 어머님 보면 정말 눈물 납니다. 저는 페이퍼만 읽을 때는 당연히 물만두님 어머님께서 살집도 있으시고 통통한 여느 어머님의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물만두님 어머님 뵈니 그 몸으로 어떻게 20년을 넘게 딸을 건사할 수 있었을까? 정말 부모의 자식 사랑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너무 마르셔서 제 맘이 아직도 무겁습니다. 지금쯤 물만두님 어머님은 울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딸을 잃은 상실감은 그 어떤 위로의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겠지요.
이 날 물만두님의 알라딘에 남아있는 리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서평집을 내는 것이 어떻겠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런저런 대화끝에 그럼 일인출판을 해 보자, 이렇게 결론을 냈는데, 그 때 물만두님 막내동생이 오셔서 알라딘측에서 이미 아침에 오셔서 물만두님 서재는 영구보존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서평집도 기획할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그 분의 리뷰역사가 인터넷 서점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하고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무려 1838편이란 리뷰를 쓰셨기 때문에 그 분은 일개 단순한 리뷰어가 아니었거든요. 쟝르문학만(간간히 그림책 리뷰도 있는데 사실 그건 몇 편 되지 않습니다) 전문적으로 써 온 분이고 우리 나라 쟝르문학의 출간 역사가 다 들어있습니다. 쟝르문학을 접하는 분이라면 이 분을 거치지 않고는, 그리고 쟝르 문학을 입문하는 순간 물만두라는 닉은 쟝르문학 애호가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물만두님의 리뷰는 쟝르문학쪽에서는 아마 전설로 남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이제 2011년에 출간 될 쟝르문학에 대한 물만두님의 리뷰는 볼 수 없겠지만 과거의 쟝르문학에 대한 컨텐츠는 거의 들어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심지어 제가 다카무라 가오루여사의 <석양에 빛나는 감>을 정말 애타게 찾았을 때 물만두님께서는 읽고 벌써 2004년에 이 책을 읽고 리뷰 올리셨더라구요. 이 책은 제가 왠만한 절판책 다 구했을 때 못 구한 책이었거든요. 전 책욕심이 무척이나 많아서 정말 눈독 들이고 구할거야, 이런 책은 거의다 구했을 정도인데, 이 책만은 못 구해서 안타까웠던 책이었는데.
12월 15일
오늘 외출할 일이 있어 곰처럼 껴 입고 나갔음에도 지하철로 가는 10분동안에도 동태가 된 매서운 추위의 날이었어요. 오늘 발인인데 유족분들은 고생하지 않으실까,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구요. 제일 먼저 물만두님 어머님이 모습이 아른거리고. 정말 코를 찡하게 만드시는 분입니다. 화장을 했을까, 아니면 묘를 썼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고. 아마 젊기 때문에 화장을 했을 거에요. 대체로 부모보다 먼저 돌아가시면 화장을 하더라구요. 유가족분들께서 화장터에서 이 매서운 추위에 잘 견디셨을까 싶고.
그런데 그 무엇보다 물만두님 어머님, 오늘은 다른 생각 슬픔 다 잊고 편안하게 주무세요. 네! 이 말 꼭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