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어제는 하루종일 눈가에 눈물이 고인 날이었다. 순간순간 고이는 눈물때문에 코는 맹맹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 멍하니 하루를 컴퓨터 앞에서 보냈다. 부고 소식을 듣는 순간 당장에라도 빈소에 찾아가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고 싶었지만, 만두님을 같이 찾아 뵙기로 전화상으로 파란여우님과 아영엄마님과 이야기가 된 상태라 참아야 했다.
솔직히 나는 물만두님하고 덧글다운 덧글, 대화다운 대화 한 번 나눠본 적이 거의 없다. 그게 내 성격이다. 온라인상으로 그렇게 사이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 없고 그래서 노력해 본 적 없다. 그냥 리뷰어의 글만 읽을 뿐이지 그 곳에 가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노력은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덧글 쓸 시간에 책이나 읽는 게 더 낫다는 게 나의 온라인 철칙이었다.
그래서 5년 넘게 물만두님의 리뷰를 읽어오면서 그닥 아는 척하며 말을 걸지 않았다. 오늘 빈소의 영정 사진을 보기까지 나는 그 분의 얼굴도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분이 우리 나라 최고의 쟝르문학 리뷰어라는 것을. 물만두님이 지금까지 쓴 1900여편에 달하는 리뷰 모두가 쟝르문학이고 그러한 성과는 쟝르문학 리뷰어중에서는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가 쓴 리뷰 자체가 우리 나라 쟝르문학의 역사이며 쟝르문학의 출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첫리뷰부터 꼼꼼히 차근차근 한번 읽어보시라. 우리 나라 모든 쟝르문학 연대기적 역사와 컨텐츠가 그녀의 리뷰속에 다 있다. 자신 있게 말하건데 책을 좋아하는 그 누구도 물만두님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다. 국내든 국외든 간에 물만두님같이 단 하나의 카테고리, 쟝르문학이라는 분야에서 자신의 모든 문학을 건 케이스는 물만두님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가 이룩한 성과는 정말이지 한 사람이 이룩했다고 하기엔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만큼 놀라운 것이다. 더군다나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정상의 몸이 아닌 불편한 몸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내가 계속해서 눈가에 눈물이 고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 분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근육병으로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없어 그 분은 겨우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신체적 활동이 필요할 때마다 물만두님의 어머님이 해 주셨다. 페이퍼에 찍어 올렸던 모든 사진들. 그러한 단순한 동작조차 그는 몸이 불편해서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썼으면 많은 리뷰어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소통을 했다. 그의 덧글 활동을 보고 나는 그가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인에게 그의 몸상태를 듣고 놀랬던 기억이 난다. 설마..그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리뷰를 쓸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 후론 그 분의 리뷰가 하나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그 분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힘겹게 썼는지를 알기에 허투루 읽어 넘기지 않았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이 그 분의 적극적인 의지며 문학적 성취로 보았기에.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다시 읽고 또 읽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그의 나이 이제 43살. 반평생을 넘기지 못한 나이지만 그가 이룩한 성과는 꼭 기억되고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 마지막 바램으로 그의 서평집이 꼭 출간될 수 있기를, 그의 리뷰가 단순한 쟝르문학의 전설로 남는 것이 아닌 기록으로 남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저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한 다른 생 또한 믿지 않죠. 저는 우리 모든 인간이 소멸되는 하나의 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저에게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님은 다른 세계 다른 생애에서 건강한 몸으로 태어날 수 있기만을 빌 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