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의 트럼펫 비룡소의 그림동화 174
레이첼 이사도라 글.그림,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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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꽤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After life>라는 일본 영화가 떠 오른다. 그 영화에서 망자는 천국을 가기 위하여 림보역이라는 곳을 거쳐야하는데, 그 곳에서 망자는 면접관에게 당신의 생애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을 가지고  천국을 갈 수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만약 사는 동안 단 한순간이라도 행복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망자는 천국의 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생을 통털어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이라고? 설마 인생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그렇게 없을려고..하지만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인지 등장인물들은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이라고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감독이 영화에 던져 준 아이디어를 지금 현재 우리 자신에게(림보역을 갈 필요도 없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무엇이었냐고 질문을 던져본다면,  망설임없이 단 하나의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을까! 순간적으로 머리속에서 주마등처럼 몇 개의 기억의 편린들이 스쳐지나겠지만 갑자기 실타래처럼 모든 기억이 복잡하게 엉키며 우왕자왕 할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엄마손을 꼭 잡고 학교 가던 때,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 주던 때, 친구들과 재잘되며 웃던 학창시절, 가슴 설레이던 연애시절, 결혼식 날, 사법고시가 패스되던 날, 첫 애가 태어난 날, 구하기 힘든 디비디나 절판 책을 구했던 날 등등 힘겹고 나락의 시절만큼이나 가슴 설레이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의외로 많을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천국을 가야한다면? 그나마 위안인 것은 불평등한 세상에 태어나 오발탄처럼 척박한 삶을 산자와 태어나자 마자 모든 것을 가진 자의 행복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고 상대적이다라는 것일 것이다.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어떻게 정의해야할까? 어르신들은 힘겨운 때를 지내고 나중에 회상하면서 힘들어도 그 시절이 그래도 행복했었어라고 말하곤 한다. 행복이란 어떤 순간의 정점일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 움켜잡은 그 순간이 아니고 그 무엇을 위해 통과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벤의 트럼펫>이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그 영화을 떠올린 것은 벤의 음악에 대한 열정,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갈망과 들뜬 마음이 웬지 모르게 그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닌가 싶어서이다. 지그지그재즈클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 위하여 밤에건물 뒷계단의 난간에 기대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트럼펫 부는 흉내를 내거나 있거나 집으로 가는 길에 음악의 리듬을 느끼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펫 부는 흉내를 내던 그 때가 벤에게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후에 그가 세계 최고의 뮤지션이 되어 무대에서 수 많은 청충들에게 많은 갈채가 받을 때, 벤의 인생에서 그 때가 가장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르지만 벤의 어린 시절,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갈망으로 가득 차 음악을 하기 위하여 돌아다녔던 그 시절이정점을 오르기 위하여 애쓰던 그 불완전한 시기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는 열정과 갈망의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그 무엇인가가 정점에 오르지 못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그가 불행한, 처량한 일생을 보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기력한 삶을 사느니 정점에 오르지 못하더라고 인생의 들뜬 기분, 설렘, 열정, 순간순간 살아있다는 기쁨으로 충족되는 일상을 사는 것은 어쩜 행복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나머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고.     


이 책은 바로 이 장면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이 단순한 흑백의 실루엣에서 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하지만 음악에 대한 굴뚝같은 마음 뿐 악기도 없는 자신이 무엇을 할 줄 몰라  지그재그 재즈클럽에 앉아 음악만을 듣는 것만으로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고 싶어하고 위안을 삼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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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by Seuss (Hardcover)
닥터 수스 지음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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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책을 부엌에 있는 식탁 겸용 책상 위에서 읽는데 그러다 보니 그 식탁위에는 자동적으로(나도 모르게) 책이 더미로 쌓이곤 한다. 그 중에서 그림책 작가 모리스 센닥과 닥터 수스의 책들은 번갈아 가며 365일 빠지지 않고 놓여 있다. 센닥과 수스의 그림책을 좋아하느냐하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두 작가에 대한 관심은 그들을 좋아한다는 것 이상일 수는 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센닥이나 닥터 수스는 인지도면에서 그렇게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은 아니다. 센닥은 기껏해야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쓴 작가로 알고 있고, 닥터 수스의 인지도는 센닥보다는 더 형편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그림책사에 남긴 업적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센닥의 탁월함은 지금의 그림책작가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센닥 이전의 그림책 작가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그가 그림책에서 시도한 화면 분활과 인물과 배경의 묘사처리 그리고 인물과 이야기의 단순하지 않는 상징성 같은, 한차원 더 높은 기법은 오늘의 개성있는 그림책 작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시발점이었다. 우리는 그를 그림책사에서 커다란 한 획을 그었다는 것도 모른 채 단순히 유명한 그림책 작가중의 한명이라고만 알 고 있을 뿐이다. 

센닥의 푸대접이 이 정도이니 닥터 수스에 대한 대접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이 사람의 작품이 우리 나라에 많이 번역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극성엄마들이나 열성 아이들 사이에서조차 인지도면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서 더더군다나 더 의외일텐데. 사실 나도 일년 전만해도 그의 진가가 다이아몬드인지 큐빅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그 전만해도 그에 대한 정보는 여기저기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알고 있었던 부분적인 지식과 호기심 그리고 장식용(나도 그를 알고 있어 그래서 그의 작품을 한권 정도는 가지고 있다~)으로 몇 권 가지고 있었을 뿐, 그에 대한 진실한 이해보다는 수식어가 요란한 또 한 명의 작가쯤 알고 있었는데, 이 사람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뀐 것은 아이와 함께 이 사람의 텍스트로 영어공부를 하고 난 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 그렇게 흥미를 못 느끼는 우리 아이가 영어 발음에 목숨걸며 열심히 발음 연습하고 재미있어 한 책이 이 양반의 알파벳 북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닥터 수스의 알파벳북을 접했을 때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발음(예로 fiffer-feffer-feff나 zizzer zezzer zuzz 같은)나는 단어를 써서 알파벳 북을 만들었지,했던 게 솔직한 나의 작품평이었다. 게다가 100단어만 사용해 작품을 썼다는 Cat in a hat은 어떻고. 씨끌법적한 내용에  반복되는 간단한 영어문장의 글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 난리야 싶었다.  그래서 이 사람 작품 거들떠도 안 보고 다른 신나는 알파벳 북으로 영어를 시작했는데, 몇 개의 그림책으로 영어공부를 하다가 그래도 이왕 공부하는 거 미국 아이들에게 필수라는 닥터 수스의 작품, 맛보기로 잠깐 해보자고 한것이 의외의 대박을 친 것이다.  

비영어권의 게다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닥터 수스의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도 그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지만. 간단하면서도 시끌시끌한 문장, 정신 없이 공처럼 톡톡 튀기는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왜 그의 작품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약간(아니 내 생각엔 심하게) 모자란 그의 일러스트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시공을 초월한 작품의 아이디어와 유머 그리고 엽기적인 뛰어난 감각적인 상상력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아이들이 단순함은 그의 초월적인 재미와 감각을 간파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아들이 닥터 수스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나에게 일깨워 준 것은 바로 닥터 수스의 작품이 다이아몬드임을 알아 볼 수 있게 해준  혜안이니깐.

디즈니 시대에 활동한 닥터 수스는 4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영어에 대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100개의 단어로 쓴 불후의 명작 Cat in a hat와 50개의 단어로 쓴 Green eggs and ham는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로 간혹 소개되곤 한다.   

그의 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각은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의 튼튼한 기초 공사가 되었는데, 그 예로 Six by Seuss에서 첫번째로 나온 작품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를 들 수 있다. 학교 가는 길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소년은 거리에서 본 평범한 말과 마차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과 마차에 온갖 상상력의 이야기를 꾸며낸다. 말은 사슴으로 사슴은 코끼리로 마차는 썰매로 썰매는 밴드가 있는 차로..소년이 꾸며내는 상상력은 점점 커지고 말도 안 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유쾌해지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경쾌하다. 또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시기해 크리스마스를 훔치는 그린치는 또 어떻고.(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수스는 행복하고 평온한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모든이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선물을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를 비틀고 비틀어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행복과 포만함을 전한다. 그리고 그가 take이란 동사를 쓰고 않고 stole 이라고 쓴 단어 선택의 재미를 느껴보시라. 

이 책의 6편의 단편은 수스의 대표적인 작품, 바톨로뮤의 500개의 모자, 호튼이나 말년의 작품 lorax 같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수스의 작품적 경향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작품들만 모아놨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작품은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와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였는데, 그의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그의 상상력은 너무 기발나고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속으로 애정을 담아 이렇게 내깔리곤 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 말이 그의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뻥 치지마! 그런게 어딨어! 라고 

덧 : 수스의 작품은 시디까지 포함된 작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난 멋 모르고 작품만 샀다가 다시  시디까지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시디 대출해 녹음했을 정도로 이 사람의 작품은 원음을 직접 듣는 게 좋다(솔직히 발음 꼬여서 제대로 안 되는 발음 넘 많음) 

또덧: 수스가 애용하는 단어중의 하나인 mighty를 작품마다 찾는 재미도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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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뷰] 우리 '옛 이야기' 그림책 사진리뷰 올려주세요~ 5분께 적립금 2만원을 드립니다!
도깨비 방망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
정차준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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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솔직히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으며 솔직히 스타이그 같은 작가는 너무 많이 읽어달라고 가져와 스타이그의 그림과 스타이그의 자만 봐도 속이 뒤집혀 진절머리가 날 때도 있다. 어제도 읽어주고 오늘 아침에도 읽어주었는데 저녁때까지 들고 오면........ 휴~~~ 고문도 그런 고문이 따로 없다. 그나마 짧은 글은 그런대로 도 닦는 기분으로 읽어줄 만한데, 글밥이 많은 책들을 시도 때도 없이 가져올 때는 거의 공포 수준에 가깝다.

아이들의 한번 삘받은 책에 대한 애정은 거의 스토커수준이어서 어디에 꽂아놔두어도 어김 없이 찾아내 하루에도 수십번씩 가지고 오며 앉은 자리에서 한번은 기본이고 내리 몇 번을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흐흐흐 날 죽여라! 죽여!), 바로 그런 책들 중 하나가 바로 <도깨비방망이>이다. 이 책도 너무 읽어 달라고 해서 넌덜머리나는 책 가운데 한권인데, 옛 이야기를 우리나라 그림책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한병호씨가 그림을, 차조금씨가 글을 썼다.  

우리의 옛 이야기는 판소리와 같은 흥을 돋구는 구성진 가락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가 편한 잇점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잇점과 함께 다른 전래 동화와 달리 독특하고 재미나게 구성을 가지고 있다. 앞 표지에는 도깨비 방망이1 착한 농부가 우연히 낡은 옛집에 들어가 도깨비 방망이를 얻어 재물을 얻는 이야기가 책의 중간까지 펼쳐지고, 책을 뒷표지를 뒤집으면 착한 농부와 대비되는 욕심쟁이 농부가 도깨비들한테 당하는 도깨비방망이2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며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두 가지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새로운 구성적 시도에 호기심을 갖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에 한층 더 재미를 느낀다. 여기에 가락진 퍼포먼스까지 더하면, 이 그림책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는.


이 책의 준비물 : 어느 집이나 다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도깨비 방망이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신문지를 둘둘 말아 방망이 모양으로 만든다. 
바로 요 대목,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는 밋밋한 대목에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며  금 나와라와라~~뚝딱! 은 나와라와라 뚝딱!하고 운율을 넣어 재미나게 소리쳐 준다. (아이들 자지러지게 좋아한다^^그래서 더 이 책을 갖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일수도) 
  욕심쟁이 농부가 도깨비들한테 당하는 장면에서는------------------------------------->  


아들이 도깨비, 딸애가 심술쟁이 농부역을 맡아 역활놀이도 하기도 한다(주의 : 담요 필수 요. 이러다 나중에 대판 싸움나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글에 리듬을 타면서 흥이 나고 신이 난다. 물론 작가의 글솜씨가 한 몫 하는 것이겠지만, 어릴 때 들었던 옛 이야기의 구성진 가락이 작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리라. 주변에 있는 일상적인 장난감 도구를 이용하면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보는 재미가 배가 된다. 그림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하고 일상적인 도구를 이용해 역활놀이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책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나름 책하는 노는 놀이 또는 소통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아이가 <도깨비방망이>를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면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라도 방망이라도 하나 만들어 금나와라와라 뚝딱!하고 방바닥을 치며 외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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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뷰]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책 리뷰 작성해 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구름공항 벨 이마주 28
데이비드 위스너 그림, 이상희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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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외국 그림책 작가들 특히 서양쪽 작가들은 그림을 정말이지 참 잘 그려요. 그림뿐만 아니라 상상력도 풍부하고 치밀해서 정교하다고 해야하나 테크닉적이라고 해야하나...그림 속에서 뭐하나 버릴 게 없더라구요. 저 같은 경우는 그네들의 그림책 한권한권 보다가 그들의 뛰어난 상상력때문에 수집하는 대상이 점점 많아지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아무 생각없이 산 알파벳 북 같은 경우도 이 작가 저 작가의 알파벳북을 뒤적이다가 작가들이 글자 하나로 펼쳐내는 뛰어난 상상력을 보고 감탄해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알파벳책을 모으게 되고,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이미지화하는데 작가들 저마다 다 다른 상상력을 동원하다 보니, 이 작가는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어,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버전의 <신데렐라>나 <눈의 여왕>같은 책을 수집하게 되더라구요.(요즘은 호두까기 인형에 필 받아서 모으고 있는 중)  워낙 외국의 경우, 일러스트의 역사가 오래 되고 층이 두꺼워서 뛰어난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데이빗 위즈너같은 경우는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이 작가는 상상력뿐만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도 독특한 사람이라서  <허리케인>을 보면 위즈너가 그림뿐만 아니라 글을 참 잘 쓴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아기돼지 세마리>같은 경우는, 아기돼지 삼형제의 패러디인데, 제가 아기 돼지 삼형제를 패러디한 작품을 몇 작품 아는데, 그 중에서도 이야기의 전형성을 넘어선, 이야기의 경계를 흐트려서 이야기의 안과 밖이 존재하는 가장 독특한 아기돼지 삼형제였어요. 여하튼 그림책의 포스트모던은 이런 작품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그림책이었어요.(내용 보시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수긍하실 거예요.)  

데이빗 위즈너의 그림의 특징은 말없는 그림책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 작가가 선호하는 이미지가 플라잉 또는 플로팅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해요. 그림책 어디서든지 날아다니거나 떠 다니는 이미지를 볼 수 있거든요. 사실 전 위즈너의 그림책들을 보면서 그가 선호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게 뭘까하고 그 이미지의 패턴이 잡힐 듯 하면서 명확하게 안 떠올랐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시간상자>의 바닷속에서 떠다니는 물고기를 보고 그리고 제목이 flotsam 이라는 점에 힌트를 얻어서 아, 이 위즈너가 좋아하는 이미지가 바로 이거구나하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는 그의 다른 모든 작품들을 들여다 보니깐 바로 그 플라잉의 이미지들이 작품의 한 두 장면에는 꼭 끼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구름이 여러 형태를 만들 수 있다라는 <구름공항>의 아이디어는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는데(구름공항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가 더 신선한), 구름들이 일반적인 구름 모양을 거부하고 생물이나 사물의 형태로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는 모습을 유머스럽게 표현했고, 풍부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쳐주는 섬세한 그림이 멋진 작품입니다. 

 제가 글자없는 그림책은 읽어주기가 참 난감해서 아들에게 이 친구가 뭐라고 했을까하고 적어보라고 해서 적은 글, 7살때인가 적어서 철자도 다 틀리고 그러네요










상상력도 상상력이지만 이 작품이 45페이지에 불과하거든요. 근데 이야기의 완결이나 구성이 탄탄해요. 뭐 어떤 부분적인 이야기를 담은, 쪼가리 이야기도 아니예요. 상상력은 그림만으로 보여 줄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의 완결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봐요. 그게 어떨 때는 진짜 부러울 때가 있어요. 저의 나라 교육 시스템(학벌위주의)으로는 이런 작가가 나오기도 힘들고 사실 나올 수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야기도 탄탄한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아이가 사물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하는데, 우리의 현재 교육 현실에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천천히 뜯어보고 조립할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요. 몇 달전에 읽은 <생각의 도구>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책의 요지가 천재가 될 수 있는 조건들, 예를 들어 유추,관찰,패턴등의 여러가지 조건들이 나와요. 그런데 그 책을 읽고 나서 100% 그 작가들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과연 이러한 조건들이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충족될 수 있을까싶더라구요. 이러한 조건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숙이라는 어떤 정신적인 힘과 가장 중요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시간적 여유라는 사치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존 버닝햄이 2006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떠날 때, 학원에 쫒기며 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에게 남긴 말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꼭 혼자 있는 시간을 주라고 말이예요.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은 사고하고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인데, 그런 시간이 우리들에게 있을 수 있느냐하는 것이죠. 이런 데이빗 위즈너의 상상력 정도 나오려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낙오자라는 이름의 딱지가 붙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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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야, 힘내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3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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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이와오는 뛰어난 테크닉을 구사하는 그림책 작가는 아니지만, 그가 아이들의 일상을 따스하게 또는 심술궂게 담아내는 편안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보다 더 후쿠다 이와오의 열혈 팬인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의 책을 읽어줄 때는 어떻게하면 그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더 재밌게 전달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김치 담그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작가가 그림책의 그림을 그릴 때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최대 역량을 보여 주려고 노력을 한다. 그림책 장면마다 존재하는 사물이나 인물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작가 나름대로 있어야 할 위치와 존재 이유를 무수히 많은 스케치를 통해 구성하고 확정한 후에 내 놓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만 남겨 놓은 채 세밀한 배경을 확 뺄 수도 있고 어떤 작가는 화면에 애정을 갖고 세밀한 배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나름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한 또 하나의 배경 이야기를 독자인 우리가 무시하기 보다는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더 재밌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후쿠다 이와오의 <고로야,힘내>는 아이들의 정말이지 평범한 일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중에 발생한 작은 사건의 발단은 다쿠야란 소년이 기르던 늙은 개 고로가 나이가 들어 산책을 가다 쓰러지면서 소년의 친구들이 고로를 소년의 집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그림책인데, 이 책 중에서 롱 숏으로 뺀 이런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다쿠야가 늙는 개 고로를 강변에 있는 공터에 막 도착한 장면인데, 이때 늙은 개 고로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배경 모습이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왜 롱숏으로 뺐을까하고 궁금했었다. 고로를 산책시키기 싫어 투덜 댄 다쿠야와 늙은 개 고로의 지친 모습을 클로즈업 시키면 뒷장면에서 쓰러지는 고로와 연결되어 더 낫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던 장면인데, 작가의 생각에는 고로를 다쿠야의 집까지 옮겨주는 다쿠야의 친구들을 먼저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더 컸던 것 같다. 작가의 의도가 다쿠야의 친구들을 보여주고 공터의 활기차고 생생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보니, 생각지 않게 이 장면에서 이야기거리가 많았다.  이왕 작가의 의도가 뭐든 간에 아이들하고 공터에서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을 가지고 그 곳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야, 공 놓치면 어떻해!  내가 잡을께! 또는 아싸, 우리가 한점 땄다!  


이 아줌마들도 엄마처럼 뚱뚱하다. 푸하하핫 이 아줌마가 제일 많이 살 쪘다. 엄마도 이 아줌마들처럼 운동 좀 해서 살 빼.



내가 상대해주지, 나는 천하무적맨이다.  내 칼은 돌도 깰 수 있어! 너를 없애는 것은 아무것도 아냐! (이런 말들이 오가지 않았을까하고 아이들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이라서 저기 저 연인들의 모습에 관심이 없더군요. ) 

작가가 제공하는 예기치 않은 이야기의 여백속으로 빠져 들어, 아이들하고 이 한 장면 가지고도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때는 객관적으로 비춰볼 때,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독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고. 3학년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눠 준 아들애의 성적표에는 독서력 미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나온 결과를 봐서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행위가 그렇게 아들의 독서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궂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가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작가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아이가 볼 수 있었으면, 그리고 그리고 그 작가의 의도하지 않았던 틈새까지도 아이가 발견ㅐ 자신만의 해석력을 가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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