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ix by Seuss (Hardcover)
닥터 수스 지음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1991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주로 책을 부엌에 있는 식탁 겸용 책상 위에서 읽는데 그러다 보니 그 식탁위에는 자동적으로(나도 모르게) 책이 더미로 쌓이곤 한다. 그 중에서 그림책 작가 모리스 센닥과 닥터 수스의 책들은 번갈아 가며 365일 빠지지 않고 놓여 있다. 센닥과 수스의 그림책을 좋아하느냐하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두 작가에 대한 관심은 그들을 좋아한다는 것 이상일 수는 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센닥이나 닥터 수스는 인지도면에서 그렇게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은 아니다. 센닥은 기껏해야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쓴 작가로 알고 있고, 닥터 수스의 인지도는 센닥보다는 더 형편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그림책사에 남긴 업적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센닥의 탁월함은 지금의 그림책작가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센닥 이전의 그림책 작가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그가 그림책에서 시도한 화면 분활과 인물과 배경의 묘사처리 그리고 인물과 이야기의 단순하지 않는 상징성 같은, 한차원 더 높은 기법은 오늘의 개성있는 그림책 작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시발점이었다. 우리는 그를 그림책사에서 커다란 한 획을 그었다는 것도 모른 채 단순히 유명한 그림책 작가중의 한명이라고만 알 고 있을 뿐이다.
센닥의 푸대접이 이 정도이니 닥터 수스에 대한 대접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이 사람의 작품이 우리 나라에 많이 번역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극성엄마들이나 열성 아이들 사이에서조차 인지도면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서 더더군다나 더 의외일텐데. 사실 나도 일년 전만해도 그의 진가가 다이아몬드인지 큐빅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그 전만해도 그에 대한 정보는 여기저기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알고 있었던 부분적인 지식과 호기심 그리고 장식용(나도 그를 알고 있어 그래서 그의 작품을 한권 정도는 가지고 있다~)으로 몇 권 가지고 있었을 뿐, 그에 대한 진실한 이해보다는 수식어가 요란한 또 한 명의 작가쯤 알고 있었는데, 이 사람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뀐 것은 아이와 함께 이 사람의 텍스트로 영어공부를 하고 난 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 그렇게 흥미를 못 느끼는 우리 아이가 영어 발음에 목숨걸며 열심히 발음 연습하고 재미있어 한 책이 이 양반의 알파벳 북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닥터 수스의 알파벳북을 접했을 때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발음(예로 fiffer-feffer-feff나 zizzer zezzer zuzz 같은)나는 단어를 써서 알파벳 북을 만들었지,했던 게 솔직한 나의 작품평이었다. 게다가 100단어만 사용해 작품을 썼다는 Cat in a hat은 어떻고. 씨끌법적한 내용에 반복되는 간단한 영어문장의 글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 난리야 싶었다. 그래서 이 사람 작품 거들떠도 안 보고 다른 신나는 알파벳 북으로 영어를 시작했는데, 몇 개의 그림책으로 영어공부를 하다가 그래도 이왕 공부하는 거 미국 아이들에게 필수라는 닥터 수스의 작품, 맛보기로 잠깐 해보자고 한것이 의외의 대박을 친 것이다.
비영어권의 게다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닥터 수스의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도 그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지만. 간단하면서도 시끌시끌한 문장, 정신 없이 공처럼 톡톡 튀기는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왜 그의 작품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약간(아니 내 생각엔 심하게) 모자란 그의 일러스트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시공을 초월한 작품의 아이디어와 유머 그리고 엽기적인 뛰어난 감각적인 상상력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아이들이 단순함은 그의 초월적인 재미와 감각을 간파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아들이 닥터 수스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나에게 일깨워 준 것은 바로 닥터 수스의 작품이 다이아몬드임을 알아 볼 수 있게 해준 혜안이니깐.
디즈니 시대에 활동한 닥터 수스는 4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영어에 대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100개의 단어로 쓴 불후의 명작 Cat in a hat와 50개의 단어로 쓴 Green eggs and ham는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로 간혹 소개되곤 한다.
그의 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각은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의 튼튼한 기초 공사가 되었는데, 그 예로 Six by Seuss에서 첫번째로 나온 작품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를 들 수 있다. 학교 가는 길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소년은 거리에서 본 평범한 말과 마차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과 마차에 온갖 상상력의 이야기를 꾸며낸다. 말은 사슴으로 사슴은 코끼리로 마차는 썰매로 썰매는 밴드가 있는 차로..소년이 꾸며내는 상상력은 점점 커지고 말도 안 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유쾌해지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경쾌하다. 또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시기해 크리스마스를 훔치는 그린치는 또 어떻고.(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수스는 행복하고 평온한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모든이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선물을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를 비틀고 비틀어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행복과 포만함을 전한다. 그리고 그가 take이란 동사를 쓰고 않고 stole 이라고 쓴 단어 선택의 재미를 느껴보시라.
이 책의 6편의 단편은 수스의 대표적인 작품, 바톨로뮤의 500개의 모자, 호튼이나 말년의 작품 lorax 같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수스의 작품적 경향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작품들만 모아놨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작품은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와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였는데, 그의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그의 상상력은 너무 기발나고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속으로 애정을 담아 이렇게 내깔리곤 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 말이 그의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뻥 치지마! 그런게 어딨어! 라고
덧 : 수스의 작품은 시디까지 포함된 작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난 멋 모르고 작품만 샀다가 다시 시디까지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시디 대출해 녹음했을 정도로 이 사람의 작품은 원음을 직접 듣는 게 좋다(솔직히 발음 꼬여서 제대로 안 되는 발음 넘 많음)
또덧: 수스가 애용하는 단어중의 하나인 mighty를 작품마다 찾는 재미도 솔솔하다.